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의 최대 수혜자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이다. 문 대통령이 전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한 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이라는 이 지사의 정책에 대해 공식 지지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주택공급과 관련해 용적률을 상향한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 자체가 이 지사의 ‘기본주택’과 궤를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그에 반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을 제기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구겨진 상태다.

이재명은 ‘퍼주기 정책’ 정당화하는데, 야권은 소모적인 ‘단일화’ 논쟁만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인사 및 현역의원들의 ‘이재명 줄서기’ 현상도 시작되고 있다. 이로써 여권 내 대선 후보군 간의 1차 판세가 그 윤곽을 드러낸 셈이다.

이에 따라 이 지사의 ‘퍼주기 정책’ 혹은 ‘포퓰리즘’이 올해 대선정국의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이 지사는 SNS 및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나라 곳간은 넉넉한데 가계 부채는 늘고 있다”면서 퍼주기 정책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처럼 이 지사의 퍼주기 정책이 대세가 되면 한국 경제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이 된다. 중남미와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란 법이 없다. 문 대통령의 지지에 이어 친문 줄서기가 가속화되면 한국 경제로서는 설상가상이 된다. 한국경제의 바람직한 발전에 중대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등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뚜렷한 경제정책의 비전조차 제시 못하는 형국이다. 뚜렷한 경제정책 비전은 고사하고 후보의 윤곽조차 드러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둘러싼 땅따먹기에만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힘 간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문제를 둘러싼 소모적 갈등만 지속되고 있을 뿐이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 문 대통령 신년회견 10분 시청하다 자리 떠

18일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 회견을 지켜보던 이 대표는 10분 만에 자리에서 일어나, 다음 일정을 소화했다는 후문이다. 원래 정해진 일정이라는 설명이 있었지만,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서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이 대표의 지지율은 3위로 고착되는 형국이다. 이 지사는 1위로 올라선 분위기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런 경향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재명 지사가 2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은 13%, 이낙연 대표는 10%를 얻어 이 지사와 큰 격차를 보이는 2,3위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전 조사에 비해 지지율이 10%까지 떨어지고, 텃밭인 호남에서도 지지율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반해 이 지사의 지지율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 연말연초의 다른 선호도 조사에서도 윤석열 총장과 함께 2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음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여론조사기관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16~17일 전국 18세 이상 1009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윤 총장에 대한 경쟁력 면에서 이 지사가 이 대표보다 상당한 우위를 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대선정국 초반 판세는 윤석열과 이재명 간 양자대결 구도

윤 총장은 이 대표와의 대결에서 46.8% 대 39.0%로 앞섰다. 격차는 7.8%p로 오차범위 밖이다. 반면 이 지사는 윤 총장과의 대결에서 42.1% 대 45.1%로, 오차범위 내에서 약간 뒤진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윤 총장이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이 대표와 이 지사 누구와 맞붙어도 양자 대결에서 모두 앞선다는 결과이지만, 이 지사의 꾸준한 상승 추세도 주목된다.

이 지사가 여권의 대선 주자 경쟁 구도에서 승기를 잡은 데는 ‘정국 현안에 대한 선택적 거리 두기’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검찰개혁과 부동산 등 여권내 첨예한 갈등 사안에 대해서는 몸을 낮추면서도, 기본소득이나 재난지원금 등의 복지정책에서는 ‘선명성’을 강조한 결과라는 것이다.

정쟁 멀리하는 이재명은 ‘실용주의’?... 본질은 무책임한 ‘포퓰리즘’

정쟁과 거리두면서 코로나19 및 양극화 대책과 같은 경제정책에 집중하는 ‘실용주의 노선’이 일단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 지사가 쏟아내는 정책은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 같은 이 지사의 실용주의 행보는 지난해 후반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추미애·윤석열 갈등’ 등 검찰개혁 정국과 함께 여야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등에 대한 비판은 자제했다. 대신 이 지사는 ‘기본소득·기본대출·기본주택’ 등 ‘이재명 브랜드의 친서민 정책’에 주력했다. 정부의 부동산 실정이 부각됐을 때도 기본주택 등 경기도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내보이며 차별화 전략을 구사했다.

