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삭제한 17건 중 1건인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방안' 문건 공개
北에 원전 건설 지원하는 제1안부터 제3안까지의 방안 제시
"국내에선 탈원전 정책으로 중단시킨 신한울 3·4호기 공정
북한의 KEDO 인근 부지에서 재개하자"...유력한 방안으로 꼽아
누구 지시로 누가 작성했으며 폐기까지 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산업통상자원부가 감사원 감사를 앞둔 시점에 황급히 삭제한 북한 원전 건설 관련 문건 일부를 공개했다. 산업부가 "부처 내에서 아이디어 차원으로 검토한 자료"라고 해명했음에도 정치권 파문이 거세지자 일부를 전격 공개한 것인데 당장 그 내용을 두고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건설이 중단돼 공정이 멈춘 신한울 원전 3·4호기의 주기기를 북한으로 옮겨 원전을 짓는 방안이 가장 설득력있는 방안으로 우선시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문건들이 누구의 지시로 작성돼 어떠한 보고 과정을 거쳤는지를 캐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업부는 1일 본문 4쪽과 참고 2쪽 등 총 6쪽 분량의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방안' 문건을 공개했다. 북한에 원전 건설을 지원하는 제1안부터 제3안까지의 방안이 담겨 있다. 끝에 참고 2쪽은 과거 YS정부 당시 북한에 경수로 2기를 지어주기로 합의하면서 시작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의 실패와 뒷수습 과정의 요약본이다. 문건을 보고받는 이에게 지난 실패에서 반면교사를 삼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읽힌다.

우선 제1안은 함경남도 금호지구의 과거 KEDO 부지 인근에 원전 모델 'APR1400' 2기를 지어주는 방안이다. 북한이 희망했던 지역인데다가 KEDO 당시 지질조사와 부지정리가 상당부분 이뤄진 곳이어서 신속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특히 북한 내 해당 부지의 특성을 고려해 종합설계를 따로 해야겠지만 우선 당장 제작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APR1400)용 원자로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단점으로는 북한 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통제 문제 등이 거론됐다.

제2안은 DMZ에 신규 원전 모델인 'APR+/SMART'를 지어주는 방안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분 등 핵물질에 대한 통제가 북한 내 원전일 경우보다 용이하고, 신규 원전 모델을 처음 시도해 향후 원전 수출 지원이라는 상징성 확보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기재했다. 단점으로는 지질조사 결과에 따라 건설이 불가능할 수 있는 점, 북한 내부로 신규 송전망을 구축해줘야 하는 점, 공기지연 및 사업비 증가 등 신규 원전 모델의 리스크가 있을 수 있는 점 등을 꼽았다.  

제3안은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으로 백지화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마저 마치고 동해안 지역을 통해 북한에 전력을 공급해주는 방안이다. 장점은 이미 진행됐다가 멈춘 사업을 재추진하는 것이라 앞의 어떤 방안보다 공기단축 및 사업비 절감이 가능하며 국내에서의 핵물질 통제가 안전히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수정해야 하며 북한이 북한 내 원전이 아니라며 반발할 가능성이다.

산업부는 제3안까지를 고려한 뒤 마지막 '검토의견'에서 제1안을 가장 설득력 있는 방안으로 제시했다.  

제1안이 소요시간과 사업비를 과다지출하지 않을 수 있으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라는 에너지전환 정책의 일관성도 함께 가져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부는 당연히 이 같은 구상이 미북 간 비핵화 협상 내용과 수준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구체화될 때 원전 건설의 세부적인 추진 방안을 추가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산업부 측이 감사원 감사를 앞둔 주말 밤 11시경 사무실에 들어와 2시간 넘는 시간동안 삭제한 문건 17건 중 이번에 처음 공개한 1건만 봐도 국내 탈원전 정책과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병행은 상당한 논란거리다. 국내에선 탈원전 정책으로 중단시킨 신한울 3·4호기 공정을 북한의 KEDO 인근 부지에서 재개하는 방안이 산업부 내에서 유력하게 검토된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즈음에 작성됐다 폐기된 문재인 정부의 북한 원전 건설 검토 자료들은 누구의 지시로 누가 작성했으며 폐기까지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상부 지시에 따라 마지못해 작성한 느낌이 든다"며 "언젠가 공개되면 문제가 될 상황을 예견하고 책임을 회피할 disclaimer(주의 경고문)까지 만들어 놓는 것도 이를 암시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산업부가 이날 공개한 1건의 문건에 대해 "북한 관련 문건 17건 중 1건만 공개한 것은 '도마뱀 꼬리 자르기'이며 산업부 스스로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보여준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관련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