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처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19일 오전 시작됐다. 여야 의원들의 질문은 ‘정치적 중립성’에 집중되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 1호’에 대한 김 후보자의 답변에 이목이 집중되었지만, 소신이 있는 듯 없는 듯 조심스럽게 에둘러 답변하는 태도가 이어졌다.

특히 야당의원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이 될 것인지를 캐물었지만, 김 후보자는 ‘정보 부족’을 이유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답변만 했다. 정말 정보가 부족하다면 공수처장에 곧바로 취임해서 업무를 주도해야 할 자로서 직무유기이다. 만약에 이미 시나리오를 작성해놓고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불성실의 극치라고 볼 수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 취임 후 1호 수사 대상으로 윤 총장 검토할 듯

하지만 이 같은 모호성을 통해, 김 후보자는 취임 직후 윤 총장에 대한 수사를 사실과 법리의 차원에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윤 총장간의 격렬한 갈등의 와중에서 정부 여당은 공수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속전속결식으로 관련 법안을 강행했다. 때문에 윤 총장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 여부가 공수처의 공정성을 가늠해볼 첫 번째 시험대라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김진욱 후보자의 공수처가 윤 총장을 1호 수사대상으로 삼을 경우 올해 대선정국은 또 다시 소용돌이칠 것으로 우려된다.

김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철저히 지키고 고위공직자 비리를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고 강조했으나, 알맹이는 빠진 형식적 답변을 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그동안 보여주신 고위공직자 부패 척결과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열망을 잘 알기에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저의 55년 인생이 심판대에 오른 것 같다. 제 삶을 되돌아보니, 남들이 가지 않은 길 또 하지 않은 선택을 많이 해 본 편인 것 같다”고 하면서 “시행착오와 허물도 많았다”고 밝혀서 눈길을 끌었다. 자신에게 쏟아질 부정적인 질문에 대해 미리 각오하겠다는 의미로 비춰졌다.

그러면서도 "공수처는 건국 이래 검찰이 수사권· 기소권을 독점해 온 체제를 허물고 형사사법 시스템의 전환을 가져오는 우리 헌정사가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길"이라며 "도전하는 마음으로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과 함께 이 길을 걸어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국민의힘은 시작부터 김 후보자의 자격과 자질을 놓고 날선 공방을 펼쳤다.

특히 장제원 의원은 “국민들이 공수처장에게 바라는 것은 강단있고 소신있는 중립성을 바란다”고 지적하면서 “강단이나 소신과는 좀 거리가 있는 분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전 서면 답변이 부실하다고 지적하며 “소신과 무의견은 중립이 아니라 눈치보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재형 감사원장의 인사제청권처럼 ’공수차장‘에 대한 소신있는 인사제청권을 행사해주길 주문했다.

오전에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관심을 끈 부분은 ‘공수처 수사 1호 대상’에 대한 김 후보자의 답변이었다.

최강욱 의원이 "윤석열 총장이 공수처 1호 대상이 될 것이다"는 발언을 하고 있는 자료 화면. [사진=TBS방송 캡처]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 “공수처 1호 수사는 윤석열인가” 돌직구 질문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공수처 수사 대상은 아마 본인과 배우자가 더 먼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라는 최강욱 의원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가장 민감한 주제인 공수처 수사 1호 대상에 대한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조 의원은 “이 자리에 있는 여권 의원만 하더라도 거리낌없이 공수처 수사 1호 대상으로 바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꼽았다”면서 “여당 수석 대변인이라는 분(최인호 수석대변인)도 검찰총장과 전현직 고위검사들, 사건 수사 검사, 국회의원 등 공수처 수사 대상을 말하면서 다시 한번 윤석열 검찰총장을 꼽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이런 점을 들어서, 검찰이 하고 있는 수사 즉 울산시장 하명수사, 월성원전 폐쇄 사건 들을 공수처가 가져가서 입맛대로 깔아뭉개기 하는게 아닌가 이렇게 내다봤다”고 강조하면서 질의를 시작했다.

“공수처 출범시에 수사대상을 윤석열 검찰총장이 1호가 될 거라는 의견이 공공연하게 여권에서 나왔다. 후보자의 견해는 어떤가?”라고 직접적인 답변을 요구했다.

즉답을 회피한 김진욱, 윤석열 수사 가능성 열어둬

조 의원의 돌직구 질문에 김 후보자는 즉답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공수처의 1호 사건은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가 큰 것 같다. 그래서 그 부분은 신중히 공수처가 완전히 수사체계를 갖춘 다음에 그 시점에 신중하게 검토가 되어야 한다”고 의례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조 의원이 “그렇다면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군요”라고 재차 질문하자, 김 후보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신 제가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공수처가 1호 대상을 선택하거나 수사를 할 때는 정치적인 고려를 하지 않고 사실과 법에 입각해서 (그렇게 수사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조 수진 의원이 좀더 구체적으로 ‘현재 여권, 청와대를 향한 산 권력을 수사했기 때문에 검찰총장이 핍박을 받고 (어떻게 보면) 검찰총장 흔들기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 수사 1호 대상이 될 거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그렇다면 지금까지 현재 상황만으로는 아니라고 보시는 거죠?’라고 질문했다.

여기에 대해서도 김 후보자는 ‘가지고 있는 정보가 언론에 난 정보에 불과하다’며 미꾸라지처럼 피해나갔다.

“윤석열이 권력형 비리냐”는 질문에도 “좀더 확인해야” 대답

김 후보자의 우회적인 답변에 대해 조 의원이 “단도직입적으로 언론의 보도내용은 검찰총장의 권력형 비리였습니까?”라고 질문하자 김 후보자는 “그 부분은 좀더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왜 확인을 해야 되죠?”라는 조 의원의 날선 질문에 김 후보자는 답을 못하고 얼버무렸다. 그러자 조 의원은 더욱 목소리를 높여 김 후보자를 비난했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후보자의 서면 답변만으로 봐서는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거다”며 정확하게 답변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후보자는 “그 부분은 법률가로서 어떤 사실이 구속요건에 해당하는지, 그 위법성과 책임성에 해당하는지, 충분한 증거가 있는지, 이런 부분이 다 검토가 되어야 말을 할 수 있다”면서 다시 한번 즉답을 회피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김진욱 공수처장 후보자에게 '윤석열 총장, 공수처 수사 대상 1호' 여부를 질문하고 있다. 

“윤 총장은 무시무시한 수사 할 것” 발언도 도마 위에 올라

조 의원이 이번에는 김 후보자의 지난달 31일 발언을 문제삼았다. “(윤석열 총장에 대해) ‘병원 외과 과장과 같은 조직 보스 분위기가 난다. 공수처장 스타일이 윤석열 총장 같으면 무시무시한 수사가 펼쳐질 것이다. 나는 그분과 다르다. 학자 스타일이다’ 라고 발언을 했는데, 학자 스타일과 무슨 관계가 있냐?”고 질문했다. 김 후보자가 윤 총장에게 가한 비판까지 겨냥한 질문이었다.

김 후보자는 “제가 친분있는 사람에게 말한 것인데, 여기서 조직. 이런 건 좀 그런데. 제 발언은 (윤석열 총장이)보스기질이 다분하신 것 같다. 조직은 언급을 안했다. 말이 좀 와전된 것 같다”고 한발 뒤로 물러서는 답변을 했다.

계속해서 조 의원은 공수처의 인지 수사가 가능한지를 질문했고, 김 후보자는 서면 답변과는 달리 ‘(공수처도) 수사기관이니까 인지수사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앞서 서면 답변이 부실하다는 장제원 의원의 지적을 의식한 듯한 답변이었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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