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 직원 "돈을 감당할 주체가 없는데 왜 검토를?"
"그나마 제1안이 현실성 있는데 여전히 말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지"
"北에 원전 지어주고 중대사고 나면 누가 책임지나?"
원전 매개로 北이 한국에 예속되리란 주장에는 "오히려 한국이 끌려다니게 될 것"

(사진=SNS 캡처)

원전 설계부서 경력이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소속 직원이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날 공개한 북한 원전 건설 관련 문건의 내용에 대해 "결론적으로 추진할 생각이 없었으면 검토할 거리조차 아니다. 돈을 감당할 주체가 없는데 왜 검토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소속 연구원 A씨는 2일 자신의 SNS에 "산업부가 공개한 세 가지의 북한 원전 추진안 중에서 일단 제2안은 말이 안될 것 같다"며 "설마 0.3g 내진 성능을 가진 원전을 짓는데 지반 공사도 없이 대충 흙 올려서 격납건물만 지으면 된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요?라고 했다. 산업부 문건에서 지적한 바와 마찬가지로 DMZ 내에 원전을 짓는 문제는 지질조사 결과에 따라 부적합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제3안 역시 경북 울진의 신한울 원전에서 북한까지 송전설비를 구축하고 송전해주는 비용 등을 계산하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A씨는 "그나마 제1안이 KEDO를 해봤으니 현실성이 있는데, 여전히 말이 안되는 건 마찬가지"라며 "원전은 (지어)주기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가동을 유지하려면 핵연료 공급이 지속적으로 되어야 하고, 규제비용부터 정비와 점검, 기기교체가 모두 수행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A씨는 "우리 노형을 SRO(원자로 조정 감독자)도 없이 북한 사람들끼리 운전하라고 던질 수는 없으니 운전원도 계속 공급이 되어야 한다"며 "핵연료와 주기기를 교체할 때마다 유지보수하러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애프터서비스 없이 노형만 줬다가 북한에서 중대사고를 내면 누가 책임을 지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에서 원자로 정지할 때마다 검사하고 원안위(원자력안전위원회)가 가동승인 내줄건가? 원안위가 가동승인 안한다고 거기서 듣기나 할까?"라고 반문했다. 

A씨는 "전기를 팔지 않고 주기만 해서는 이 모든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다"며 "원전 2기만 지어주고 끝낸다 해도 건설비 감당하기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A씨는 산업부가 공개한 문건 내용을 두고 "추진할 생각이 없었으면 검토할 거리조차 아니다"며 "돈을 감당할 주체가 없는데 왜 검토를 해요?"라고 했다.

A씨는 이처럼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원전을 매개로 북한이 한국에 예속될 수 있으리란 희망 섞인 기대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절대 예속은 안될 것이다"며 "경수로 연료는 어차피 거기서 거기라 직접 만들거나 중국과 러시아에서 사오면 되고 계측기 고장나면 고장난대로 돌리거나 역시 자기 우방에서 사오면 되니까"라고 했다. 이어 "어차피 지어주는 순간 기기 스펙은 전부 공개되니까 자기들 힘으로도 충분히 운영가능하다"며 "그러다 사고 내면 우리나라 원전산업만 궤멸되겠죠"라고 했다. 그는 "제3안처럼 언제든 끊을 수 있는 송전방식이면 몰라도 제1안이면 오히려 우리나라가 끌려다니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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