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신공항 등 동남권 신공항 건설 추진 일지 그래픽.(사진=연합뉴스)
가덕도 신공항 등 동남권 신공항 건설 추진 일지 그래픽.(사진=연합뉴스)

정치권의 현행법 뭉개기 천태만상이 만천하에 까발려졌다. 바로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표심얻기 수단으로 전락하면서부터다. 그 과정에서 여야 모두 엄연히 명시된 현행법을 '특별법'으로 제치려는 행태가 포착된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권능인 입법권이 여야 구분없이 지역문제로 빨려들어가는 모양새다. 경상도 최대 현안인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작된 '신공항'이 '특별법'으로 포장돼 우후죽순 발의되면서 정작 현행법은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입법권'에 의한 '현행법' 갈아치기다. 그야말로 주객전도다.

1일 국회에 발의된 '신공항 특별법'은 총 4건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37명과 민주당 소속이었던 의원 1명이 발의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안(2105759)'이 지난해 11월27일 발의됐고, 그로부터 4일 전에도 부산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발의됐다. 지난달 29일에는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특별법이 발의됐는데, 지난해 9월22일에도 대구통합신공항 관련법안이 제출됐다. 모두 '신공항 특별법'이다.

이들 4개 법안의 공통점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가능성'이다. 그렇다면 '예비타당성조사 등 사전절차 면제 및 단축 조항'은 어떤 문제도 없다고 볼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제출.(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제출.(사진=연합뉴스)

그렇지 않다. 우선,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는 국가재정법 제38조를 근거로 시행되는 재정 검증 절차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장관은 대규모 사업의 예산 편성을 위해 미리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대규모 사업이란,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사업을 뜻한다.

재정 누수를 막고자 만든 방어장치는 선거를 앞두고 등장한 각종 특별법으로 무력화됐다. 국회는 이를 어떻게 봤을까.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1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 I·II 보고서'에 따르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의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명시했다. '예산낭비를 방지하고 국가재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예비 타당성 조사를 의무화하고 있는 국가재정법의 입법취지'에서 어긋났다는 것이다. 즉, "국가 재정의 건전성 건전성 및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고려해 타당성에 대한 사전적 검토를 충실히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특별법을 발의한 상태다. 지난해 4월, 오거돈 前 부산시장이 여직원 성추행 사실을 시인 후 사퇴하면서 시정 공백이 발생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두 정당은 모두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내놨다. 그렇다면 정부가 내놓은 동남권 신공항 사업 검토 보고서에서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국토교통부가 한국교통연구원을 통해 발간한 '영남권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 보고서'를 비롯해 국토교통부의 김해신공항 보고서에 따르면 오히려 '김해 신공항'을 강조한다. 사업비만 하더라도 4.17조원이 들어가는 김해 신공항은 타 공항보다 1년간 3천800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도 불과 3개월전인 지난해 11월 완전히 뒤집히고 말았다.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를 발표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2020.11.17(사진=연합뉴스)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를 발표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2020.11.17(사진=연합뉴스)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경남 김해 신공항 안건'은 문재인 정부에 의해 뒤집힌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국무총리였던 시절 편성된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는 지난해 11월17일, 경남 김해 신공항 안에 대해 "근본적 검토"라는 판정을 내렸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2월, 부산 지역 인사 간담회 당시 "부산 시민들이 신공항에 대해 말씀하시는 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오전 부산시당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3일 전인 지난달 29일 부산시당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특별법 통과를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결국, 당초 6년전 '동남권 신공항' 타당성 검토에 따른 결과가 나왔지만 선거가 다가오자 정부와 국회 여야 모두 '부회뇌동(附和雷同)' 하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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