어쩌다 우리 정치는 586 운동권 그룹이 겉으로는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으면서도 속으로는 반칙과 특권을 일삼고, 기득권을 탐하는 입신출세자의 상징이 되어 민주공화국의 정신인 공화주의와 충돌하는 선악의 이분법이란 진영논리로 위정척사와 소중화를 부활시키는 주역으로 등장하도록 허용했을까?

#. 586 운동권 세력들의 나라 거덜내기

가히 나라 거덜나는 곡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입법·사법·행정부 할 것 없이 총체적 초토화 현상이다. 한 나라를 일으켜 세우는 데는 수많은 사람의 땀과 눈물, 노력, 그리고 오랜 세월이 요구되지만, 말아먹는 것은 순식간이다. 포플리즘과 사회주의 정책으로 나라를 거덜낸 아르헨티나의 페론, 그리스의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를 찜쪄먹을 포퓰리즘와 사회주의의 극치가 이 땅에서 백주노상에서 중인환시리에 자행되고 있다.

“하늘은 스스로를 돕는 자를 돕는다” “정직·신용·노력” 등은 개 사료로나 써야 할 판이 되었다. 그리스를 말아먹은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총리의 슬로건은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줘라(Give them all)!”였다. 문재인 정부의 슬로건은 “사람이 먼저다”이고,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정부”다. 파판드레우의 냄새가 진하게 난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기 위해 국가부채 따위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사회 곳곳에 거짓과 사기, 위선만 넘쳐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모든 것이 범법이요 범죄 행위로 범벅이 되었다. 공권력과 사법부는 확실한 자기 편이면 묻거나 따지지도 않고 무죄 방면이요, 남의 편이면 ‘적폐세력’으로 찍어 먼지나 모래 한 알 정도의 하자만 발견되어도 “천인공로할 범죄자”로 낙인찍어 쇠고랑을 채운다. 국민 모두가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는 형국이다.

경찰·검찰·국회·언론·문화계·예술계·정치판이 한통속이 되어 좌익 천국, 사회주의 만세, 체제변혁, 공정의 세상을 구가하고 있다. 정의의 보루라고 믿어왔던 대법원장마저 거짓말하다 들통이 나 개망신을 당하는 하는 나라…. 국가 요직에 오르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능수능란하게 할 줄 알아야 하며, 얼굴에 철판 깔고 뭉개기, 범법·위법이 들통 나면 적반하장으로 삿대질하는 법부터 배우는 것이 입신양명의 지름길인 세상이 되었다.

미증유의 재난이다. 그것도 확고부동한 인재(人災)다. 이런 현상은 단순한 문재인 정부 4년의 결과가 아니라, 1980년 ‘서울의 봄’부터 시작된 민주화 대장정의 결과물이다. 그 대장정의 주인공이 586 운동권, 체제 변혁 세력, 더 정확한 용어로 설명하자면 좌익 투쟁가 집단이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민주화’라는 감언이설에 취해 졸음운전을 하다 그들에게 표를 던진 결과 국가 자살의 길로 광란의 질주를 만끽하는 신세가 되었다. ‘미친 자들’에게 운전대를 맡기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현재진행형으로 보여주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 도덕 쟁탈전

1980년대 말 서울대 철학과에서 8년간 유학한 오구라 기조(小倉紀蔵) 교토대 교수는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라는 흥미로운 책을 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조선왕조 폐망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한국인의 정신세계와 도덕을 지배하는 것은 “주자성리학이라는 단 하나의 철학”이라고 단언한다. 오구라 교수가 관찰한 한국은 오직 완전무결한 도덕만이 대접받는 사회다. 때문에 자신의 삶이 얼마나 도덕적인지를 소리 높여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구라 기조 교수의 저서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이 책에서 오구라 기조는 한국은 누가 더 도덕적인가를 두고 격렬하게 싸우는 하나의 극장이라고 진단한다.
오구라 기조 교수의 저서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이 책에서 오구라 기조는 한국은 누가 더 도덕적인가를 두고 격렬하게 싸우는 하나의 극장이라고 진단한다.

한국인들의 정신세계를 사로잡은 주자성리학은 리(理)는 도덕, 기(氣)는 물질로 해석한다. 오구라 교수 눈에 비친 한국은 구성원들이 화려한 리(즉 도덕) 쟁탈전을 벌이는 거대한 극장이다. 사람들은 도덕을 쟁취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필사적으로 자기 선전을 한다. 운동선수도, 연예인도, 동성애자도, 정치인도 자신이 얼마나 도덕적인 사람인가를 국민들에게 납득시킨 후 비로소 스타가 될 수 있다.

이 나라에서는 단지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부각되지 못한다. 자신의 삶이 얼마나 도덕적인가를 소리 높여 다른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오구라 기조 지음·조성환 역,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모시는 사람들, 2017, 87쪽).

