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이 또 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이번엔 교육문제이다. 문재인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특목고 및 외고를 폐지하기로 했는데, 정작 정부각료들과 정권의 핵심인사들은 자신의 자녀들을 특목고, 외고, 외국어고, 자사고 등을 보내고 있다는 진실이 재확인 된 것이다.

고교평준화 외쳐온 권칠승과 황희의 공통점, “내 자식은 일반고 안 보낸다”

9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8일 취임한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그들이다. 두 후보자 모두 그동안 특목고나 자사고 폐지를 주장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황희 장관 후보자의 딸은 자사고를 다니다가, 지금은 외국인 학교에 재학중이다. 권칠승 장관 역시 지난 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녀의 학교 문제로 얼굴이 빨개졌다. 딸이 고양시의 국제고에 입학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권칠승 장관, 화성으로 이사가면서 딸은 고양 소재 국제고 보내...“딸이 원하는데 어쩌냐” 해명에 민심 폭발

권 장관은 “딸이 고양시에서 태어나서 고양시에 거주했으나 제가 (화성으로) 주소지를 옮기는 바람에 고양시 소재 고등학교로 진학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고양시 국제고에 진학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화성에는 친구가 없어서 다 큰 딸이 사정해서 (국제고에) 가겠다는데 어떻게 말리겠느냐”고 해명하기도 했다.

얼핏 들으면 설득력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은 황당한 주장이다. 고양시에 거주하던 딸의 친구들은 대부분 일반고가 아닌 국제고에 진학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특목고 폐지를 주장하지만 ‘내 딸이 특목고 간 것에 대해서는 내가 보낸 것이 아니라 딸이 간 것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그의 주장은 평범한 서민들을 분노케 했다.

권 장관은 그동안 ‘고교평준화를 통한 공교육 강화’를 주장해 왔다. 권 장관은 20대·21대 총선에서 '고교평준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황희 후보자, 딸은 자사고 다니다가 외국인학교로 전학

황희 장관 후보자도 그동안 공교육 중심의 교육평준화를 주장해왔다. 특히 자사고의 경우, 각 학교별로 철학과 특징 같은 것이 있어야 하는데 무조건 공부만 잘하게 만들려고 한다는 논리를 펴면서 비난을 계속 해왔다.

그런데 황 장관의 딸은 자사고에 입학했다. 더욱이 자사고 1학년 1학기를 재학한 후에 그마저도 자퇴를 하고 서울소재 외국인학교에 재학 중이다. 본인의 자녀는 자사고와 외국인학교를 오가면서 국민들에게는 ‘교육 평준화’만이 살 길이라고 세뇌를 해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외국인학교나 국제학교는 외고보다 상위의 ‘귀족학교’, 연간 학비만 수천만원

더욱이 외국인학교나 국제학교는 학비만 해도 수천만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정부가 폐지결정을 내린 외고보다 훨씬 더 높은 단계의 ‘귀족학교’라는 게 교육계의 정설이다.

일반 서민이 쓸 돈을 안쓰고 모아서 자녀를 외국어고에는 보낼 수 있지만 외국인학교나 국제학교는 언감생심이라는 이야기이다.

결국 권 장관과 황 후보자는 자신이 원하던 대로 특목고 등을 폐지하는데 큰 기여를 했지만, 정작 자신의 자녀는 가장 고비용의 귀족교육 시스템에 편입시킨 것이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권칠승과 황희의 교육철학, “내 자녀는 용이 되고, 너희들은 가재와 붕어의 삶을”

자신의 자녀들은 ‘용’이 되는 교육코스를 밟게 하고, 나머지 국민의 자녀는 일반고에 다니면서 ‘가재와 붕어’의 삶을 연습하라는 게 권 장관과 황 후보자의 교육철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월성 교육을 추구하는 특목고 등을 치열한 경쟁을 불러일으켜 교육을 황폐화시키는 ‘사회악’으로 규정해놓고, 정작 본인은 그 사회악을 실천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들은 “자녀가 원해서”라는 상투적인 해명을 해왔다. 하지만 자녀는 부모의 가치관을 닮는 게 순리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사들의 자녀가 일반고가 아닌 특목고 등에 진학했다면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부모가 자녀에게 일반고가 아닌 특목고 등에 진학해야 경쟁에서 이긴다고 교육해왔을 가능성이다. 이 경우라면 그동안의 모든 언행은 ‘대국민 기만국’에 불과했던 셈이다.

