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와 쌍용차, 한국GM 등 외국계 완성차 3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쌍용차는 협력업체의 납품 거부로 공장 가동을 멈췄고, 한국GM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의 직격탄을 맞으며 감산을 결정했다. 르노삼성차는 작년 임금·단체협상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지난 3일부터 평택공장 가동을 멈춘 상태다. 자금난이 가중되자 일부 부품업체가 미결제 대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부품 납품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오는 8일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부품 협력업체와의 협상 결과에 따라 생산 재개는 더 미뤄질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쌍용차는 이날 입장 자료를 내고 단기법정관리인 P플랜(Prepackaged Plan)을 차질없이 추진해 조기에 경영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현재 원활한 P플랜 추진을 위해 마힌드라 그룹 및 잠재적 투자자와 P플랜 관련 절차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사전회생계획안 등을 마련해 채권자 동의 절차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지난 2일 쌍용차의 P플랜 돌입 문제에 대해 잠재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가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쌍용차 회생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300여곳의 중소 협력사로 구성된 쌍용차 협력사 비상대책위원회도 전날 호소문을 내고 "쌍용차가 생산 재개를 통해 조기 회생을 하지 못한다면 열악한 경영상황에 처해 있는 중소 협력사는 연쇄 부도로 인해 대량 실업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한편 한국GM은 작년 말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2만5천대가량의 생산 손실을 빚었다. 

이에 지난달 28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한국에서 겪는 지속적인 (노조) 쟁의 행위가 투자를 어렵게 한다"며 장기적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카젬 사장은 "자유무역협정(FTA), 안정적인 경제, 엔지니어링 분야 높은 전문성·제조 능력 등 투자를 유발하는 분명한 강점이 있지만 노동 관행들과 규제의 확실성 면에서 한국은 선진국과 비교해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GM은 올해엔 생산 안정화에 주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연초부터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 사태를 맞게 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GM은 8일부터 미국 캔자스주 페어팩스, 캐나다 온타리오주 잉거솔, 멕시코 산루이스 포토시에서 차량 생산을 완전히 중단하고 부평 2공장은 다음주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한국GM은 "글로벌 구매·공급망에 통합된 구매조직이 현재 부품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부품업체들의 반도체 수급에 대한 방안을 찾고, GM과 한국GM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희망퇴직과 임금인상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본사인 르노그룹이 르노삼성차에 수익성 강화를 주문한 가운데 르노삼성차는 연초 비상 경영에 돌입하며 임원 40%를 감원하고 남은 임원의 임금 20%를 삭감했다. 또 8년 만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희망퇴직 카드도 꺼내 든 상태다. 노조는 희망퇴직 등에 반발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2020년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 르노삼성차 노사는 이날도 본교섭을 할 예정이지만 사측이 유동성 위기를 이유로 노조의 기본급 7만원 인상 등의 요구에 부정적이어서 양측의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르노삼성차는 작년 내수 시장에 신차 6종을 출시했음에도 9만5939대 판매에 그치며 내부 목표인 10만대 판매 달성에 실패했다. 작년 700억원대의 적자와 -3%가량의 영업이익률이 예상된다. 파업권을 쥔 노조는 일단 회사 측 제시안에 따라 내주 파업 수위를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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