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문빠’로 불리우는 김어준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간의 오랜 우정에 균열이 생기는 조짐이다. 김어준이 4.7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이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우 의원의 출마포기를 거듭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어준의 사퇴압박 받는 우상호, 배수진 치고 박영선의 ‘치명적 약점’ 공격

아무리 흉허물 없는 사이라고 해도 우 의원으로서는 감정이 상할 수밖에 없다. 김어준의 변심은 근본적으로 박 전 장관의 본선 경쟁력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박 전 장관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 등 누구와 맞붙어도 경쟁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나는 데 비해, 우 의원은 어떤 조사에서도 ‘필패’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 의원은 ‘배수진’을 쳤다.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8일 급기야 박 전 장관의 ‘금태섭 포용론’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금태섭 포용 논쟁을 점화시킴으로써, 자신이 ‘원조 문빠’임을 강조하는 한편, 박 전 장관이 ‘꽃길만 걸어온 아줌마’라는 콘셉트를 은근히 부각시키고 있다.

이같은 우상호의 행보는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지 않지만, 민주당 내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상당한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여권내 선명성 경쟁에 불을 지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내 경선에서 박영선 ‘자질 시비’가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일 박영선, “금태섭 보듬자”...우상호 3일 “금태섭 보듬기는 반 문재인 연대 참여”

발단은 금태섭 전 의원을 포용해야 한다는 박 전 장관의 지난 2일 발언이었다.

박 전 장관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금태섭 전 의원의 출마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금 전 의원과 대화를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우리가 보듬고 가야 하는, 품이 넓은 민주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한 것이다.

이에 우 의원이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경쟁자인 박 전 장관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금태섭 후보를 끌어안는 것이 민주당의 ‘품 넓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박 전 장관을 비판했다. 우 의원은 “(금 전 의원이) 3자 단일화에 참여한다는 것은 ‘반 문재인 연대’에 참여해 대통령을 흔들겠다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과 대척점에 선 순간 우리는 냉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4일 박영선, “당내 사정 잘 모르지만 금태섭은 사춘기 반항, 나는 포용하는 엄마?”

2라운드는 더 심각하다. 박 전 장관이 변명을 하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했다.

지난 4일 여론조사 전문가 박시영이 운영하는 <박시영TV>에서 금태섭 전 의원과 관련된 질문을 받자 “2년 동안 당을 떠나 있어서, 2020년 그 당시의 상황을 정확하게는 잘 모른다. ‘저거 안 되는데, 저런 얘기를 왜 했을까? 이건 너무 나간 거 같은데’ 이런 생각은 했지만, 우리 당원들의 가슴에 소금을 뿌리고 그런 상황까지는 몰랐다”고 변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입장은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같은 마음이라고 했다. “다소 좀 잘못이 있거나 사춘기 때 약간 어긋나 있을 때, 엄마가 좀 이렇게 하는 마음이었는데”라며 우물거렸다.

한마디로 자신이 2019년 4월부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일하는 바람에, 당내 사정에 둔하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금 전 의원이 주요 정치쟁점에 대해 사사건건 문빠 세력과 대립각을 세워온 점을 무시해도 좋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금 전 의원도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금 전 의원을 ‘사춘기 청소년’ 정도로 폄하하면서, 자신이 그런 자녀를 품안에 끌어안는 ‘엄마’라고 비유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박 전 장관의 설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금 전 의원의 탈당사태의 배경이나 과정 등은 잘 모르지만 무조건 감싸 안자는 주장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선심을 쓰듯이 ‘관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은 여당 정치인으로서는 무책임한 태도였다.

지난 4일 박영선 전 장관이 박시영TV에서 발언하고 있다.
지난 4일 박영선 전 장관이 박시영TV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박시영TV 캡처]

“지지율에 취하면 영선씨도 한방에 이낙연 된다” 비난 쏟아져...문빠 세력에게 포착된 박영선의 약점

결국 박 전 장관은 자신의 실수에 대해 “2년의 공백이 낳은 회초리 같은 거였다. 오늘 한수 배운 걸로 하겠다”고 했다.