둘째, 부모가 교육 평준화를 강조했지만 자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이 경우라면 자신의 자녀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교육철학을 국민들에게 강요하는 폭력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특히 자녀가 부모의 뜻을 거스르고 특목고나 외국인학교를 가는 경우라도 고위직에 나서서는 안 된다. 자녀가 본인의 뜻을 안 따르고 본인의 인생을 찾아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런데 ‘수신제가치국평천하’가 아닌가. 가정 내에서 자녀 한 명과도 합치하지 못하는 아버지가 다른 부모와 학생들에게 교육평준화를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철학은 ‘특권 교육 철폐“인데...박영선 장남은 외국인 학교, 홍남기 장남은 외고 재학중

이 같은 행태는 황희 후보자나 권칠승 장관만이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고위직을 차지한 여권 인사들 중에 유독 자녀의 학교 문제로 논란을 겪은 경우가 많다.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의 장남은 외국인 학교를 나와 미국으로 유학을 갔고, 홍남기 부총리의 장남은 외고에 재학중이다.

2019년 10월, 당정청이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처음 보도되었다. 당시 자녀를 자사고·외고 등에 보낸 정부 고위직 인사들의 이름이 도마 위에 올랐다. 18개 정부 부처 장관 가운데, 사퇴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포함해 12명(67%)이 자녀를 유학이나 자사고·외고·국제학교 등에 보냈다.

조국은 딸 한영외고 입학 직후 특목고를 ‘현대판 음서’로 맹비난...‘정신착란’ 수준 행태

조국 전 장관은 2007년 "유명 특목고는 비평준화 시절 입시 명문 고교의 기능을 하고 있다"면서 입시제도를 '음서(蔭敍)'에 비유한 적이 있다. 그 칼럼을 쓴 당시는 그의 딸이 한영외고에 입학한 지 한 달여 지난 때였다.

조 전 장관은 연이어 "특목고는 원래 취지에 따라 운영되도록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의 딸은 어문 계열이 아닌, 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에 진학했다. 그 이후 허위스펙으로 의전원을 나와, 의사고시를 거쳐 인턴이 되었다. 조 전장관의 이같은 이율배반적 행태를 두고 ‘정신착란’ 수준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자사고·외고 등 특목고 폐지를 외치는 좌파 성향의 교육감들도 마찬가지다. "자사고는 시대적 소명을 다했고, 정책적 유효 기간이 끝났다"고 주장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장남은 서울 명덕외고, 차남은 대일외고를 졸업했다. 조 교육감은 "정책 입안자의 입장에서는 자사고 폐지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자사고와 특목고를 '귀족학교'라고 비난하며 '상산고 죽이기'에 앞장섰던 김승환 전북교육감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 교육감의 아들은 영국에서 입시를 전문으로 하는 고액 사립교육기관인 칼리지를 거쳐 케임브리지대에 진학했다.

유시민도 외고 및 특목고 반대하지만 딸이 원해서 용인외고 보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딸은 용인외고를 졸업했고, 아들은 자사고인 세화고를 나왔다. 유 이사장은 "딸이 학교(외고)가 좋은데, 일정 학생들만 좋은 교육을 받는 이런 학교(외고)는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모에 이어 자녀까지 내로남불이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정부의 주요 공직자와 교육감들의 자녀는 자사고·외고 등을 나왔는데, 이제 없애겠다니 학부모들이 느끼는 배신감과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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