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1일 새벽 쿠데타...수치 고문, 윈 민 대통령 등 체포
집권여당인 NLD당 중앙위원, 국회의원, 지역 각료들도 체포구금
군부 "앞으로 1년 동안 군부가 미얀마를 장악할 것" 공식 발표
군부, '지난해 11월 총선은 부정선거' 주장하다 결국 쿠데타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발했다. 미얀마 군부는 1일 새벽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을 구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며 쿠데타 가능성을 암시해 왔다.
미얀마 군부는 이날 군부 소유의 미야와디(Myawaddy) TV를 통해 앞으로 1년 동안 군부가 미얀마를 장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주요 외신들은 최고지도자인 수치 고문과 국가원수인 윈 민 대통령이 이날 새벽 군부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미얀마에서는 전화와 인터넷 접속이 끊겼다. 수치 고문의 집권 민주주의민족동맹(NLD)당과도 연락이 불가한 상황이다. 미얀마의 인터넷 뉴스 서비스 이라와디 등은 NLD 대변인 미요 니운트의 말을 인용해 내부 상황을 전하고 있다.
이라와디에 따르면 NLD당 중앙집행위원회 위원, 국회의원, 지역 각료들도 체포구금 상태다.
미얀마 국회의원들은 이날 지난해 11월 총선 이후 첫 회의를 위해 수도인 네피도에 모였다. 그간 군부는 NLD가 압승을 거둔 지난해 총선이 대대적 부정행위로 얼룩졌었다고 비난하면서 공공연히 군부 쿠데타 가능성을 내비쳐 왔다. 바로 이날에도 군부의 쿠데타가 있을 것이란 소문이 널리 퍼져 미얀마 정가에는 긴장이 감돌고 있었다.
수치 고문이 이끄는 NLD는 지난 2015년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1962년 네윈의 쿠데타 이후 53년 동안 지속됐던 군부 지배를 끝냈다. NLD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도 상하원 476석 중 396석, 즉 전체 선출 의석의 83.2%를 석권해 '문민정부 2기'를 열었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는 총선 당시 유권자 명부가 860만 명가량 실제와 차이가 있다며 대대적 부정선거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미얀마의 선거위원회는 이러한 군부의 주장에 분명한 증거가 없다며 일축했다.
군부 대변인 쪼 민 툰 소장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 "군부가 정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정권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도 역시 말하지 않는다"면서 쿠데타 가능성을 내보였다. 민 아웅 흘라잉 참모총장도 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면 특정 상황에서는 헌법이 폐지될 수 있다고 밝혔고, 미얀마의 몇몇 도시들에는 이례적으로 장갑차가 배치됐다.
군부는 유엔 및 현지 외교사절단의 우려 표명이 계속되자 지난달 30일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켰다.
미국 백악관 대변인 젠 사키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미얀마 민주주의 제도에 강력한 지지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면서 수치 고문을 포함해 구금된 인사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한편 수치 고문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대명사로 미얀마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널리 존경받아 왔으나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집단학살을 두둔해 일대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수치 고문은 2019년 말 국제사법재판소에 직접 출석해 미얀마 군부의 학살 혐의를 부인했다. 수치 고문의 정치적 기반이 국민의 70% 가량을 차지하며 오랜 기간 로힝야족을 배척해 온 버마족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