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 "레지던트 수련은 피부과에서 하고 싶어"
친문 인사, 드물게 국립중앙의료원장 연임 성공
복지부는 피부과·안과 레지던트 정원 '깜짝 증원'
조국 "딸이 인턴 지원시 '피부과' 신청 안했다" vs. 의사들 "레지던트 지원시 '피부과' 신청 얘기하는데 동문서답 마라"

전 법무부 장관 조국의 딸 조민이 국립중앙의료원 2021년도 인턴 면접에 응시하면서 여러 의혹들이 증폭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입김에 상당부분 좌우되는 국립중앙의료원장 연임과 조민이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 피부과 레지던트(전공의) 정원의 '깜깜이' 증원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중앙의료원(NMC)에 따르면 NMC는 지난 25~26일 방문 제출 형식으로 인턴 접수를 받았고 27일 오전 인턴 면접 시험을 마쳤다. 9명 모집에 총 16명이 지원했고 15명이 인턴 면접에 참여했다. 국시성적(65%)과 의대성적(20%), 그리고 면접성적(15%)을 합산해 당락이 결정된다. 

일각에선 의대성적이 출중하지 않은 조민의 합격이 어려울 것이라 보면서도 의대성적 부족은 면접에서 다른 경쟁자의 면접점수를 깎는 식으로 만회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의사국시를 통과한 조민이 국립중앙의료원 인턴에 지원한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국립중앙의료원이 복지부 산하로 정부 입김에 따라 좌우되는 국립병원이라는 점이 여러 의혹들을 불러일으킨다.

지난해 12월 31일 복지부는 올해 1월 22일자로 임기(2018.1.23~2021.1.22)가 만료되는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의 연임을 발표했다. 지명 당시부터 파격적인 낙하산 인사, 또는 코드 인사로 구설에 올랐던 정 원장의 연임은 의료계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다. 규정에도 '원장의 임기는 3년으로 하며 1년 단위로 연임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복지부는 정 원장 연임에 대해 "공공의료분야에서 국립중앙의료원의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하였고, 국립중앙의료원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중앙감염병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現) 정기현 원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09년 국립중앙의료원 법인화 이후 원장 연임 사례는 없었다. 마지막 연임 사례였던 강재규 원장 등 몇몇은 모두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수십년 장기근속한 내부 출신으로 정 원장과는 경우가 다르다.

결국 정 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이자 현 정권의 의료정책 전반을 좌지우지하는 '김용익 라인'이라는 점이 연임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 아니겠느냐는 뒷말이 나온다.

조국 딸 조민이 이처럼 연임에 드물게 성공한 친문 인사가 기관장으로 있는 서울 소재 국립병원에 인턴 지원을 한 것도 논란거리지만, 복지부가 마침 국립중앙의료원의 피부과 레지던트 정원을 1명에서 2명으로 석연찮게 증원한 일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복지부가 지난해말 '별도 정원' 명목으로 피부과 레지던트 정원을 늘려줬다"고 설명했다.

당장 의료계에서 원성이 터져 나왔다. 정원 1명 늘리는 게 복지부의 엄격한 규제로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어려운 일임을 잘 아는 의료계 인사들은 "복지부가 정 원장 연임 사유로 든 코로나19 감염병이나 공공의료 관련 진료과목과도 무관한 피부과·안과 레지던트 정원을 깜짝 증원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28일 코로나 와중에 다른 임상과도 아닌 피부과 정원을 늘렸다는 비판에 대해 "외상·화상 및 피부질환 치료 등 공공의료를 수행토록 하기 위해 피부과 정원을 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에 재직 중인 의사 A씨는 "외과·성형외과도 아니고 외상·화상 진료를 위해 피부과 레지던트 정원을 늘렸다니 납득하기 어렵다"며 "소아청소년과는 0명이더라. 공무원이면 양심에 맞게 상식이 되는 해명을 하라"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통상 해당 의료기관 및 학회와 물밑협의를 거친 후 증원 여부를 최종 승인하는데 이번에는 모든 게 예외적이었다. 피부과학회가 복지부에 이번 '깜짝 증원'에 대해 묻자 "학회 요청 정원을 삭감한 것도 아닌데 왜 왈가왈부하느냐"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복지부는 비슷한 시기에 국립중앙의료원과 중앙보훈병원 등 국립병원 피부과 레지던트 정원을 늘렸다.

의대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피부과는 조국 딸 조민도 평소 희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은 "인턴을 마친 후 레지던트 수련은 피부과에서 하고 싶다"고 말해왔다고 한다.

논란이 커지자 조국은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제 딸은 인턴 지원시 '피부과'를 신청 또는 희망한 적이 전혀 없습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의료계 인사들은 조국의 해명이 본질을 호도하는 동문서답이라면서 "인턴은 원래 과를 신청할 수 없다. 인턴 지원시가 아닌 레지던트 지원시에 '피부과'를 신청할 것 같으니 하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이번 모집에 합격하면 조민은 오는 3월 1일부터 인턴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레지던트는 매해 12월에 모집한다. 현직 의사 B씨는 "인턴 몇 개월 돌다보면 다들 과 어레인지가 된다"고 말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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