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 北 류현우 입국설은 보안 실패? 국정원 前 조사단장 "모두 죽일 셈이냐"
[긴급 진단] 北 류현우 입국설은 보안 실패? 국정원 前 조사단장 "모두 죽일 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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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본청 현관 모습.(사진=연합뉴스)
국가정보원 본청 현관 모습.(사진=연합뉴스)

北 쿠웨이트 주재 해외 공작관의 입국설로 인해 대북 정보망이 '줄줄' 새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나오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가 포착된다. 이는 곧 정보기관의 '인간정보(Human Intelligence, HUMINT)'에 대한 보안(保安·Security) 문제로 직결된다. 즉 고위 탈북(脫北) 인사들에 대한 '암살 위협'이 고조된다는 뜻이다.

현재 탈북 인사에 대해서는 통일부와 국가정보원(國家情報院)이 전담한다. 그 중에서도 대남(對南) 공작관 혹은 조선노동당 간부 등 '고위 인사'는 전담부서 외곽의 반(半)합법·비(比)합법 조직을 통해 관리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핵심 인사만이 관여한다. 이런 상황에서 고위 탈북 인사의 위치가 '국내'로 특정되며 '모호성 보안조치'는 있으나 마나한 상태가 됐다. 결국 국내 보안 문제를 다루는 정보당국의 무사안일한 태도가 까발려진 셈이다.

지난 25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北 김정은의 '금고지기'라고 불리는 북한의 류현우 쿠웨이트 주재 대사대리가 2019년 탈북해 국내에 정착해 있음이 확인됐다. 국정원 등 국가중앙정보기관 측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보도가 쏟아지면서 거의 기정사실화된 형국이다.

'국민의 알권리'라는 명분으로 '극비사항'이 보도되고 있지만, 정작 그들은 북한에 의한 암살 위협에 더 많이 노출됐다. 정보기관에서 일명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 혹은 부정도 하지 않는다)'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미 류 대사대리가 국내에 들어온 이유가 '가족의 향후 거취'라는 등 상세히 소개되면서 그같은 원칙은 무력화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1996년 2월 1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는 이한영씨.(사진=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1996년 2월 1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는 이한영씨.(사진=연합뉴스)

앞서 송봉선 前 양지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정보기관이 비밀 정보를 공개할 경우, 북한 등에서는 이를 추적해 역으로 소탕하지 않겠느냐"며 "그렇게 되면 애써 만든 휴민트(인간정보, Human Intelligence, HUMINT)가 다 죽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40년 전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에 입부(入部)해 국가안전기획부 등에서 북한조사실 단장으로도 활동했던 국정원 고위급 인사의 이같은 평가가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北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 씨가 국내 망명 이후 北 공작원에 의해 암살당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한영 씨는 지난 1982년, 극비리에 국내 입국했다. 北 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의 언니 성혜랑의 아들인 이 씨는 '대동강 로열패밀리'의 일원으로, 일명 '인간정보' 중에서도 최상위급에 속했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그는 정보(Intelligence) 수집 분류 가운데 '사람 출처 비공개 정보' 중에서 단순 망명자 혹은 포로가 아닌 '고위 공작관 혹은 독재자의 측근'에 해당하는 '인간정보'였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과학첩보기술이 고도화됐다 하더라도, 독재자의 사소한 습관 혹은 생체 정보는 오로지 '인간정보'를 통해서만 검증 가능하다. 따라서 보안상 극비를 유지했어야 했지만, 이한영 씨는 언론에 자주 노출됐다. 그는 종종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는 발언을 했었다.

쫓기듯 '안가(安家)'를 바꿔가던 그는 결국 1997년 2월15일 자신의 성남시 분당 자택 현관에서 권총에 피살됐다. 그가 국내 입국한 지 15년이 되던 해다. 피의자로 추정되는 신원불명의 남성들은 자취를 감췄다.

'백두 혈통' 역시 예외가 아니다. 4년 전인 지난 2017년 2월13일, 北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 역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독극물에 의해 살해당했다. 신경작용제 중 하나인 'VX'에 의해 백주대낮에 중독사한 것이다. 이들 모두 '독재자'와 직결된 인물들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노출된 후 모두 암살 위협에 시달리다 끔찍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다.

北 류현우 대사대리 입국설에 앞서 北 조성길 주이탈리아 대사대리의 거취도 지난해 10월 노출됐다. 최초 보도에 따르면 '여권 소식통'에 근거하고 있음을 밝히는데, 이를 통해 문재인 정부로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정보당국의 '보안 대책'에 구멍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향한다.

北 김정일 일가. 사진은 지난 1981년 8월 평양에서 촬영됐다. 北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 등이 함께 찍은 가족사진. 사진 뒤쪽의 왼쪽에는 성혜랑과 그녀의 자녀 이남옥, 이일남(이한영). (사진=연합뉴스/여성중앙 제공)
北 김정일 일가. 사진은 지난 1981년 8월 평양에서 촬영됐다. 北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 등이 함께 찍은 가족사진. 사진 뒤쪽의 왼쪽에는 성혜랑과 그녀의 자녀 이남옥, 이일남(이한영). (사진=연합뉴스/여성중앙 제공)

당시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北 조성길 대사대리의 정보 유출 경위에 대해 "언론에 공개되면 (조성길 대사대리의)딸의 안위에 당장 급박한 위험이 닥치는 상황인데, 어느 가족이 언론사에 이야기해 그같은 사실을 공개했겠느냐"고 정부에 따지기도 했다.

한편, 북한 해외 참사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5일 北 류현우 前 쿠웨이트 주재 대사대리 국내 입국설에 대해 "차마 자식에게만은 노예와 같은 삶을 물려줄 수 없었을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태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북한 국무위원장)김정은은 자유를 꿈꾸는 북한 주민들의 대한민국 입국 행렬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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