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개정안 지방정부 수준 격상 내용 담아
구성 주체 '국민'이 아니라 '주민'이라 규정...외국인도 참정 가능?
세계 각국 기업 유치 통한 성장 추구하는데 한국만 흐름 역행
동성애자차별금지법 근거의 소지가 있는 '등' 표현 삽입

차기환 객원 칼럼니스트
차기환 객원 칼럼니스트

지난 3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 (UAE) 순방 중 전자결재 방식을 통해 헌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조국 민정수석이 3월 20일부터 3일간 헌법 개정안을 일부씩 공개하며 설명을 한 후 정부는 3월 22일 헌법 개정안 전문을 공개하고 국회로 송부하였다. 헌법개정안이 국회로 송부된 후 이낙연 국무총리는 3월 26일 국무회의를 개최하여 단 40여 분 심의한 끝에 원안대로 의결하고 곧 이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여 전자결재를 받았다. 국회에 송부하고 국무회의 심의라니! 현행 헌법 제89조 3호는 헌법개정안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정부가 국회로 헌법개정안을 송부하기 전에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마땅했다. 국무회의 스스로 실질적인 심의를 한 것이 아니라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그럼 헌법 개정안의 내용이 한국 사회의 현재와 미래, 특히 향후 한국의 사회 경제의 주역이 되어야 할 청년 및 아동들에게 이로운 것일까? 헌법 개정안을 가볍게 훑어 보아도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 너무 많다고 생각된다. 

헌법 전문에 ‘부마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을 삽입하였는데 이러한 특정 역사적 사건을 헌법 전문에 포함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프랑스 헌법은 프랑스혁명이 아니라 인권 선언의 가치를 담고 있고, 미국 헌법도 미국 독립전쟁을 언급하지 않고 그들이 지켜 나갈 가치 – 연방 형성, 정의 확립, 국내 안녕 보장, 공동 방위, 국민의 복지 증진, 후손의 자유와 축복 – 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헌법 전문에는 이와 같이 국가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규정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 방법이다. 

이번 헌법 개정안은 지방분권을 강조하여 지방자치단체를 사실상의 지방 정부 수준으로 격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방정부를 구성하는 주체를 국민이 아니라 “주민”이라 규정하여 중국인, 중동인 등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지방정부를 구성하는 선거에 참여할 길을 열어놓았는데 이는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한다(개정안은 주민소환제도 규정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열강이 대립하는 구도 속에서 외국인들이 지방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지방정부의 선거 결과가 총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고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하면 외국, 특히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합법적 통로를 여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또, 지방정부가 조례로 지방세의 종목과 세율까지 정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이중의 부담을 지우기 꼴이 되기 쉽다. 이런 개헌안에 앞서 국세, 지방세 조정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충실하게 해야 할 것인데 중앙정부가 자신의 몫을 내어 놓지 않고 이런 정책을 추진하면 국민에게 2중의 부담이 되기 쉽다. 기본권 부분에 있어 국민에게 보장되는 기본권과 외국인에게도 보장되는 기본권으로 분류하여 후자의 경우 “모든 사람은”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현행 헌법상 외국인은 국제법과 조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지위가 보장되고 헌법에 위하여 체결, 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고 있으므로(현행 헌법 제6조) 그것으로 충분하고 개정안과 같이 기본권을 2개의 유형으로 분류할 필요가 없다. 개정안은 그 분류도 정치(精緻)하지 못하다.

경제 분야의 조항을 보면, 이번 개헌안은 세계적 경제 흐름에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기업 유치 및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사실 현행 헌법의 경제 조항도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구현하기 적절하지 못하고 국가의 경제의 개입 여지를 너무 폭넓게 규정하고 있어 보다 세계 흐름에 맞게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개정안은 오히려 반대로 흐르고 있다. 토지 공개념을 강화하는 조항(제128조), ‘동일 노동 동일 임금(제33조 3항)’등을 규정하여 경제민주화 개념을 강화하고 있고, 현행 헌법상 국가의 노력할 의무를 선언적으로 규정한 사회보장 등에 관한 내용을 장애•질병•노령•실업• 빈곤에 관한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 임신•출산•양육에 관하여 국가의 지원을 받을 권리로 규정함으로써 개인의 주관적 공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가의 재정적 부담이 대폭 늘어날 것은 불문가지이다. 정권 출범 1년도 되지 않아 일자리 창출 명목으로 대규모 추경예산을 편성하고도 오히려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국정 운영 능력에 비추어 위와 같은 헌법 개정안에 따라 정책을 시행하는 경우 재정 적자는 상상 밖으로 급속히 늘어날 것이다. 현행 헌법 하에서도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재산권 보장에 대한 관념이 대단히 희박하다. 최근 수십 년간 그린 벨트에 묶여 있던 토지가 2020년 7월이 되면 그 규제에서 풀리게 되자 국회는 그 토지의 개발과 관련하여 사실상 수십 년간 희생당한 토지 소유자를 배제하고 기업들이 일방적으로 그 토지를 개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도 그 위헌성에 대하여 의식하지 못할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토지 공개념이 강화되면 어떻게 될까? 일반 국민들이 부동산 투기를 잡자고 도입에 찬성한 토지공개념 강화가 그들 자신의 토지, 주택을 의사에 반하여 수용해 버리면 그 때에도 토지 공개념에 박수를 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회 분야에 관한 조항에도 우려스런 부분이 있다. 현행 헌법은 차별금지 사유로 성별, 종교 및 사회적 신분을 들고 있다(제11조 1항). 개정안 제11조 1항은 이와 유사하게 규정하고 있으나 제2항에 “국가는 성별 또는 장애 등으로 인한 차별 상태를 시정하고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기독교계에서는 위 제11조 2항의 “등”의 표현을 “동성애차별금지법”의 헌법적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고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또, 개정 헌법은 어린이와 청소년은 독립된 인격적 주체로서 존중과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제36조 1항)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내용이 과연 헌법 조항으로 규정되어야 할 내용인지 심히 의문스럽다. 현재 초중고교에서 학생인권조례라는 명목으로 학생들에 대한 교육, 지도가 형해화(形骸化)되고 있고 심지어 성교육의 명분하에 부적절한 내용을 교육하고 있으며 학생들에게 성적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위와 같은 내용이 헌법에 규정되면 그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그러한 변화는 최근 홍지수씨가 적절히 지적했듯이 포스트 모더니즘의 흐름을 타고 한국 사회의 문화 및 가정의 약화 내지 해체 현상을 초래할 수 있어 매우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북한이 핵과 ICBM으로 한반도의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를 통한 공론화, 공청회 등의 여론 수렴 절차도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이렇게 헌법 개정안을 던져 사회적 갈등을 키우는 것은 정말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사회의 미래, 특히 청년세대를 위해서라도 보다 신중한 개헌 자세가 필요하고 국민들도 정부 개헌안의 위험성을 인식하여 이런 졸속 개헌은 막아야 할 것이다.

차기환 객원 칼럼니스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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