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블로그 중 '확장재정정책'을 강조하는 내용. [이재명 지사 블로그]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보편복지론을 둘러싼 여당 내의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차기 대권을 둘러싼 파워게임이 너무 조기에 점화됐다는 분석이 제기될 정도이다.

복수의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가 1위를 달리는 상황이 지속되자 여권내 다른 대선주자들의 견제가 본격화되는 상황이다. 이 지사의 트레이드마크인 보편적 복지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여권 내서 비난받는 이재명의 보편적 복지, ‘실세 문빠’ 김어준이 돌연 적극 지지

그런데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권 핵심 브레인’이라고 꼽았다는 김어준은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이 지사의 보편적 복지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 주목된다. 문빠 세력 내에서 김어준의 위상을 고려할 때 단순한 발언이 아니라, 이 지사에 대한 민주당 내 견제를 막기 위한 방편이자 일종의 줄서기가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2일 김어준의 유튜브 방송 ‘다스뵈이다’에 첫 번째 게스트로 등장한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안정주의는 미신이다’라는 주제로 20여분간 대담을 이어갔다. 최 교수는 바이든 정부의 초대 재무장관 지명자인 재닛 옐런의 발언을 인용했다.

“옐런 장관 지명자는 ‘상원 금융위에서 국가 채무는 거론도 하지 말아라’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 기재부장관은 ‘국가 재정이 화수분이냐?’ 이런 얘기나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대담을 시작했다.

김어준, “기재부 장관은 자기가 금고지기라고 생각하는 듯”...이재명 발언과 일치

그 말에 김어준은 “기재부 장관이 자기가 금고지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동조했다. 이는 이재명 지사가 최근 거듭 쏟아내고 있는 기재부 저격발언과 거의 일치한다.

최 교수가 인용한 옐런은 최근에 대대적인 '돈풀기 정책'을 선언했다. 막대한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보다는 경기부양이 최우선 과제라는 의미에서다. 이 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내의 반대 및 시기조절론 등에도 불구하고, 전 도민을 대상으로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한 논리와 동일하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20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갖고 경기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역화폐로 2차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급 시기는 코로나19 방역 추이에 따라 결정하기로 했다. 이 지사는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예산부족 문제가 아니라 정책의 필요성과 예산 우선순위에 대한 정치적 결단의 문제'라며 정부 주도 경제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옐런 재무장관의 입장도 비슷하다. 옐런은 "국가의 부채를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부양의 효과가 비용(국채 이자 부담 등)을 훨씬 앞지르리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부채 걱정보다는 정부의 지원을 쏟아부어야 할 때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재명 지사, 돈푸는 선심성 정책 통한 ‘표심 잡기’에 집중

이재명 지사도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성장, 양극화가 겹친 위에 코로나 팬데믹까지 덮친 마당에 고도성장기의 곳간 지키기식 재정정책은 본말이 전도된 접근”이라며 "정부가 적극적 확장재정정책으로 국민들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돈 푸는 선심성 정책을 통한 표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 지사는 자신의 블로그에서도 ‘IMF의 확장재정정책 권고 새겨들어야’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내용을 실었다. “초유의 전염병 사태 속에서 확장재정정책은 세계보편의 기조이자 상식이다”며 “우리나라는 국가부채는 찔끔 늘어난 대신 가계부채는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공적이전소득이 현저히 낮아 국민들이 부채를 지면서 생존에 나서는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즉 ‘곳간이 넉넉한 우리나라가 곳간을 지키기 위해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는 뜻’이라는 지적이다.

이 지사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GDP대비 100.6%로, 국가가

최배근 교수는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가계채무 비율과 국가채무 비율이 정반대라며 확장재정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다스뵈이다 캡처]

한 해 벌어들이는 금액을 넘어섰다. 1위를 기록한 레바논(116.4%)은 대규모의 항구폭발사고로 GDP 30% 가량이 감소했기에, 전문가들은 사실상 대한민국의 가계부채 비율을 세계 1위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45.9%로, 세계 평균치인 131%의 절반에도 한참 못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가계소득 지원 규모는 OECD평균(GDP의 약21%)의 절반(11%)정도여서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 국가는 쏙 빠지고 국민만 짐을 지는 형국이다’라는 것이 이 지사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과감한 재정지출정책이 전제된다면 선별, 보편 등 재난지원 정책의 적절한 배합도 가능할 것이다. 1차는 보편, 2·3차는 선별로 지원이 됐으니 4차만큼은 소득지원과 경제활성화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는게 바람직하다”라고 주장했다.

김어준과 최배근, 이재명의 ‘퍼주기 논리’를 거의 되풀이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김어준과 최 교수는 이 지사의 ‘퍼주기 논리’를 그대로 되풀이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국가 채무 비율은 제일 밑에 있고, 가계 채무 비율은 제일 위에 있다”면서 그래프를 제시하며 강조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빚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빚을 안 지면 가계가 빚을 많이 늘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보수진영도 그렇고 경제관료도 그렇고, 개인이 빚을 다 감당하게 하고 있다. 그게 잘못된 거다”라는 주장까지 했다.

이에 김어준은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엄청 증가했는데, 증가 속도가 엄청 가파르다. 주요 선진국들은 엄청난 규모의 지원을 했다. 우리나라도 선별이 필요한 곳은 선별로 주고, 보편이 필요한 곳은 보편으로 주자. 과감하게!”라고 최 교수의 발언을 정리했다. 이 지사의 ‘보편과 선별 정책의 배합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과 일치되는 발언인 셈이다.

이 지사의 재난지원금에 대해 여권내 비판이 가열되는 것과는 전혀 딴판인 주장이었다.

이낙연, 정세균, 임종석 등은 연일 이재명 때리기 나서

여권 내에서는 이낙연 대표, 정세균 총리, 임종석 전 비서실장까지 이 지사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경기도의 재난지원금에 대해 "지금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데 소비를 하라는 것은, 마치 왼쪽 깜박이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고 이 지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정 총리 또한 지난 20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기도가 지원하는 건 좋다. 그렇지만 지금은 피해를 본 분들한테 지원하는 것이 적절한 타이밍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임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고통과 피해가 큰 곳에 더 빨리 더 과감하게 더 두텁게 지원하는 것이 더 긴요하고 더 공정하고 더 정의롭다"며 선별 지급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 지사 측은 이러한 공방에 개의치 않는 반응이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 지사에게 '공격에 일일이 즉시 반응하지 말라'고 조언했다"며 “오히려 이재명이 더 확고하게 자리잡을 기회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어준의 ‘퍼주기 지지 선언’이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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