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한 기자단 취재 금지
노동신문 "자본주의 예술은 썩어빠진 부르주아 생활양식을 유포시킨다"

김정은이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 '봄이 온다'를 관람한 뒤 남측 예술단 출연자들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정은이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 '봄이 온다'를 관람한 뒤 남측 예술단 출연자들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1일 평양 대동강지구 동평양 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 ‘봄이 온다’에 김정은이 부인 리설주 등과 함께 나타났다.

이날 공연은 오후 5시 30분(한국시각)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김정은의 관람으로 두 차례 시간이 조정됐다. 북측은 공연 시작 몇 시간 전에 시작 시각을 오후 7시 30분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공연 시간은 다시 오후 6시 30분으로 변경했다. 결국 공연은 오후 6시 50분 시작돼 밤 9시까지 약 2시간 10분간 진행됐다.

김정은은 부인 리설주와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휘 당 부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박춘남 문화상 등과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

이날 무대에선 강수 정인과 피아니스트 김광민이 첫 무대에 오른 후 가수 알리와 백지영이 노래를 불렀다. 강산에는 함경도 사투리가 들어간 노래 ‘명태’를, 유도현 밴드 UB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등을 불렀다. 걸그룹 레드벨벳은 ‘빨간맛’ ‘배드보이’ 등을 불렀다. 최진희는 ‘사랑의 미로’, 이선희는 ‘J에게’ 등을 불렀다. 조용필은 ‘그 겨울의 찻집’ ‘꿈’ ‘단발머리’ 등을 메들리로 불렀다. 공연 마지막에는 남한 출연진 25명 전원이 조용필의 노래 ‘친구여’를 불렀다. 이어 윤상이 발라드로 편곡한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며 공연은 막을 내렸다.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봄이 온다'라는 주제로 열린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에 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행사장에 입장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오른쪽은 도종환 문체부 장관(연합뉴스).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봄이 온다'라는 주제로 열린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에 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행사장에 입장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오른쪽은 도종환 문체부 장관(연합뉴스).

북한은 이날 카메라 기자 한명을 제외하고는 남한 취재단의 공연 참석을 금지했다. 오후 3시께 공연장으로 이동한 취재진은 리허설을 지켜본 뒤 북측의 통보로 출연자 대기실 방향으로 이동했다. 이후 공연이 끝날 때까지 카메라 기자 1명을 제외하고는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우리 기자단이 공연 시작 후에야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북측에 항의했지만 북측은 “아직 (남북) 연락관끼리 합의가 안 됐다”며 “안절부절하지 말고 기다리십시오”라며 대답했다. “곧 귀가 탁 트이는 소식이 들릴 것”이라던 북측 인원들은 계속된 기자들의 항의에 “어차피 공연을 시작해서 들어가지도 못한다. 행사 관련해 우리도 권한이 없다”고 대답했다. 북측 인원들 5~6명은 이날 공연이 끝날 때까지 복도에 서서 취재진을 감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은 이날 남한 출연진을 만나 “문화예술 공연을 자주 해야 한다. 남측이 ‘봄이 온다’라는 공연을 했으니 가을엔 결실을 갖고 ‘가을이 왔다’라는 공연을 서울에서 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은 또 “내가 레드벨벳을 보러올지 관심이 많았는데 원래 모레 오려고 했으나 일정 조정해서 오늘 왔다”고 했다. 또 “북남이 함께하는 합동공연이 의의가 있을 수 있으나 순수한 남측 공연만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께서 (남북) 합동공연을 보셨는데 (남측) 단독공연이라도 보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부부는 공연 관람 도중 박수를 쳤고 공연 후 출연진과 악수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도종환 문화부 장관은 “(김정은이) 공연 중 노래와 가사에 대해 물어보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김정은은 공연을 관람하고 “우리 인민들이 남측의 대중예술에 대한 이해를 깊이하고 진심으로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고 감동을 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2일 전했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남한 예술단의 평양공연이 열렸던 1일 "자본주의 예술은 썩어빠진 부르주아 생활양식을 유포시킨다"는 내용의 글을 실었다. 노동신문은 이날자 4면에 남한 예술단 평양 도착 소식을 단신으로 실은 뒤 6면에 "모순과 대립의 격화는 자본주의의 필연적 산물"이라는 장문의 칼럼을 통해 자본주의 제도를 비난했다. 칼럼은 "자본주의 문학예술도 근로대중을 노예화하는데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설, 영화, 음악, 무용, 미술 등은 모두 썩어빠진 부르주아 생활양신을 유포시켜 사람들은 부화타락하게 만들고 그들의 계급의식을 마비시키는 해독적인 작용을 한다"고 주장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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