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순환출자 문제및 금산분리 규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화재는 순환출자 규제를 피하기 위해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하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금산분리(금융·산업자본 간 상호 소유·지배 금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외부에 판다. 

한국경제신문은 2일 삼성그룹과 투자은행(IB) 등을 인용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화재 등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6.09%가 매각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금융 계열사들도 올해 상반기 중으로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매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화재 등이 보유한 삼성물산의 지분을 매각하려는 이유는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순환출자는 계열사 주식 소유 관계가 A-B-C-A 등으로 순환되는 구조다. 삼성전기는 삼성물산 지분을 2.61%, 삼성SDI는 2.11%, 삼성화재는 1.37%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검토하는 이유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대한 법률(금산법)'상 규제 때문이다. 금산법 24조는 금융회사가 다른 기업 지분 10% 이상을 소유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10% 이상 소유할 수 있는 자회사를 금융사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기업이 오너 일자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자사주를 편법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을 불식시키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작년 4월 자사주 13.3%를 2년에 걸쳐 소각하겠다고 발표했고 올해 상반기에 자사주 941만 주(7.29%) 소각을 예정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7.29%에 대한 매각이 완료되면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율은 8.23%에서 8.88%로 삼성화재는 1.44%에서 1.55%로 각각 높아져 두 회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9.67%에서 10.43%로 올라간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금산법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10%를 초과한 0.43%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한다.  

삼성그룹의 관계자는 "모든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라면서 "시기와 방식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들도 삼성그룹이 단기간에 현대자동차나 롯데그룹처럼 획기적인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한다.

게다가 삼성그룹에는 새로운 지배구조를 검토할 내부조직도 없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그룹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뒤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 등 핵심 계열사 세 곳을 중심으로 전략과 인사, 재무를 총괄하는 테스크포스(TF) 조직을 신설했지만 계열사 간 이해관계가 다를 경우 이를 효율적으로 조정할 시스템은 없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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