박 전 장관의 이런 발언에 대해서 비난이 쏟아졌다. “‘꽃길만 걸은 아줌마’와 ‘민주화 투쟁출신 아저씨’ 누가 개혁적일까요?”라는 지적은 우상호 의원과 직접적인 비교를 하면서, 박 전 장관을 비난한 것이다. ‘착한 사람 코스프레 그만하세요’ 혹은 ‘잘하는 것은 잘한다, 못하는 것은 못한다라고 얘기해야 한다. 언제까지 엄마의 마음으로 보듬어줄 것인가?’ ‘지지율에 취해서 한방에 훅 간 이낙연처럼, 지지율에 취해서 실수 연발하면 영선씨도 한방에 훅 갈 수 있다’는 비난까지 다양한 지적이 쏟아졌다.

당내 경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문빠 세력들로서는 ‘박 전 장관의 치명적 약점을 포착한 순간’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박 전 장관의 금태섭 포용발언을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과 비교하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8일 우상호, “금태섭 포용 주장 거두어 달라” 거듭 요구

이런 지적과 비난에 힘입어서인지 우 의원은 8일 TBS의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다시 한 번 박 전 장관을 겨냥했다. “왜 금태섭 전 의원을 품어야 한다는 얘기를 했는지 적절치 않았다. 그리고 이 발언을 거두어 달라”고까지 주문했다. ‘박·우 남매’를 자처하던 두 사람 사이에 깊은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우 의원은 “민주당이 좀더 포용력있게 가자는 말에는 동의를 하지만, 왜 그 대상이 금태섭이냐?”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왜 우리 당의 1위 후보가 포용력을 보여주는 기준으로 금태섭을 품어야 한다고 얘기하냐?”고 덧붙였다.

김어준을 대신한 1일 공장장 양지열 변호사와 대담중인 우상호 의원. [사진=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송 캡처]

남매 자처해온 박영선과 우상호, 경선 다가오면서 불편한 기류

두 사람이 설전을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3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민생 현장 방문 일정에 동행할 때만 해도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반갑게 얼싸안으며 “오래 기다렸다”, “고생했다”는 덕담을 주고받았다. 특히 우 의원은 박 전 장관에 대해 “자신이 당 내에서 유일하게 누님이라고 부르는 2사람 중의 한 명이다”고 말하며 친근감과 남다른 우정을 과시했다.

하지만 여권 관계자들은 ‘경선 최종 일정이 다가오면서 두 사람 사이에도 불편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박 전 장관이 뒤늦게 움직이면서 두 선거 캠프 사이에서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5일 우상호, 박영선을 ‘뽀르르 TV앞에 얼굴 디민 사람’으로 비유?

우 의원은 지난 5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149회>에 출연해서도 박 전 장관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월말 김어준>에서 박 전 장관 인터뷰한 경험을 토대로, 김어준이 “박 전 장관이 좀 여유가 생기고 강력해졌다”라고 추켜세웠다.

이에 대해 우 의원은 “강력해졌다는 생각보다는 뭔가 디펜딩 챔피언의 느낌으로 하는구나. 좀 잘 지키면 경선은 무리없이 되겠네(라고 생각하는 듯한데), 그런데 방심은 반드시 후회를 부른다”며 작심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민주당의 역사와 정신을 가장 잘 계승하는 후보라는 말을 시작했다. 우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신을 영입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을 지근에서 보좌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전국을 다니면서 노사모 회원들과 노숙하며 희망돼지를 팔면서 노무현 후보를 지킨 사람이다. 그렇게 열심히 일한 사람은 모르고, 뽀르르 TV 앞에 나가서 막 얼굴 디민 사람들만 기억하는 게 문제다”라는 발언도 쏟아냈다.

