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국가정보원장. 오른쪽은 김상균 2차장. 2019.11.4 (사진=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서훈 국가정보원장. 오른쪽은 김상균 2차장. 2019.11.4 (사진=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에서 작성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 방안' 문건이 지난 1일 공개된 가운데, 이같은 대북 사업의 그늘 속 숨겨진 핵심 실무자가 누구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펜앤드마이크는 지난달 29일 '북한 원전 건설 의혹'의 막후에 서훈 청와대 現 국가안보실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바로 서훈 실장의 북한 지역에 설치됐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대표로 실제 북한에 상주하며 총괄 실무를 담당했던 이력 때문이다.

"북한 원전에 대한 전력 수급 관계를 그 만큼 깊이 아는 사람이 없다"는 한국전력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증언도 이같은 증언을 뒷받침해주는 부분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지난 1일 공개한 '180514_북한지역원전건설추진방안_V1.1'에서도 '북한 원전 건설 추진안'에 대한 이야기가 실렸는데, "KEDO 부지를 1차적으로 검토하라"는 문구를 통해 더욱 힘이 실린다. 왜 서훈 실장이 막후로 지목됐던 것일까.

'북한 원전 추진 의혹'에 휩싸인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180514_북한지역원전건설추진방안_V1.1.pdf' 문건을 공개했다.2021.02.01(사진=산업부)
'북한 원전 추진 의혹'에 휩싸인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180514_북한지역원전건설추진방안_V1.1.pdf' 문건을 공개했다.2021.02.01(사진=산업부)

서훈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첫 국가정보원(國家情報院·국정원) 수장을 맡아 지난해 7월까지 3년간 국정원장직을 수행했다. 그러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영전했다.

그가 막후에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의 근거는, 산업부 직원들이 감사원 감사 과정 중 삭제했다가 적발돼 문제가 된 '북한 원전 문건'과 'BH' 관련 문건의 생산 시기가 2018년 5월 초순경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대북 업무' 특성상 대통령 직속 기관인 국정원, 통일부 산하 남북교류협력실과 정세분석국 등이 전담하고 있는데, 그 시기가 서훈 실장이 3년간 국정원장직을 역임하고 있던 시기와도 일맥 상통한다. 그렇다면 서훈 실장에 이어 국정원에서 현 정부와 코드를 맞추며 '핵심 실무자'로 지목된 인사는 대체 누구일까.

그 인물은 '김상균 現 국정원장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다. 정보통에 따르면 1962년생인 김 보좌관은 국정원 정규과정 출신으로, 국정원에 입부(入部)해 줄곧 '대북전략'을 도맡았던 인물이다. 관가에서는 그에 대해 '말 수가 거의 없는' 인물로 봤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차장급으로 발탁됐다. 2002년 남북정상회담 및 6·15 남북공동선언 이행 등의 업무를 인정받아 근정포장을 받았다.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국정원에서부터 이미 서훈 관계관과 가까운 관계였다는 후문이다. 다음은 그에 대한 관가 인사들의 증언.

김상균 당시 국정원 2차장이 2019년 1월2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 3차회의에 입장 중이다.2019.1.22(사진=연합뉴스)
김상균 당시 국정원 2차장이 2019년 1월22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 3차회의에 입장 중이다.2019.1.22(사진=연합뉴스)

▲ 서훈 실장과 김상균 씨는 서로 오랫동안 알고 지냈습니다. 이미 십수년 전부터 가까운 관계였달까요.

▲ 서훈 원장이 떠난 이후 국정원 전반에 대한 실무 인수인계를 그가 박지원 신임 원장에게 해줬다고 합니다.

▲ 과거 서훈 실장이 KEDO에 있었을때 연락하던 인물인데요, 그때부터도 이미 함께 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말 수가 정말 없습니다. 아마 그의 행적을 찾기가 결코 만만치 않을 겁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말 수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 대북관(對北觀) 말입니까? 글쎄요. 정확하게 어떤 생각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요즘 보면 대한민국을 위해서 하는 것인지...

'북한 원전 추진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김상균 보좌관의 행적은 어떠했을까. 2018년 4월5월, 남북정상회담에서의 경호 등 실무협의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시작됐는데 우리 정부 대표단 5명 중 수석대표가 김상균 당시 국정원 2차장이었다. 최근 북한 원전 의혹에 대해 집권여당 측의 논리를 강조했다가 역풍을 맞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도 이들 중 한 명이다. 게다가 그해 3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이 北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서훈 원장과 김상균 차장이 자리를 함께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장급 인사로서는 다소 이례적인 대목일 뿐더러, 국정원의 주요 업무 준칙으로 알려진 '부서간 차단의 원칙'을 넘어 신임 박지원 원장에게 국정원 업무 전반을 '총괄 인수인계' 하는데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내에서 그의 실권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결국 김상균 차장은 정치인 출신의 신임 박지원 국정원장이 임명되자 그로부터 불과 4개월만에 국정원장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영전했다.

박지원 국정원장과 김상균 국정원장 외교안보특별보좌관.(사진=연합뉴스)
박지원 국정원장과 김상균 국정원장 외교안보특별보좌관.(사진=연합뉴스, 국회 사진기자단)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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