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표 제출을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감사를 지시, 압박감을 줘 사표 받아냈다"

소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선고공판이 열린 9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모습. 2021. 2. 9. / 사진=연합뉴스
소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선고공판이 열린 9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모습. 2021. 2. 9. / 사진=연합뉴스

소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前) 환경부 장관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문재인 정부 인사가 직권남용 혐의로 실형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1부(재판장 김선희)는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김 전 장관과 함께 기소된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 전 장관은 법정 구속됐다.

이 사건 재판부는 김 전 장관에 대해 “피고인은 내정자가 탈락하자 심사 합격자를 모두 불합격하게 하고 당시 인사추천위원이었던 환경국장을 부당하게 전보 조치했다”며 “피고인은 환경부 최고책임 장관으로 마땅히 법령 준수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은 “사표 제출을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감사를 지시하고 압박감을 느끼게 해 사표를 받아냈다”며 “환경부 공무원들이 피고인의 승인 없이 이같은 행위를 할 수 없었음이 명백한데도 공무원들이 알아서 한 것이라며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이란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지난 2018년 1월 환경부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직전 정권인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한 한편 동(同) 부 산하 17개 직위 공모 과정에 환경부가 불법 개입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건이다.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12월 김태우 전 수사관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등을 폭로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당시 김 전 수사관은 “특감반 근무 당시 환경부에서 8개 산하기관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가 담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 사퇴 동향〉 문건을 받아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동부지방검찰청 형사6부(부장 주진우)는 지난 2019년 4월25일 김은경 전 장관과 신미숙 전 대통령균형인사비서관을 직권남용 및 강요,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으며, 지난해 11월2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는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 모두에게 ‘징역 5년’을 구형(求刑)했다.

한편, 지난해 8월 이 사건 증인으로 소환된 대통령균형인사비서관실 소속 송 모 전(前) 행정관은 증인신문에서 “환경부 공무원들이 듣기엔 전 정권에 관련된 사람은 서류 심사에서 통과시키지 말라는 청와대 지침이 있는 것 아닌가”하는 질문에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의 수사 대상이 청와대 관계자들로 확대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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