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본격적으로 '2032 서울-평양 남북 공동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유도한 가운데, 그 근원에는 현 집권 세력의 핵심인 '86운동권' 세력이 이미 30년 전부터 자리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오래 전부터 '2032 서울-평양 남북 공동올림픽'을 물밑 추진해왔는데, 그 연원은 '86운동권'으로 대표되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전대협)'와 맞닿아 있다. 전대협 출신 인물들이 과거 작성했다가 국가안전기획부(國家安全企劃部·국가정보원 前身)로부터 철퇴를 맞은 '이적성 문건'을 통해 그 존재가 확인된 것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오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린 '2021 평창 평화포럼' 개회식에서 사회자 대독 축사를 통해 "강원도가 추진하는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가 2032년 남북 공동올림픽 유치로 나아가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2032년 서울-평양 남북 공동올림픽'은 3년 전인 2018년 북한과 선언했던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언급된다. 바로 4조제2항에서 "남과 북은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공동개최를 유치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는 부분이다.
해당 선언의 일부는 현 집권여당의 핵심인물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불씨를 지폈다. 안 의원의 자서전인 '안민석의 물향기편지'에서 그는 "한반도 정세에서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가 힘들어 보였다. 대통령께 제안드릴 때 9월 평양선언에서 두 정상이 공동올림픽을 합의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면서 이를 "역사적인 합의"라고 표현한다.
안민석 의원이 강조한 '남북공동올림픽'은 안 의원 개인의 의견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남북공동올림픽'은 '전대협'에서 본격 시작됐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산하 평화적 조국통일촉진학생추진위원회(이하 통학추)'의 1988년 통일운동자료 문건 등에 따르면 "민족 대단결을 위한 남·북한 청년학생 체육대회"가 명시돼 있다. '통학추'는 "공동 올림픽과 민족 동질성의 회복"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이같은 내용이 담긴 '통학추' 자료는 대검찰청으로부터 '이적표현물(利敵表現物)'로 종합돼 있다. 문제의 이적 표현물에는 연세대학교 총학생회가 '남북한 청년 학생 체육대회'에 대한 정부 입장을 독촉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서신문까지 실렸다. 이런 내용은 모두 '전대협'이라는 조직체명으로 세상에 공개됐는데,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 우상호 의원을 비롯한 이인영 現 통일부장관까지 모두 '전대협' 소속 간부로 활동한 바 있다.
그중에서도 눈길이 모아지는 인물은 전대협 권한대행 출신 우상호 의원이다. 앞서 전대협 3기 의장 출신인 임종석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이 그를 지지한다고 공개 선언했다. 그런 우 의원은 전날인 지난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봉주 열린민주당 예비후보와 '후보 단일화'를 꾀하고 있다. 그는 이날 "단일화가 보수 야권의 전매특허인 양 생각했나 본데, 이것은 무지의 소치"라고 자신의 SNS에 일침을 날렸다.
당시 야권 후보 단일화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던 86운동권 세력들이 지금의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셈이다.
'남북 공동올림픽' 말고도 '후보 단일화'를 두고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現 통일부 장관의 30년 전 행태도 나타난다. 그는 지난 해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지적된 '동지여 전진! 동지여 투쟁!' 문건에서 "선거를 통해 통일 단결해 나가는 것은 오직 투쟁을 함께 벌여나가는 과정"이라며 "우리가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대상은 추상적인 '아무나'가 아니라, 명확하게 한 사람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후보단일화'에서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발언이 담겼다.
'남북 공동올림픽'에서부터 '야권 후보 단일화'까지, 모두 '전대협'으로 통칭되는 86운동권 세력의 '그림자'가 나타난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 공동올림픽'의 근원에는, 안민석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최근 여권에서 '후보 단일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우상호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인영 장관의 과거 행적이 모두 담긴 '일련의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한편, 서울시가 물밑 추진하고 있는 '2032 서울-평양 남북공동올림픽'은 이미 박원순 前 서울시장의 주요 관심사업이기도 했다. 박 前 시장은 지난해 6·25 전쟁 70주년 당일 '남북 공동올림픽 유치'를 지원해달라고 말한 바 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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