이런 풍토에서 권력투쟁이란 도덕을 앞세워 권력을 쟁취한 세력이 얼마나 도덕적이지 않은가를 폭로하는 싸움이다. 나의 도덕, 우리의 도덕이야말로 올바르다는 논리로 싸운다. 상대의 도덕을 싸잡아 비난할수록 ‘훌륭한 선비’가 된다(오구라 기조 지음·조성환 역, 앞의 책, 136쪽). 이 투쟁에서 패하면 사형이나 유배요, 승리하는 순간 권력과 부가 저절로 굴러들어온다고 모두가 믿고 있다. 이른바 리(理), 즉 도덕 쟁탈전이다. 리, 즉 도덕을 장악한 자는 완벽한 선(善)이라는 성선설의 최고 지위를 획득한다.

따라서 나의 위치를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자기의 도덕성을 주장하고 타인의 부도덕성을 공격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 사회에서는 ‘놈’을 가두기 위해 타자를 공격하는 ‘욕’이라는 바난의 말들이 독을 품은 꽃들처럼 현란하게 난무한다(오구라 기조 지음·조성환 역, 앞의 책, 88쪽).

오구라 교수는 4색 당파(노론·소론·남인·북인)가 벌인 당쟁은 아직 완전히 주자학화 되지 않은 조선을 어떻게 하면 급진적으로 주자학화 시킬 것인가를 둘러싼 철학적 경쟁이었다고 분석한다. 같은 의미에서 1960년대 이래의 민주화운동, 반독재 운동은 지식인과 학생들의 사대부 지향과 선비 지향이라는 두 측면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전자는 군인정권(武)에 대항하는 문(文)의 정치권력 지향이요, 후자는 독재 부패정권에 대한 도덕적 결벽 지향이었다(오구라 기조 지음·조성환 역, 앞의 책, 145쪽).

#. 586 운동권 진영의 민낯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의 채진원 연구원이 「586운동권그룹의 유교적 습속에 대한 시론적 연구」라는 흥미진진한 논문을 발표했다(『오토피아』35권 2호, 2020, 41~79쪽). 논문 요지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비롯한 586 운동권 그룹의 행태는 조선시대 위정척사 운동으로 대표되는 유교적 습속을 내면화했다. 이는 민주공화국 규범인 공화주의와 충돌하면서 국민 상식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80년대식 민족해방, 민중해방, 사회주의혁명 등으로 포장되는 위정척사와, 소중화로 상징되는 ‘주자학적 도덕관과 민족주의 습속’이 그들 진영에 깊이 뿌리박혀 있음을 학술적으로 연구한 그의 논문 일부 내용을 소개한다.

채진원 연구원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비롯한 586 운동권 그룹의 행태는 조선시대 위정척사 운동으로 대표되는 유교적 습속을 빼다 박았다고 주장한다. 한 마디로 그들의 사고체계는 21세기를 살면서도 위정척사, 소중화로 똘똘 뭉친 주자성리학자들과 동일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1980년대 시위를 벌이는 대학생들. 바로 이들 학생운동의 지도부가 오늘날 문재인 정부의 핵심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채진원 연구원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비롯한 586 운동권 그룹의 행태는 조선시대 위정척사 운동으로 대표되는 유교적 습속을 빼다 박았다고 주장한다. 한 마디로 그들의 사고체계는 21세기를 살면서도 위정척사, 소중화로 똘똘 뭉친 주자성리학자들과 동일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1980년대 시위를 벌이는 대학생들. 바로 이들 학생운동의 지도부가 오늘날 문재인 정부의 핵심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권력을 장악한 운동권 집단은 오늘날의 시기를 여전히 일제 강점기로 보고 독립운동가처럼 사유한다. 이것은 21세기 한일관계를 19세기 위정척사론으로 대신하려는 태도로 보인다.

○…성리학적 사유 구조는 상대의 거악을 타도하는 절대 선이 정의롭고 도덕적이기에, 그런 일을 하는 자신은 악인이나 소인배가 되는 일이 절대로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방어적 논리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현실적으로 만에 하나 자신의 허물이 발생할 경우, 악행이 없다는 식으로 회피하거나, 이를 부정하는 ‘오리발 전략’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며, 그래도 그것이 통하지 않으면 상대의 악은 거악으로, 자신의 악은 소악으로 취급하면서 거악보다는 소악이 낫다거나 소악은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식의 ‘평범한 악’을 수용하면서 그 이율배반성의 모순을 무마하고 합리화한다는 점이다.

○…‘민족주의 애국’은 외부의 적에 대한 적대감과 증오감을 선동해 동질적인 상상의 공동체를 만들려는 시도다. 이것은 제국주의나 전체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공화주의 애국’은 외부의 적을 상정하지 않고,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동등한 글로벌 시민들이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에 상처받은 서로의 처지를 연민하고 연대하여 민족·종교·인종 같은 차별이 없는 보편적인 문명국가를 만들어 사랑과 우정을 실천하는 시도다. 조국의 ‘애국론’은 ‘민족주의 애국’과 ‘공화주의 애국’을 구별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불평등의 세대』를 쓴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586운동권 그룹의 기득권적 태도를 통계를 통해 학술적으로 비판한다. 그는 586 세대가 민주화운동으로 얻은 기회와 특권으로 후속세대에게 분배되어야 할 부와 권력을 지난 15년 이상 장기적으로 독점하면서 이제는 불평등의 치유자가 아니라 불평등의 생산자이자 수혜자로 등극했다고 비판했다.

