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예비후보 기호추첨으로 막이 오른 국민의힘 4.7서울시장 경선의 향배가 기묘하다. 판세를 좌우할 중대변수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에 의한 ‘역선택’과 ‘여성가산점제’의 파괴력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야말로 기괴한 승부처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대표할 수 있는 ‘야당 정체성’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유력 후보와 맞붙어 승리할 수 있는 ‘본선 경쟁력’이라는 두 가지 잣대가 승부처가 돼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이같은 잣대와 무관해 보이는 엉뚱한 경선규칙이 게임의 결과를 좌우하게 생긴 것이다.

‘야당 정체성’ 및 ‘본선 경쟁력’과 무관한 변수가 국민의힘 경선 좌우할 듯

더불어민주당은 경선에서 50% 반영되는 시민여론조사의 대상을 ‘민주당 지지층’으로 국한시킴으로써 야당에게 패배할 후보에게 지지를 표하는 역선택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이에 비해 국민의힘은 본경선의 승자를 100% 시민여론조사로 가린다. 여론조사 대상을 ‘전 시민’으로 넓혀놓는 관대함을 보인 것이다. 정당내 경선에서 당파성을 배제하는 경선규칙을 도입한 셈이다.

그러나 민주당에게 한 수 접고 들어가겠다는 태도에 다름아니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이 변수는 오세훈 예비후보에게 유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성가산점제도 본선 경쟁력과는 무관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4명의 본경선 예비후보 중 여성은 나경원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이다. 이들 두 명의 승리 가능성을 높여주는 변수이다. 하지만 여성후보가 나가야 본선에서 이긴다는 법칙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5일 서울시장 후보 본경선에 오를 4인에 나경원·오세훈·오신환·조은희 등 네 후보를 확정했다. 8일 기호추첨에선 오신환 1번, 오세훈 2번, 나경원 3번, 조은희 4번을 각각 받았다.

① 민주당 지지층 포함한 여론조사가 국민의힘 후보 결정, 오세훈에게 유리하지만 ‘역선택’ 위험 커

예비 경선에서는 당원 20%, 시민 여론 80%가 반영돼, 4인의 후보가 확정되었다. 본경선에서는 시민여론 100%로 최종 후보가 결정된다. 이같은 규칙은 오세훈 예비후보에게 가장 유리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오 예비후보는 지난 8일 여의도당사에서 "안철수 대표에게 드렸던 입당 제안이 조건부 출마로 비춰지면서 (여론이) 출렁거렸으나, 일반 시민 여론조사에서 1위를 했다"며 "제 저력과 진정성을 서울시민이 인정해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아름답고 멋진 경선을 통해 야권 단일화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자신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나 예비후보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지만, 민주당 지지층까지 포함하는 시민들은 오 예비후보에게 더 많은 지지표를 보냈다’는 말이 회자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나 예비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나 예비후보 측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의 경선 규칙에서는 민주당 권리당원 50%, 민주당을 지지하는 시민여론 50%로 되어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 경선 규칙에는 왜 민주당 지지층까지 포함하느냐’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지만, 본선 경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큰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나 예비후보와 오 예비후보가 본경선에서 붙을 경우,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마지막 여론조사를 하게 된다. 이때 여당 지지자들은 여당 후보가 상대하기 쉬운 후보를 골라서 그 후보가 당선되게 하는 ‘역선택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는 3월 1일, 박영선 전 장관과 우상호 의원 중에서 최종 결정된다. 지금의 여론조사만 두고 볼 때는 박 전 장관이 앞서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박 전 장관과 싸워서 박 전 장관에게 유리한 후보로 역선택될 우려가 있다는 의미이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경선 일정상 3월 2~3일에 걸쳐 시민 여론조사가 실시된다. 이때 민주당의 최종 후보와 맞붙어서 이길 승산이 있는 후보가 결정될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나 예비후보와 오 예비후보 중에서 누가 낙점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예비경선의 결과와 현재 경선 규칙만을 놓고 볼 때는 오 예비후보가 더 유리할 것이라는 일차적 전망이 가능하다.

② 여성가산점 10%는 나경원, 조은희에게 유리...여성후보와 본선 경쟁력은 무관

하지만 결과 예측은 그리 간단치 않다. 특히 나 후보에게 주어진 ‘여성가산점’이라는 카드 한 장의 무게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8일 본경선 기호추첨 자리에서 조 예비후보는 나 예비후보에게 “여성 가산점을 포기하자”고 압박하며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나 예비후보와 조 예비후보는 예선에서 여성가산점 20%를 받았으며, 본경선에서도 10%의 가산점을 받는다.

조 예비후보는 "나 예비후보가 들으면 불편할 수 있겠지만, 여성가산점 때문에 (본경선에서) 이겼다고 하면 옹색할 것 같아 지금이라도 포기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나 예비후보는 "그건 후배 여성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즉각 반박했다. 본경선의 규칙이 오 예비후보에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다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오 예비후보는 여성가산점제의 취지에 공감하면서 나 예비후보를 거들었다. "여성가산점제는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공평하게 정해준 규칙"이라며 "흔쾌히 따르고 앞으로도 여성 우대 정신이 발현돼서 더 많은 여성정치인이 영향력 있는 자리에서 사회를 바꾸기 바란다"고 밝혔다.

본경선의 규칙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판단과 자신감에서인지, 속내를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발언이었다.

이에 대해 야권의 한 유력인사는 “시민 여론조사에서 오 예비후보가 1위에 오른 점은 다소 의외였다. 현재 시민 여론조사 100%로 진행되는 본경선에서도 결과가 어찌될지 예측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 변수는 여성가산점이다. 그 부분에서 박빙으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 가능성과 여성가산점제가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결정하게 됐다는 점에서,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결과를 맞을 가능성도 열려있는 셈이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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