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검찰 수사, 문 대통령 ‘개입’ 정조준했다
월성 1호기 검찰 수사, 문 대통령 ‘개입’ 정조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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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의 적절성에 대한 검찰 수사의 칼끝이 문재인 대통령의 개입여부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공소장이 밝힌 사실, “불법적 조기폐쇄 지시 문건은 문 대통령 보고용으로 작성”

팬엔드마이크가 지난 28일 SBS가 공개한 검찰의 공소장 내용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간부들은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한전 이사회 결정이 내려지기 이전에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를 한전 측에 불법 지시한 의혹이 확인됐다. 이 같은 조작행위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 보고사항임을 확인시켜주는 문건도 복원돼 공소장에 담겼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 공무원들은 2017년 12월과 2018년 3월 대통령 비서실에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공소장이 제기한 의문, “문 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게 원전건설 제안했나”

이처럼 국내 원전은 조기폐쇄하면서 지난 2018년 이뤄진 1, 2차 남북정상회담 기간 중에는 북한에 원전을 건설해 제공하는 방안을 담은 문건이 작성됐던 사실도 확인됐다. 문 대통령이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이 문건의 내용을 북한 김정은 총비서에게 제안했는지 여부도 중대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공무원들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530개의 파일을 2019년 12월 감사원의 월성 1호기 감사 직전 삭제했으나, 검찰이 이를 복원해 공소장에 공개했다.

이들 공무원에 대한 첫 공판기일은 지난 26일에서 오는 3월9일로 연기된 상태이다. 재판이 시작되면 산자부 일부 간부들의 일탈이 아니라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된 ‘국기문란 사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우려된다.

당초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과정과 관련된 문제는 지난해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은 ‘이렇게 저항이 심한 감사는 처음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감사원은 2019년 10월과 11월, 산업부에 월성 원전1호기 폐쇄 결정과 관련된 자료를 두 차례 요청했다. 월성 1호기 관련 내부 보고자료 3년 치,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보고한 자료, 한국수력원자력과 협의한 자료 일체를 요구한 것이다.

감사원의 요청을 받은 당시 주무부서 책임자였던 산업 부문 모 국장과 정 모 과장, 김 모 서기관은 원전산업정책과 담당자와 사전에 협의를 했다. ‘산업부가 한수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감사원이 판단할 수 있는 중간보고나 내부 협의 자료 등을 삭제’하기로 함에 따라 파일 530개 목록을 지운 것이다.

다음의 공소장 내용들은 청와대가 개입했거나 문 대통령에게 보고됐을 가능성이 높은 의혹들이다.

① 출입 권한도 없는 서기관이 무단으로 530개 파일 삭제...청와대 외압 은폐 목적?

자료 삭제는 감사원이 자료확보에 나서기 전날인 2019년 12월 1일 일요일 밤 11시에 김 서기관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당시 출입 권한이 없던 김 서기관은 원전산업정책과 사무실에 들어가 새벽 1시 반까지 파일 530개를 지웠다. 검찰은 “검색이 힘들게 파일명을 숫자로 바꾸거나 파일을 복구해도 내용을 알 수 없도록 본문에 'ㄴㅇㄹ'같은 문자를 써넣고 수정해 저장한 뒤 삭제하는 방식을 썼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공모해 삭제한 자료들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과정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자료’들이라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청와대 외압에 의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은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행위와 연관된 파일들을 삭제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② 청와대 개입의혹 폭로한 감사원 감사 결과, 검찰 공소장에 고스란히 담겨

감사원은 지난해, 청와대가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지 이틀 만인 2018년 4월 4일에, 산업부가 ‘조기폐쇄와 즉시 가동중단 방침을 세웠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공소장을 통해 청와대와 사전교감한 정황이 더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에너지전환 보완대책 추진현황과 향후 추진일정'이라는 제목의 파일 중에는 산업부가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그 중에는 원전 폐쇄를 결정한 이사회가 열리기 20여 일 전에 이미 그 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한 것도 있었다. 산업부가 2018년 5월23일 작성한 이 파일에는 ‘BH (즉 청와대) 송부’라고 제목에 명시돼 있었다.

이 파일을 복구한 검찰은 "(2018년 6월 15일)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즉시 가동중단을 결정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이사회가 열리기 23일 전에 이사회 날짜는 물론 결과까지 미리 청와대에 보고한 것이다. 당시는 월성 1호기에 대한 경제성 평가 최종안도 나오지도 않은 상황이었고, 심지어 한수원 이사회 일정에 대해서는 이사들조차 모를 때였다. 즉, 월성 1호기에 대한 외부 기관 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에 미리 청와대와 산업부가 원전 폐쇄 결정을 한 뒤, 한수원에 압박을 했다는 의미이다.

