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 이적행위' 파문 일파만파...文, 김종인 발언에 격노
文, 2018년 김정은과 독대에서 발전소 관련 USB 넘겼다
"대화 위해 北 비핵화 합의나 유엔 승인없이 건넨 것이라면 이적행위"
"누가 지시해서 어떤 내용으로 작성되었고, 어디까지 보고되었으며
또 누가 지시해서 삭제한 것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1994년 제네바합의도 '동결 대 보상'에 따라 경수로 제공 약속
북한 원전은 핵문제가 완전 해소되고 핵폐기가 이뤄졌을 때에야 제공가능"
"검찰은 명운 걸고 수사해야 한다...억울하면 삭제한 문서 다 복구해서 공개하라"

(사진=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불법적인 탈원전 강행 절차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황급히 삭제한 파일에는 북한 원자력 발전소 추진 관련 문건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문재인 정권의 "충격적인 이적행위"라며 이례적으로 높은 수위의 대여 포문을 열었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면서도 공무원들이 무리해서 관련 문건들을 서둘러 삭제한 배경이 의문스럽다고 말한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30일 무엇보다 정확한 사실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이미 1994년 제네바합의에 기반해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구성되고 신포에 경수로 2기를 지어주려했던 과거 전례가 있기도 해 단지 북한 비핵화에 대한 보상을 검토한 것이라면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북한과의 비핵화 합의나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승인 없이 북한을 대화로 견인하기 위해서 우리의 원전기술이나 인력과 관련한 정보를 건넸거나 건네려 했다면 이건 이적행위"라고 했다.

신 센터장은 "일단 유엔 대북제제의 위반이므로 국제법상 불법행위가 될 것이고, 국내적으로도 이러한 행위가 북한의 핵잠수함에 들어갈 소형원자로 제작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형법 93조에 해당하는 여적죄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동 죄는 미수범도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시도 자체만으로도 불법"이라며 "따라서 사안이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이번 파문이 확산되자 당시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무원의 컴퓨터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고 그것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는 정책 추진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파일이 있으니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었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은 정말 '무식한 소리'다. 정부 운영의 기본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그러나 신 센터장은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은 이들 문서가 1-2차 남북 정상회담 즈음에 만들어졌다고 하고 또 산업부 공무원이 감사과정에서 이 문서들을 삭제했다는 것"이라며 "협상용 아이디어면 삭제할 이유가 없다. 누구보다 이 문제를 잘 아는 공무원이 왜 삭제를 했을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누가 지시해서 어떤 내용으로 작성되었고, 어디까지 보고되었으며 또 누가 지시해서 삭제한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1994년 제네바합의도 '동결 대 보상'에 따라 경수로 제공을 약속했을 때, 경수로의 핵심부품 공급을 북의 핵폐기와 연계시켰다. 그 정도로 북한 원전은 핵문제가 완전 해소되고 핵폐기가 이뤄졌을 때에야 제공가능한 것"이라며 "2017년 이미 국가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하고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에 문재인 정부가 서둘러 원전 건설을 추진했다면 그건 김정은의 핵능력 증대를 돕는 것이고 따라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이적행위"라고 했다.

김 교수는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북풍공작이라며 파문을 차단하려 나선 데 대해서도 "북풍공작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집권세력 정부여당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북풍의 정확한 역사와 개념을 알고 말하라"고 지적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검찰은 명운 걸고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너 죽을래'라는 말에 벌벌 떠는 공무원이 최고위층의 지시없이 독자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만약 핵무기 폐기없이 선거를 위한 남북정상회담용으로 원전건설을 제안했다면 그것은 명백한 이적행위"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 인근 '도보다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배석자 없이 단독회담을 진행했다. 평소 상대방의 말을 듣기만 하는 스타일인 문 대통령이 밝은 표정으로 김 위원장에게 주로 말을 건네는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측근들에게 "구두로 그것(발전소 문제)을 논의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자료(USB)를 하나 넘겼는데 거기엔 (발전소 관련 사안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국내 원전업계 관계자들은 "북한처럼 아무 기반도 없는 나라에서 원전 건설을 계획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야당 대표 발언에 격노했다는 문 대통령은 억울하면 삭제한 문서를 다 복구해서 공개하라"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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