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당시 대법원장은 탄핵 문제로 사표 제출을 반려한 사실이 없다" 해명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입장문..."대법원 해명 사실 아니다" 반박
진보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김명수 대법원장, 정치편향성 논란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퇴임을 앞둔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해 4월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하며 “사표를 받으면 탄핵이 안 된다”고 말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대법원장은 이같은 주장 내용을 부인했지만 당사자인 임 부장판사는 직접 입장문을 내고 김 대법원장이 그같은 말을 한 사실이 있다고 반박했다.

조선일보의 3일 보도에 따르면 임 부장판사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제출한 것은 지난해 4월의 이었다. 이때 임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을 찾아가 “몸이 아파 법관 일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고 한다. 당시 임 부장판사는 건강 악화로 수술을 받은 직후였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은 “지금 국회에서 (소위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판사 탄핵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사표를 받으면 (임 부장판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이 안 되지 않느냐”고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사진=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사진=연합뉴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이뤄지도록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일부러 받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국회가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는 법관은 현직에 있는 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 무렵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소위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해 사법부가 줄줄이 ‘무죄’를 선고하자 “판사들에 대한 탄핵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그로부터 1년여가 흐른 지난 1일 여당·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상정됐다.

그러면서 신문은 “김 대법원장의 해당 발언은 작년 하반기부터 법원 내부에서 퍼지기 시작했다”며 “이를 전해 들은 일선 판사들 사이에선 ‘법관 독립을 지키는 대법원장이 현직 판사 면전에서 탄핵을 말했을 리 없다’ ‘사실이라면 김 대법원장이 탄핵감’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일부 판사들 사이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인간적으로라도 임 부장에게 이럴 순 없다”고 했다고 한다. 임 부장판사와 김 대법원장 사이의 인연 때문이다.

신문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지난 2017년 본인의 국회 인사청문회 전후로 사법연수원 2년 후배인 임 부장판사에게 ‘국회 임명동의안 통과를 위해 친분 있는 야당 의원들과 접촉해 설득해 달라’는 취지의 도움을 요청했고 임 부장판사는 이 요청을 승낙했다고 한다.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사진=연합뉴스)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조선일보에 “작년 임 부장을 면담한 것은 맞지만 오간 얘기는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대법원 역시 이날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실에 제출한 관련 답변서에서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와 면담했고 그 자리에서 임 부장판사의 건강 문제와 신상에 관한 얘기가 오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당시 대법원장은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없고, 일단 치료에 전념하되 신상 문제는 향후 건강 상태를 지켜본 후 생각해 보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임성근 부장판사 입장문 “대법원, 사실과 다른 해명했다”

이에 대해 임 부장판사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대법원이 오늘 사실과 다른 발표를 했다”고 반박했다.

입장문에서 이날 임 부장판사는 “작년 5월22일 김 대법원장을 면담하기 직전 법원행정처장에게 (사표에 관한) 보고를 했으며, 대법원장과 면담하면서도 담낭 절제, 신장 이상 등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음을 보고했다”고 밝히면서 “당시 김 대법원장은 ‘임성근 부장판사가 사표를 제출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대법원장은 여러 정치적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탄핵 논의를 할 수 없게 돼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수리 여부는 대법원장이 알아서 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임 부장판사 스스로가 대법원의 해명이 거짓임을 밝히고 나서면서 법조계에서는 “김 대법원장의 정치 편향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충격적 사건”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의 후신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낸 바 있는 인물로써, 대법원장 취임 직후 전임인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하겠다며 법원행정처 판사들의 업무용 PC를 강제로 열어보고, 인권법 출신 비주류 판사들을 행정처 핵심 요직에 기용하는 등의 조치로 법원을 분열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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