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MBC본부는 이른바 ‘언론적폐청산’과 ‘방송 정상화’를 외치며 파업을 강행했다. 두 방송의 경영진을 내쫓기 위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와 KBS 이사회 이사들에 대한 노골적인 압박이 줄을 이었다. 결국 MBC는 임명된지 얼마되지도 않은 김장겸 전 사장이 해임됐고 문재인 정권과 정치적 이념적 결을 같이 한다는 평을 듣는 좌파 성향 최승호 PD가 신임 사장에 취임했다. 총파업 최장기 상황을 맞고 있는 KBS 이사회도 최근 강규형 이사(명지대 교수)에 대한 무리한 해임이 강행돼 사장 교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두 지상파 방송 노조는 파업 강행의 명분으로 이른바 ‘방송 정상화’를 내걸었지만 좌파 성향 ‘노조의, 노조에 의한, 노조를 위한 방송’이 과연 정상화인지 의문이다. 또 그들이 생각하는 정상화가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 지상파 방송들이 보여준 극심한 편파 방송과 비슷하다면 그런 인식에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9월 8일 조선일보는 당시의 공영(公營)방송을 ‘언론 적폐’로 규정하고 사장과 이사진을 퇴진시키자는 내용의 더불어민주당 내부 문건을 확인 보도했다. 보도된 문건에 따라 움직이기라도 하는 듯 KBS‧MBC노조는 문건 내용처럼 파업에 돌입했고 로드맵에 의해 순차적으로 이행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인 2008년 4월 29일 MBC는 시사 교양프로그램 ‘PD수첩’을 통해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을 방송했다. 이 프로그램은 국민 사이에 실체와 다른 과도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며 이른바 '광우병 촛불시위'를 부추긴 직접적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의도적 오역 논란과 영상 조작 등이 제기되면서 2008년 5월 15일 언론중재위는 일부 보도에 대해 정정·반론 보도 결정을 내렸고 농림수산식품부도 6월 3일 정정보도 및 반론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11년 9월 농림부의 소송에 대해 재판부는 “국민의 먹거리와 정부정책에 대한 여론 형성 등을 위한 공적 영역을 대상으로 하는 보도를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다우너 소(주저앉은 소)의 광우병 감염 가능성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의 사인 ▲한국인 유전자형과 광우병 감염 확률에 대해서는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MBC 노조는 2010년, 2012년 두 차례 총파업을 결의했고 지난해에는 김장겸 사장이 선임되자 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며 작년 9월 4일 또다시 파업을 시작했다. 방문진 이사회가 현 여권 추천 인사들이 다수로 바뀌었고 파업 71일만에 김장겸 사장이 해임되자 노조는 파업 중단을 선언했다. 후임 사장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위원장과 PD수첩 책임프로듀서를 지낸 최승호 씨가 임명됐다.

'최승호 체제'가 들어선 뒤 MBC는 바로 대규모 인사를 실시했다. 신임 변창립 부사장을 비롯해 노조에서 적극 인물들이 주요 보직에 대거 임명됐다. 문제의 ‘PD수첩’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를 제작한 조능희 PD도 요직인 기획편성본부장으로 임명됐다. 반면 김장겸 사장 체제의 주요 보직자및 파업 불참자들은 '숙청'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의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 김재철 김장겸 사장 체제에서 파업 참여자들에 대한 인사조치로 피해를 봤다면서 '적폐'를 주장하던 사람들이 그들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의 인사상 전횡을 휘둘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MBC는 최 사장 취임 직후부터 잇달아 ‘오보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12월11일 ‘이례적 중동 특사 파견…MB 비리 관련?’이라는 제목의 뉴스를 단독 보도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청와대'에서 먼저 사실무근이라며 유감을 표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마치 MB 정권이 비리가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MB 측은 같은 달 26일 보도된 ‘MB, 다스 법인 미국 법인 왔었다’ 뉴스에 대해서는 “일정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익명의 제보자의 몇 마디 이야기만으로 영상을 조작해 일방적으로 보도했다”며 MBC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MBC는 26일 제천 화재 발생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하면서 “가스 마스크만 착용한 소방대원들은 사람들에게 멀리 물러나라고 하지만, 직접 구조에 나서진 않는다”, “한 소방대원이 10분 넘게 무전 교신만 하면서 건물 주변을 걸어 다닌다”라고 설명했다. 소방대원의 나태함을 지적하며 초기 대응이 늦었다는 논조의 보도였다. 그러나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은 해당 보도가 나간 당일 오후 11시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기자의 말대로 ‘무전기만 들고 왔다 갔다’로 표현한 소방관은 현장을 지휘하는 사람”이라며 “안으로 들어가면 누가 상황을 파악하고 지휘를 하냐”는 반박의 내용의 글을 올렸다.

지난해 12월26일 MBC파업 이후 뉴스데스크 첫 방송 오프닝에서 박성호‧손정은 앵커는 “정부의 입이 돼 권력에 충성하고 공영방송의 진짜 주인인 국민을 배신했다”며 “MBC뉴스가 지난 5년 동안 저지른 잘못을 고백하고 반성한다”는 사과방송을 했다. 그러나 MBC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 더 '권력에 충성한 정부의 입'이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MBC노조는 이명박 정권 때 232일을 파업한 반면, 김대중 정권 때는 15일, 노무현 정권 때는 단 한 번도 파업을 하지 않았다. MBC가 ‘지난 5년’이 아닌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는 공정한 방송을 보도했는지, 당시 행한 짓들에 대해서는 잘못이 없어 반성과 사과를 안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KBS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28일 문재인 대통령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전날 의결한 강규형 KBS 이사의 해임건의안을 재가했다. 해임 사유는 법인카드로 카페를 이용하는 등 327만3000원을 부당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박상기 장관은 형사정책연구원장 재직 시절 주말과 공휴일에 법인카드로 29차례에 걸쳐 300여만 원을 부당하게 사용해서 국무조정실의 지적을 받았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대학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이 제기되었다”며 “강규형 이사를 해임한 사유라면 이 두 사람도 즉시 사퇴시켜야 옳다”고 말했다. KBS공영노조는 해임 사유와 절차 모두 잘못됐다는 내용의 ‘문재인 정권의 만행, 반드시 심판 받을 것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지난해 9월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윤세영 회장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보도본부에 '정권을 비판하지 말라' 등의 내용의 지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후 SBS에서는 윤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이 이어졌고 결국 윤세영 회장과 그의 아들 윤석민 SBS 이사회 의장이 사임했다.

지난해 국내 지상파 방송 역사상 처음으로 KBS, MBC(서울본사), SBS, 대전MBC 4개 지상파 방송사가 재허가 낙제점을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야당 추천 위원들은 이들 방송사의 사장을 교체하기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MBC KBS SBS 등 지상파 3사에서 좌편향 노조의 입김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이들 방송사가 만들어갈 프로그램들이 '광우뻥 방송' 같은 왜곡방송의 재판이 되지 않을지 벌써부터 걱정하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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