박 전 장관을 ‘뽀르르 TV 앞에 나가서 얼굴만 디민 사람’으로 비유한 셈이다.

탄핵정국 때 노무현 지킨 우상호, 탄핵역풍 타고 손쉽게 금뱃지 단 박영선 저격?

역사성이 ‘단지 친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외롭고 힘들 때 곁에 있어주는 것이다’라며 우 의원은 자신의 역사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잘 된 다음에 그 옆에 가서 곁불 쬐는 건 누가 못하겠어요? 힘들 때 옆을 지킨 사람이 진짜다”라고 강조했다.

우 의원은 자신이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따라서 열린우리당으로 갈 때의 어려움과 고충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당을 흔들고 지도자를 흔들고 혼자 잘먹고 잘 살겠다고 나갈 때, 그 자리를 지키고 깃발을 꾸욱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진보인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자부심이 있다”는 말로 자신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잘난 척하는 것 같아서, 어디서도 한번도 얘기 안 한 걸, 여기서 처음했다”라며 우 의원이 속내를 보였다. 친노 친문의 원조는 자신이라는 것을, 민주당의 역사성이라는 말로 거창하게 포장한 것이다.

2003년 열린우리당이 창당될 때 박 전 장관은 MBC 앵커였다. 박 전 장관은 2004년 당시 정동영 당의장의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탄핵역풍’을 타고 손쉽게 입성했다. 우 의원은 자신이 2003년 탄핵 정국을 뚫고 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한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박 전 장관은 탄핵역풍을 향유하기만한 정치인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김어준, 우상호 서울시장 출마 포기 집요하게 종용

이에 김어준은 “우 의원이 이렇게 열심인 건 처음 본다. (서울시장에 대한) 절실함을 표현하기 위해서 ‘다음 총선에 안 나간다’고 뉴스공장에서 얘기한 적이 있다. 인터넷에서 찾아서, 그거 빨리 지워라”라면서 “너무 길었던 우상호 버전1을 끝내고, 지금 우상호 버전2로 가고 있다. 우상호가 이렇게 매력적인 인간이라는 것이 드디어 노출되기 시작했다”라며 부추겼다.

하지만 김어준이 우 의원을 부추긴 속내는 ‘이번에는 안 되니까, 포기하고 다음을 노려라’라는 것으로 추측된다. “설사 이번에 후보가 안 된다 하더라도 다른 정치인의 길이 열릴 것이다”라고 말로 우 의원을 달래기 시작했다. 이에 우 의원은 “듣다 보니 기분 나쁘네. 이번에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냐?”라며 “김어준 총수의 판단이 틀리다는 것을 한번 보여주겠다”고 강력 응수했다.

우 의원은 다시 한번 “국회의원이 한 번 선출직으로 안 나가겠다고 말했으면 지켜야지, 그걸 뒤엎어서 국민 불신을 부추길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전 장관은 작년 12월에 비해서 지지율이 그대로인데, 나는 2배 정도 올랐다. 이대로라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자신한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우상호의 ‘원조 친노친문’ 전략, 당내 경선에서 중대변수 될까

우 의원은 자신이 친노친문의 원조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당내 친문세력의 지지를 두고 박 전 장관과의 경쟁에 본격 나선 것이다.

여권 친문세력 중의 한 의원은 “금 전 의원을 포용해야 한다는 박 전 장관의 발언은 중도표를 의식한 것이었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에게서는 큰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현실 인식이 문제지만, 해명 발언도 상식적이지 않다”고 비난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잘 보여서 장관을 한번 했지만, 과거부터 ‘자질과 능력에 의심이 간다’는 지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뼈속까지 민주주의자인 우상호에 대한 지지도가 올라가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우상호의 선명성 경쟁 전략은 문빠 표심이 좌우하는 당내 경선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우상호는 당내 문빠 세력에게 박영선이 ‘TV에 얼굴만 디민 사람, 꽃길만 걸어온 아줌마’라는 호소문을 던지고 있는 셈이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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