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길 듣겠느냐...오늘 사표 수리하면 탄핵 얘기 못 한다"
'법관 탄핵' 대상 된 임성근 부산高法 부장 판사, 4일 녹취록 공개
'거짓말' 의혹이 사실로..."사법부 독립성을 지켜야 할 대법원장이 여권과 공모해 '법관 탄핵' 추진...?"
일선 판사들, "참담하다"...국회의원 사실확인에 거짓 해명 제출한 자들은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

“내가 사표를 받으면 국회 탄핵이 안 되잖아…….”

지난해 5월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 판사가 김명수 대법원장을 찾아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대해 김 대법원장이 ‘탄핵’을 운운하며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임 부장판사 측 변호인이 4일 임 부장판사와 김 대법원장 간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에게 “사표 수리, 제출 그런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한다”며 “(여당에서) 탄핵하자고 하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무슨 이야기를 듣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법원장은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명수 대법원장.(사진=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사진=연합뉴스)

앞서 해당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은 “작년 임 부장을 면담한 것은 맞지만 오간 얘기는 확인할 수 없다”는 피력했다. 대법원 역시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실에 제출한 관련 답변서에서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없고, 일단 치료에 전념하되 신상 문제는 향후 건강 상태를 지켜보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임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사실과 다른 발표를 했다”며 입장문을 내고 김 대법원장이 자신에게 ‘탄핵’ 관련 발언을 했다고 주장한 데 이어 녹취록까지 공개하는 것으로 대응한 것이다.

녹취록 전문이 공개되면서 김 대법원장의 해명은 이제 거짓으로 드러났다. 국회 답변서에도 거짓 해명이 적힌 만큼, 해당 공문서 작성에 관여한 자들은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같은 사실이 확인되자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여당·더불어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뒤 국회에서 불붙었다는 ‘법관 탄핵’ 관련 논의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법원장으로서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기는커녕 여권과 공모해 사법부 독립의 근간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의 정치 편향성은여러 차례 지적됐는데, 이번 사안은 훨씬 더 적나라하다”는 식의 평가와 함께 김명수 대법원장이야말로 ‘탄핵’ 대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판사들 사이에서는 참담하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한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임 부장판사가 김 대법원장을 만나고 나온 직후 ‘내가 탄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해서 의아했다”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는 “인권법(국제인권법연구회) 판사 출신 여당 의원들이 일제히 판사 탄핵을 공식화하고, 이 단체 회장을 지낸 김 대법원장이비슷한 시기 법관 면전에서 탄핵 이야기를 꺼낸 것”이라며 “법관 탄핵 자체가 여당과 김 대법원장의 합작품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그런 사실이 없다”며 해명에 나섰던 대법원은 “입장이 없다”는 식으로 태도를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이하 조선일보가 공개한 녹취록 전문(全文).

1.

이제 사표 수리 제출 그러한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뭐 그걸 생각해야 하잖아. 그 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되고.

지난 번에도 얘기했지만 나는 임부장이 사표내는 것은 난 좋아. 내가 그것에 관해서는 많이 고민도 해야 하고 여러 가지 상황도 지켜봐야 되는데.

2.

지금 상황을 잘 보고 더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

그리고 게다가 임부장 경우는 임기도 사실 얼마 안 남았고 1심에서도 무죄를 받았잖아.

3.

탄핵이라는 제도 있지. 나도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탄핵이 되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데.

일단은 정치적인 그런 것은 또 상황은 다른 문제니까.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아.

관련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