뿐만 아니라 이 대표가 제기한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나까지 입장을 밝히면 대통령께 부담을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당 내 사면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이 지사의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가 거세지자 “나쁜 일을 했으면 책임지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말하자면 친문의 눈치보기가 시작된 것이다. 평소의 ‘사이다 언행’과 같은 특유의 스타일이 대신 ‘선택적 침묵’으로 선회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지사는 경기도민 모두에게 10만원씩 ‘2차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애초 18일 발표할 예정이었다. 자신의 정책 브랜드인 보편지급론을 밀고나가겠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과 겹친다는 이유로, 발표를 연기했다. 여당 내에서 그를 향한 견제와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되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18일 회견에서 “이재명 지사가 경기도민에게 1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정부의 주요정책을 지자체가 선도하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정부의 재난지원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런 경우 지역 차원에서 보완적인 부분은 지자체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중앙정부의 선별적 재난지원금 지급대책과는 별도로 지자체가 보완적 복지정책을 펼 수 있다며 이 지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문 대통령 지지받은 이 지사, “100년 만의 위기에서 문 대통령의 존재는 다행” 화답

문 대통령의 동의를 받았다고 판단한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100년 만의 세계사적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그 자리에 계신 게 얼마나 다행인가 다시 한 번 생각했다”고 화답했다. 이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경기도는 재정능력이 허락하는 최대한의 경제 방역과 민생 방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정책에서도 문 대통령은 이 지사를 지지하는 분위기이다. 이 지사는 “대통령님께서 재차 말씀하신 공공 재개발, 역세권 개발의 특단의 공급대책 조치와 평생주택 철학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경기도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무주택 국민 누구나 원하는 만큼 거주할 수 있는 질 좋은 기본주택(=평생주택)의 실현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했다.

19일 국토교통부는 도시지역 역세권에서 지구단위계획으로 복합용도 개발을 할 때, 용적률을 700%까지 높이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동안 경기도가 기본주택 정책을 추진하면서 가장 걸림돌이 됐던 부분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이 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기본주택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20일, 안승남 구리시장은 '경기도형 기본주택'을 시에 건설해 달라고 이재명 지사에게 건의한 걸로 알려졌다. 구리시에 따르면 안 시장은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임원진 간담회를 마친 후 이 지사를 만나 "한강변 도시개발사업 부지와 교문동에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기본주택이 건설될 수 있도록 도시기본계획 및 도시관리계획 변경, 도시개발지구 지정 등 행정 지원을 해달라"고 건의했다.

제3 후보군 정세균 총리와 이낙연은 이재명 저격...‘찻잔 속 태풍’에 그쳐

대통령의 간접 지지와 달리, 여당 내에선 그를 향한 견제와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지사의 ‘4차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론에 대해 정세균 국무총리가 “단세포적 논쟁”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당 지도부도 “방역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반박했다.

이 대표 또한 19일 MBC 방송에 출연해 대권 경쟁자인 이 지사를 공개 저격했다. 이 지사가 전 도민에게 재난지원금 10만원 지급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마치 왼쪽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지사의 속공에 견제구를 던진 셈이다.

당내에서는 이 지사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대중이 원하는 정치’를 한다는 점에서 정치감각을 호평하는 시각도 있지만, ‘퍼주기’식 정책에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여권의 한 중진 의원은 “이 지사가 여권 대선 주자로서 확장성을 가지려면 이제는 ‘책임정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와 이 대표의 이재명 때리기는 아직 효과가 거의 없는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다.

경기도 의원 7명은 이재명과 기념촬영 나서...친문 인사 줄서기 가속화 전망

당내 이런 비판과 우려에도 불구, 여권의 양강구도가 흔들리면서 자연스레 당내 역학에도 변화가 일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 지사 역시 '공관 정치'로 의원들과 접촉면을 대폭 늘리는 모습이다. 박정 경기도당 위원장을 비롯해 권칠승 김철민 소병훈 정춘숙 민병덕 양기대 등 경기지역 국회의원 7명은 지난 18일 경기지사 공관에서 정책 당정회의를 가졌다. 이중 권칠승 의원은 20일 개각을 통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내정된 대표적 친문 인사이다.

이 지사가 기본소득과 기본주택, 기본대출 등 경제기본권 확보를 통한 경제정책에 집중하겠다며 더민주 경기도당에 협조를 요청해서 이뤄진 경기도당 차원의 행사였지만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한 이 지사와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렸다. 일부 참석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지사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가 이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를 벌리며 선두 자리를 굳히자, 여권 내 '무게 추'가 확실히 흔들리는 분위기이다. 대통령의 심중을 읽은 친문 인사들의 줄서기도 가속화되리라는 전망이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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