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CNN과 첫 인터뷰 “십대 딸에게 더 나은 삶을 주기 위해 아내와 함께 쿠웨이트에서 망명”
“현 대북제재는 유례없이 강력...대북제재는 계속돼야”
"김정은은 핵무기가 생존의 열쇠라고 믿어"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1일(현지시간) 미 CNN과 첫 인터뷰를 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1일(현지시간) 미 CNN과 첫 인터뷰를 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1일(현지시간) 미국 매체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류 전 대사대리는 김정은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대가로 무기 감축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지난 2019년 9월 탈북해 한국에 정착 중인 것으로 지난달 25일 국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관은 걸프 지역에 있는 북한의 유일한 대사관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오만을 동시에 관장한다. 류 전 대사대리는 김정일 일가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노동당 39호실을 총괄했던 전일춘의 사위다. 그는 아내와 자녀 등 가족과 함께 탈북했으며 자녀의 미래를 위해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전 대사대리는 이날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무력은 정권의 안정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김정은은 핵무기가 그의 생존의 열쇠라고 믿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국 행정부들이 전체주의 국가와의 협상에서 비핵화를 요구함으로써 그들 자신을 코너에 가두었다며 “미국은 비핵화로부터 퇴각할 수 없으며 김정은은 비핵화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십대인 딸에게 더 나은 삶을 주기 위해 아내와 함께 쿠웨이트에 있을 때 망명 한 달 전쯤에 탈출을 계획했다고 CNN에 밝혔다.

그는 만약 그들이 붙잡혔다면 북한의 요원들이 그들은 평양으로 재빠르게 끌고 갔을 것이라며 김정은 체제에서 ‘변절’은 매우 골칫거리로 간주되며 가볍게 다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딸을 학교에 태워다주면서 이 같은 탈출 계획에 대해 말했다고 밝혔다. 그가 딸에게 “엄마 아빠와 함께 자유를 찾아 떠나자”고 말하자, 딸은 충격을 받을 것처럼 보였고 ‘알겠다’는 대답만 했다고 류 전 대사대리는 CNN에 말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망명을 하기 위해 쿠웨이트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 가족을 데려갔다. 며칠 후 그들은 한국으로 떠났다.

CNN은 “북한에 가족을 남겨둔 채 망명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CNN에 “북한정권은 망명을 막기 위해 직계 가족과 친척들을 처벌한다”며 “특히 외국에 주둔하고 있는 외교관들은 부모의 탈출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아이들을 북한에 인질로 남겨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21세기에 이처럼 중세적이고 집단적인 가족처벌 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끔찍하다”고 말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에 남겨둔 그의 세 형제들과 83세 노모를 걱정하고 있다. 그는 “나는 그들이 오래 사는 것을 보길 원한다”며 “내가 한 행동으로 인해 그들이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평양에 살고 있는 부인의 노부모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있다.

CNN은 “류 전 대사대리와 그의 부인은 모두 북한의 지배 엘리트 계급”이라며 “그의 장인은 김정은 일가를 비자금을 모은 39호실을 운영했다”며 “북한은 오랫동안 김정은 일가의 지배를 위채 대사관들을 현금줄로 이용해왔다”고 지적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자신은 정치분야를 위해 특별히 훈련된 외교관이었으며 외교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경제 무역 일꾼들’이 있다고 CNN에 말했다. 그들은 북한정권에 바칠 일정 분량의 현금을 만들도록 할당량이 정해져 있었다.

CNN은 “쿠웨이트는 북한에 특별히 중요한 수입원이었다”며 페르시안 걸프 지역에서 약 1만 명의 북한주민들이 해외 노동자로 일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해외 노동자들은 현대의 노예들처럼 취급됐으며 그들은 수입의 대부분을 북한정권에 상납해야만 했다. 북한은 이 자금으로 핵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최소한 2017년 유엔이 북한정권의 계속된 미사일과 핵실험 때문에 해외노동자들을 규제하기 전까지만 해도 북한정권에게는 쿠웨이트와 카타르, UAE와 같은 걸프 지역의 국가들보다 중국과 러시아가 더 큰 수입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대북결의로 인해 걸프 지역에서 대부분의 (북한) 노동자들을 철수했다”고 말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북한의 가까운 동맹인 시리아에 파견돼 있었다. 당시 그는 시리아의 정치인들과의 관계를 관장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북한은 당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장거리 다연장포외 대공무기 등 재래식 무기들을 팔았다. 그러나 류 전 대사대리는 시리아에 내전이 발생한 후 평양은 이 나라에서 외교관들을 모두 철수시켰으며 시리아를 떠난 뒤에는 양국 간 무기 거래에 대해 듣지 못했다고 CNN에 말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은 핵무기 감출을 위한 협상에 나설지도 모른다”며 “그러나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19년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진 것처럼 제재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대북제재는 유례가 없으며 강력하다”며 “대북제재는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인권문제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NN은 “김정은 정권은 굴락과 정치범 수용소에 12만 명의 남성과 여성, 그리고 어린이들을 수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인권은 도덕의 문제이며 북한체제에서 인권 문제는 매우 민감하고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16개월 전을 되돌아볼 때 유일한 후회는 그의 가족들을 평양에 두고 온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와 아내는 그들의 딸을 위해 올바른 일을 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CNN에 그의 딸에게 새로운 보금자리와 관련해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인터넷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것”이라는 딸의 대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