#. 근대 문명을 거부한 주자성리학자들

오구라 기조, 채진원, 이철승의 논리에 동의한다면 586 운동권 그룹이 갈 길은 정해져 있다. 그것은 구한말을 대표하는 위정척사 주자성리학자 유인석, 최익현 등이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로 ‘근대 문명의 거부’다. 유인석·최익현이 얼마나 시대착오자들이었는지는 유인석의 저서인 『우주문답(우주문답』이 그 증거물이다.

이 책에서 유인석은 근대 인류가 발전시켜온 자유·평등·입헌제·기독교·신학문·국제법·서양 법률·민주주의 등을 처절하게 거부하고 증오한다. 유인석은 평등이란 “기존 질서를 와해시켜 어지러운 싸움을 일으키는 칼자루”라고 비판했다. 자유에 대해서도 “자유라 하면 사양하지 않고, 사양하지 않으면 다투게 된다. 오늘날 세계의 어지러운 다툼은 평등·자유에서 야기되는 것이다. 이런 일이 그치지 않으면 인류는 쇠잔하여 없어질 것이고 천지는 붕괴한다. 이 상태를 방치하면 인류는 멸망하고 세계는 무너질 것이니 개화파들의 무분별한 평등·자유관은 세계의 최악설(最惡說)”(유인석 지음·서준교 외 역, 『의암 유인석의 사상: 우주문답』, 종로서적, 1984, 135쪽)이라고 통탄했다.

유인석은 공화제와 입헌제가 기본이 된 민주주의도 강력 반대한다. 서양 종교인 기독교를 비롯하여 근대 문명을 가르치는 신학교·여학교·무관학교도 깡그리 거부했다. 최익현도 개화운동 및 의회 설립 운동을 주도한 독립협회 활동을 격렬하게 반대했다.

#. 역사의 후진

이쯤 되면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의 이름으로 원전산업을 초토화시키는 이유, 휴전선을 지키는 선봉 사단을 해체하는 이유, ‘삼성 패주기’라는 이름으로 자유시장경제를 섬멸하려는 이유, 감염병 예방 명목으로 국민을 파쇼 전체주의적으로 통제하는 이유, 미국』일본을 극악무도하게 매도하고 중국을 흠모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이 되시리라 믿는다.

문재인 정권의 중국을 향한 맹렬한 애정, 미국과 일본을 향한 적개심은 조선의 위정척사, 소중화 주자성리학자들과 완전 판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그들의 중국을 향한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를 즉시 이해할 수 있다. 미국, 일본은 그들 시각에서 보면 "야만의 누린내가 진동하는" 오랑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중국을 향한 맹렬한 애정, 미국과 일본을 향한 적개심은 조선의 위정척사, 소중화 주자성리학자들과 완전 판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그들의 중국을 향한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를 즉시 이해할 수 있다. 미국, 일본은 그들 시각에서 보면 "야만의 누린내가 진동하는" 오랑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일본이나 미국은 위정척사 주자성리학자의 후예인 586 운동권 입장에서 보면 유교 민족주의의 적이요, 야만의 누린내가 진동하는 오랑캐일 뿐이다. 중국을 흠모하는 이유는 그들이 “주자의 말이 아니면 감히 듣지 않을 것이며, 주자의 지(旨)가 아니면 감히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외친 노론의 영수 송시열-이항로-유인석·최익현의 정신적 직계 후배이기 때문이다.

유인석은 “복희·신농·황제·요·순·우·탕·문·무와 같은 임금이 있고, 공자·안자·증자·자사·맹자·정자·주자와 같은 성현이 있었다. 그리고 윤상(倫常)·예악(禮樂)·제도·문물 같은 법도가 있고, 육경과 사자(四子) 같은 학문 등이 모두 중국에 있으니 어찌 중국을 사모하지 않겠는가”(유인석 지음·서준교 외 역, 앞의 책, 99쪽)라고 주장했다. 이런 인물들의 정치적·사상적·도덕적 후예가 586 운동권이니 그들이 중국을 흠모하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니겠는가.

어쩌다 우리 정치는 586 운동권 그룹이 겉으로는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으면서도 속으로는 반칙과 특권을 일삼고, 기득권을 탐하는 입신출세자의 상징이 되어 민주공화국의 정신인 공화주의와 충돌하는 선악의 이분법이란 진영논리로 위정척사와 소중화를 부활시키는 주역으로 등장하도록 허용했을까?

1인당 소득 3만 불 턱걸이를 시도하던 대한민국이 소중화, 위정척사의 세계로 후진하여 문명 붕괴를 온몸으로 보여준 사례는 역사적 교훈으로 두고두고 연구 대상이 될 것 같다.

김용삼 대기자 dragon0033@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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