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성추행으로 촉발된 시정 공백을 메울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이 70여 일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86운동권'이라 불리는 일명 586세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前 서울시장 미투사건 이후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우상호 의원이 오는 4.7 재보선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특히 우 의원은 '86운동권' 출신으로, 그에 따르면 "운동권 출신·민주진보 진영에서 활동 중인 분들이 똘똘 뭉쳐 저를 돕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 출연한 우 의원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그가 주장한 '똘똘 뭉친 운동권 출신'은 어떤 조직일까.
우 의원이 말한 '운동권 출신'이란, 그가 속했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약칭 전대협)'로 향한다. 전대협 1기 부의장 출신인 우 의원은 '전대협 동우회 회장'을 비롯해 도서출판 '두리' 대표로 활동하기로 했다. 그가 회장을 맡았던 '전대협 동우회'와 '두리미디어'의 공통점은 '전대협'이다.
바로 '전대협 동우회'의 '전대협 이야기 6년사-불패의 신화(두리)'에서 우 의원의 뒷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운동권 세력'의 실체가 나타난다. 펜앤드마이크는 30년 전 세상에 그 존재를 드러냈던 우 의원의 전대협에 대해 '전대협 동우회 6년사'를 통해 실체를 파악해 보고자 한다.
전대협 동우회의 출판위원으로는 우상호(1기)·전상현(2기)·김종원(3기)·류용웅(4기)·허동준(5기)·허영일(6기) 씨가 참여했다. 앞서 결성 30년을 맞아 열린 기념회는 지난 2017년 8월19일 서울 시청 인근 회관에서 열렸다. 당시 기념회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 등 200명이 참여했다. 1기 의장이었던 문재인 정부의 이인영 통일부장관을 비롯해 우 의원이 자리했다. 2기 의장 오영식 前 의원과 4기 의장 송갑석 現 민주당 의원과 복기왕 現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참여했다. 우 의원이 말한 '586 선후배들'은 이들을 비롯해 운동권 출신 현역 정치인들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22일 오전 기준으로 '전대협 동우회' 주요 회원은 500명이 넘는다.
다음은 '6년사'의 일부 내용이다. 1기 전대협 동우회 관계자들은 '전대협'의 초창기 '모델'부터 설명한다. 우 의원은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인데, 1987년경 연세대학교에서부터 '서울지역 대학생대표자협의회(서대협)'이 발족하면서 불이 붙었다. 그해 7월, 연세대 학생회관 3층 동아리방에서 전국 운동권 학생들이 집결했고, 문재인 정부 후반기 통일부 장관인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당시 서대협 의장이 '전국적 학생연대조직'을 건설하기로 결의하면서 분위기가 고조됐다.
'전국적 학생연대 조직'의 출범식은 한달 뒤인 8월19일로 지정됐다. '8·15 광복절'을 시작으로 '조국통일의 염원'을 담겠다는 취지라고 전대협 동우회는 설명한다. 대전의 충남대학교가 집결지로 선정됐고, '통일대장정'이라는 이 과정을 거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로 조직화됐다. 무려 95개 학교가 가입한 대규모 조직이다.
그러다 그해 11월 대구에서 열린 '영·호남 시민결의대회'가 열렸고, 이듬해 시위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민주당 우상호 의원 당시 전대협의장 권한대행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우상호는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단일화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만일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후보를 못 내고 안철수 후보에게 양보하게 되면 국민의힘의 존립이 좀 어렵다"며 "국민의힘의 존립에 관한 문제와 안철수 대표의 정치생명이 걸린, 대권 행보라는 성격이 강하게 부딪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 인사인 우 의원이 야권 단일화에 대해 이렇다할 의견을 밝힘으로써 개입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실제로 그는 과거 '진보진영 단일화'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던 인물 중 하나다. 심지어 그가 속했던 전대협은 '직접 개입'하려고 했던 흔적까지 나온다.
현재 정치권에서 '야권 단일화' 논의가 한창이지만, 30년 전에도 '야권 단일화' 논의가 뜨거웠다고 우 의원 등은 전한다. 격론에 이어 직접 '공청회'까지 꾸려기도 했다. 이미 30년 전부터 전대협 소속으로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일명 '후보 단일화론'을 중점적으로 다뤘던 것이다. 다음은 전대협 동우회의 이야기다.
▲ (1988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후보 단일화 선거투쟁에 대한 논의의 불이 붙었다.
▲ 상대적인 진보성을 갖춘 후보를 지지해 후보를 단일화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전대협 내부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 그해 9월 중순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서대협 전체회의에서는 밤을 세우며 격론이 벌어졌다.
▲ "선거투쟁의 핵심은 결국 누구를 대통령 후보로 지지할 것인가 하는 것이고, 민주진영 인사 중 누가 보다 진보적이고 민족민주진영과 함께 할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 전대협은 9월, 야권 후보들을 초청해 고려대학교에서 공청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 공청회가 확정되면서 전대협 상임위원회는 이들 자택을 직접 방문해 공청회 참가를 요청했다.
▲ 공청회 취소를 알려지자 전대협은 집중 비난을 받게 됐다.
▲ 야권 후보 초청 공청회 무산으로 전대협 선거투쟁이 손상을 입은 가운데, 국민운동본부 가입을 두고 또 한번의 좌절을 맛봐야 했다.
그랬던 우 의원은 22일 라디오에서 "586 플러스(+) 전체 민주진보 진영 선후배들이 처음으로 하나가 돼 나를 도와주고 있는 것 같다. 총집결"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권이 있다면 당연히, 나를 찍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가 말한 자신감의 근원은 바로 '586운동권'인데, 그 실체는 '전대협 동우회'를 통해 확인되는 셈이다.
우 의원은 이날 '86운동권 세력'을 거론하면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친했던 분들 중 저한테 상당히 많이 와 있고, 여러 측면에서 도움이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임종석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은 우상호 의원에 대해 "서울시장 출마를 적극권유했다"고 말한 바 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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