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법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면 김 대법원장과 임 부장판사 사이의 진실 공방에서 불거진 ‘거짓말’ 논란 때문이 아니라 헌법을 위반한 ‘비위 판사’에게 경징계를 내림으로써 국회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일선 판사를 대상으로 탄핵소추하기에 이르기까지 사태를 방관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박순종 펜앤드마이크 기자
박순종 펜앤드마이크 기자

헌정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논란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점이 하나 있다. 국회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일선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가결할 정도로 중대한 잘못을 저지른 판사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내린 징계 수준이 어째서 ‘견책’에 불과했느냐는 것이다.

현직 법관에 대한 징계는 ‘법관징계법’의 규정에 따른다.

현행 ‘법관징계법’에서는 ‘징계 사유’와 관련해 ‘법관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한 경우’ 또는 ‘법관이 그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로 정하며 법관에 대한 징계 처분은 정직·감봉·견책 세 가지 중 하나로 하고 있다.

가장 강도 높은 징계에 해당하는 정직(停職)은 ‘1개월 이상 1년 이하의 기간 동안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그 기간 동안 보수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하며 감봉(減俸)은 ‘1개월 이상 1년 이하의 기간 동안 보수의 3분의 1 이하를 줄이는’ 것으로 하고 있다. 가장 낮은 단계의 징계에 해당하는 견책(譴責)은 징계 사유에 관하여 ‘서면으로 훈계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4일 판사 출신의 여당·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탄희 의원의 주도했다고 하는 ‘법관 탄핵’의 대상이 된 부산고등법원 임성근 부장판사가 저질렀다는 잘못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과 관련한 칼럼을 작성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서울중앙지법 2014고합1172)과 관련해 임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세월호 7시간’ 관련 의혹은 사실이 아님을 판결문에서 명확히 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임 부장판사를 형법상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했지만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지난해 2월14일 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여기에서 민주당이 문제삼고 있는 부분은 임 부장판사에게 비록 ‘무죄’가 선고됐다고 하더라도 그 판결서에서 임 부장의 행위가 ‘위헌적’이었다는 점이 명시됐다는 것이다. 이번 탄핵소추안을 주도한 이탄희 의원은 “(임 부장판사는) 법원도 판결을 통해 재판 독립을 침해한 반(反)헌법 행위자로 공인한 사람”이라며 “비위 판사가 명예롭게 퇴직하고 전관 변호사로 활약하고 다시 공직에 나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주민 의원 당시 최고위원 시절인 지난해 2월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법원은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임 부장판사가 재판에 개입한 것은 맞고 위헌적이라고 확인했다”며 “위헌적 행위를 한 판사에 대한 적절한 적절한 조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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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징계법’의 내용.(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하지만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2018년 8월 당시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재직중이던 임 부장판사를 서울고법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징계위원회에 직접 회부하고 ‘원정도박 사건에 연루된 프로야구 선수 임창용·오승환 씨 재판에 개입했다’는 사유를 들어 ‘견책’ 처분을 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임 부장판사는 ‘위헌적 행동’을 해 국회의 탄핵소추를 받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중(重)한 잘못을 저지른 ‘비위 판사’다. 그렇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법원장은 어째서 임 부장판사를 징계위에 직권 회부하고도 ‘정직’이 아니라 ‘견책’에 불과한 징계밖에 내리지 않았는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김 대법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면 김 대법원장과 임 부장판사 사이의 진실 공방에서 불거진 ‘거짓말’ 논란 때문이 아니라 헌법을 위반한 ‘비위 판사’에게 경징계를 내림으로써 국회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일선 판사를 대상으로 탄핵소추하기에 이르기까지 사태를 방관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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