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서 돈 좀 더 쓰자'...선거 앞두고 '동네북' 신세가 된 기재부

선거를 앞두고 곳간에서 돈을 더 빼 쓰자는 논의가 한창 이뤄지면서 나라 재정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이른바 '동네북'이 되고 있다.

25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정세균 국무총리가 기재부를 향해 자영업 손실보상제에 대한 법적 제도 개선을 공개 지시하는 과정에서 기재부의 내부 불만이 극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가 기재부를 개혁 저항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허탈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전쟁 중 수술비를 아끼는 자린고비", "무소불위 기재부의 나라" 등 거친 표현을 사용한 데 이어 정 총리까지 나서 기재부를 질타한 것이다.

이는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0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정례브리핑에서 '자영업 손실보상법' 관련 질문이 나오자 "해외 사례를 일차적으로 살펴본 바에 따르면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가 쉽지 않다"고 발언한 데서 시작됐다.

이날 오전 정 총리가 MBC 라디오에서 자영업 손실보상제에 대해 "정부가 국회와 함께 제도도 만들고 입법을 해 국민들에게 합법적으로 보상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한 우회적인 반대 의견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 역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가능한 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면서도 "재정은 위기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지만 화수분은 아니다"고 발언했다.

현재 영업제한 소상공인에 독일 정부가 임대료·인건비를 최대 90%까지를, 프랑스 정부가 최대 월 1만유로(약 1340만원)를 지급하지만. 이들 국가의 자영업자 비중은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면 경제규모는 더 크다.

한국도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총 310조원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 4차례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다만 일회성 지원이 아닌, 자영업자 보상안을 법제화하는 경우 자칫하면 급격한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돈을 더 풀자는 정치권의 압박에 1년여에 걸친 코로나19 국면을 타개하고자 살인적인 업무강도를 감내해왔던 기재부 직원들은 정 총리의 비판까지 더해지며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특히 낮과 밤, 주중과 주말의 구분이 없는 삶이 1년간 이어지면서 평소 별다른 지병이 없던 30대 사무관이 뇌출혈로 쓰러지기도 했고 국·실장급 병가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기재부 내에선 기관·부이사관 등 승진은 여전히 타 부처보다 몇년씩 느리고, 최근에는 조달청과 관세청 등 외청장 자리도 외부에 내주면서 고위급 인사 순환도 적체돼 있어 불만이 큰 데, 일도 많고 업무도 당청에 끌려다니다 욕만 먹는 경우가 많아 불만이 극에 달했다는 말이 나온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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