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부터 5년간 전국에 83만6000 가구의 주택을 풀어 공급을 확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공급 지역이나 내용이 부족하고, 기존 민간조합을 배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서울의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공공 시행 재건축에 얼마나 참여할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은 결국 수익성 문제로 향후 대규모 적자를 메꿔야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단독으로 재개발·재건축을 시행하는 '공공직접시행정비'에 대해 대다수 정비 사업장은 거부감을 내비쳤다.

공공직접시행정비 사업은 LH·SH공사 등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직접 시행하며 사업·분양 계획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기존 민간조합이나 추진위는 배제된다. 재개발 사업은 공공이 단독·공동 시행자로 나선 사례가 다수 있으나 재건축 사업에서 공공이 시행자로 나선 적은 여태껏 한 번도 없었다.

정부는 기존 정비 사업장이 희망하면 공공 직접 시행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이미 선정한 업체를 승계하고, 매몰 비용도 보전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나 조합과 추진위의 반응은 냉담하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대다수 도시정비 사업장에서 사업성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는 부분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공공이 단독으로 시행에 나선다는 사실에 불신과 의혹을 가지고 있다"며 "조합이 사업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상실하는 부분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대형 재건축 단지 조합장도 "조합원들이 민간 재건축 자산을 정부에 신탁하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며 "정부가 두루뭉술한 공급 대책을 내놓고 정비 사업장에 따라오라고 여론몰이하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공급 대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대책은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만약 사업이 실제 추진된다면 다음 정부는 주택 입주시점에 맞춰 대책이 필요하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종원 아포유 대표는 "이번 대책은 정부 초기에나 발표할 만한 대책"이라며 "실제 주택 입주까지 7년 이상 걸리고, 구체적인 공급 지역과 내용도 빠져 정부에서 발표한 숫자와는 달리 실제로 공급 물량이 그만큼 풀릴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의 수익성도 문제다. 사익이 아닌 공익을 내세우는 무리한 사업으로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란 진단이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주택도시(SH) 공사는 적정 분양원가 대비 비싼 가격에 팔았다는 의혹에 "공익을 위한 임대사업으로 연간 3500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또 공급량에만 치중한 결과 관광호텔을 개조해 주방과 세탁실을 공유하는 주택을 야심차게 내놓을 정도로 주거의 질은 퇴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