한수원 이사회가 임박해진 6월에는 청와대 관련 문건이 7개 더 작성됐다.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문건은 청와대의 수정 요청으로 다시 작성되기도 했다. 청와대 경제수석 산하 산업정책비서관 요청 문건, 사회수석 보고 문건도 있다.

이사회가 열리기 나흘 전에 만들어진 산업비서관 요청 문건에는 ‘조기 폐쇄를 전제로 근로자 고용보장 등을 보도자료에 담는 걸 협의’한 것으로 공소장에 적시되어 있다.

이사회 개최 전 만든 4234파일은 내용을 알 수 없도록 이름을 바꾼 뒤 삭제됐다. 원래 파일명은 '한수원 사장에게 요청할 사항'으로 전해진다.

이 파일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월성 1호기는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올 필요가 있다' '청와대에 이미 보고된 거라 즉시 가동중단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게다가 날짜까지 콕 찍어 '6·13 지방선거 직후 한수원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다'고 기술된 걸로 공소장에 적시돼 있다.

선거 유불리를 따져 이사회 날짜까지 정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③ 탈원전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노조 동향 파악... 문 대통령 보고여부는 치명적 쟁점

지난 2018년 3월 20일,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원전수출 국민행동'이 출범했다. 이 단체가 서울시와 경찰에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한 신청서를 산업부가 입수했다가 지운 사실이 공소장을 통해 확인됐다.

해당 단체는 집회 신고를 경찰과 서울시 두 곳에만 했다고 밝혔는데,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 입수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 신청서를 산업부가 입수했다가 삭제한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출범도 하기 전인 이 단체의 동향을 파악해서 작성한 동향보고서가 삭제된 파일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이 동향보고서를 시작으로, 한달 반 동안 이 단체가 주최한 기자회견과 집회와 관련해 4개의 동향보고서 더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보고서는 해당 시민단체 이름 폴더에 저장했다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전수출 국민행동의 관계자는 “동향 보고를 했다는 건, 사찰을 했다는 의미인데 이런 얘기를 듣고 황당하고 놀랍다. 두렵기도 하고. 발언이나 행동 이런 게 감시의 대상이 된다는 게”라는 의견을 밝혔다.

시민단체뿐 아니라 탈원전 정책에 반대해 온 한수원 노조의 동향이 담긴 파일도 나왔다.

2018년 3월 9일에 만들어진 '한수원 신임사장 관련 노조 동향'이라는 제목의 파일은 사장 임명을 한 달 앞둔 시기에 만들어졌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노동조합의 움직임을 살피고, 보고서까지 작성해서 상부에 보고를 한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고 의견을 밝혔다.

산자부 공무원들이 이 같은 불법적 문건을 작성한 이유 그리고 문 대통령에게 보고됐는지 여부 등도 치명적 쟁정이 될 수밖에 없다.

④ 2차 남북정상회담 직전엔 ‘대북 원전 제공’ 문건 6개 작성...문 대통령 해명 불가피

삭제된 파일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북한과 관련’된 내용이 많았다는 점이다. 컴퓨터 복원 결과 ‘pohjois (뽀요이스)’라는 폴더도 있었다. 핀란드 말로 '북쪽'이라는 뜻이다. 핀란드어까지 쓸 만큼 보안에 신경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과 관련해선 '60 pohjois'라는 상위 폴더가 있었고, 그 아래 여러 파일이 삭제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공소장에 적시된 북한 관련 삭제 파일은 모두 17개, 이름이 같은 파일을 동일한 것으로 보면 13개로 드러났다.

'북한 원전 추진방안'의 약자로 보이는 '북원추' 폴더에서 두 가지 버전의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파일이 삭제됐고, 다른 폴더에서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과제', '북한 전력산업 현황과 독일 통합사례' 파일이 삭제됐다.

이 밖에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경험자 명단과 에너지분야 남북경협 전문가 목록, 또 일부 전문가의 이력서까지 만들었다 삭제한 것으로 적시됐다.

파일 이름에 적힌 작성 날짜를 통해, 청와대와의 교감에 대한 심증은 거의 확정적이다.

17개 파일 가운데 생성 날짜가 적힌 6개 파일 모두 2018년 5월 2일에서 15일 사이에 작성됐다. 이 시기는 2018년 1차 남북정상회담과 2차 남북정상회담 사이의 기간이다. 2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황급하게 작성됐다는 정황을 감안할 때 문 대통령에게 보고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재판과정에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경우, 문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 할 상황이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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