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뭐하러 진술하러 나왔나?"
"진술거부권 행사는 변호인과 미리 공모한 것이냐?"
"진술거부권 행사할 것이냐, 아니면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느냐?"

서울경찰청.(사진=연합뉴스)
서울경찰청.(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을 지칭해 ‘간첩’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가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전광훈 목사가 담임 목사로 봉직하고 있는 서울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이 지난해 경찰의 임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임의 조사에 참석한 교회 관계자들에게 경찰이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도 “이 질문에 대한 진술을 거부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가 하면 고성을 지르기도 하고 변호인의 조력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당시 경찰 조사를 받은 김 모 씨(교회 장로)와 박 모 씨(교회 집사)는 이들 사법경찰관의 행위에 문제가 있다며 서울지방경찰청에 진정을 하는 동시에 이들을 형법 제123조가 정한 ‘직권남용’의 죄를 물어 처벌해 달라는 내용으로 지난해 9월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서울특별시지방경찰청(現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지능3계1팀장 김영한 경감과 같은 팀 소속 최근모 경위는 지난해 9월4일과 9월5일 각각 사랑제일교회 관계자 김 씨와 김 씨의 아내 박 씨를 소환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임의 조사를 실시했다. 김 씨와 박 씨는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성명과 주소, 소속 교회를 제외한 나머지 일체의 진술에 대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기로 하고 경찰 조사에 임했다. 당시 조사에는 김 씨와 박 씨가 선임한 변호인이 동석했다.

이들 사법경찰관은 임의 조사에 앞서 참고인 신분의 김 씨와 피의자 신분의 박 씨에게 각각 ‘진술거부권’ 등과 관련한 고지(告知)를 했다. ‘미란다 고지’ 등으로 불리는 이 절차는 형사소송법 제244조에 의거한 것으로써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않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해 진술하지 않을 수 있으며, 진술을 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고, 또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포기하고 행한 진술은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으며, 수사관이 신문(訊問)할 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발생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지난해 9월4일 조사 당일 김 씨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자 최 경위는 “이 질문에 대해 진술을 거부하면 안 된다” “이 질문에는 답변을 해야 한다” “참고인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러 나온 것이냐?”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면 뭘 하러 출석한 것이냐?” 등 ‘진술거부권’을 부정하는 취지의 질문들을 김 씨에게 쏟아냈으며 김 씨에게 고성을 지르는 등 모욕적 언동을 하는가 하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변호인과 미리 공모한 것이냐?” “변호인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라고 미리 지시한 것이냐?” 등의 발언도 했다. 당시 수사 과정은 김 씨의 변호인이 모두 지켜봤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지능3계1팀 팀장인 김영한 경감도 김 씨에게 “진술 안 할 것이면 뭘 하러 온 것이냐?”고 묻는가 하면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권유하는 변호인에 대해서는 “피의자가 진술하려고 하는데 변호인이 왜 진술을 못 하게 하느냐?”며 변호인의 조력권을 침해했다고 김 씨는 밝혔다.

최 경위는 다음날(9월5일) 김 씨의 아내 박 씨에 대한 피의자 신문 때에도 “피의자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것인가요, 아니면 성실하게 조사에 참여하실 것인가요?” 등의 질문을 하며 ‘진술거부권’ 행사가 마치 조사에 불성실하게 참여하는 것인 양 발언하며 박 씨의 진술거부권 행사를 방해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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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 사실 관련 진정에 대해 서울경찰청은 김영한 경감에게는 ‘주의’ 처분을 하고 최근모 경위에 대해서는 물증으로써 사실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종결’ 처리를 했다.(출처=제보) 

이 사건을 조사한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4일 김영한 경감에 대해 “권리행사(진술거부권)을 권유하는 변호사의 조력권 행사를 방해한 잘못”을 인정해 김 경감에게 ‘주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최 경위에 대해서는 “진술거부권 행사 침해 및 부적절한 언행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종결’ 처리했다.

펜앤드마이크의 사실관계 확인 요청에 김 씨는 그같은 일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 “그 사건 이후 또다시 조사에 불려 나갔는데, 경찰은 점심을 먹을 때조차 수갑을 풀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밥을 먹을 수 있게 수갑을 풀어달라고 요청했고, 동료 경찰관도 수갑을 풀어줄 것을 권유했지만, 최근모 경위는 ‘그냥 먹으라’고 했다”며 “최 경위에 대한 처벌을 다시 구할 것이며, 이같은 사실관계는 나를 이송한 경찰 차량 내부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모 경위는 기자의 사실관계 확인 요청에 “내부 문제에 대해 말해 줄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영한 경감은 “(김 씨 등의 주장은) 일방적인 것”이라며 “이번 일로 내 신상에 문제가 생긴다면 기자에게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했다. 이에 기자가 “그렇다면 김 씨 등이 무고(誣告)한 것이냐?”고 반문하자 “나는 무고했다고 한 적이 없다”면서 “나는 할 말이 없으니 ‘주의’ 처분을 한 사람들한테 가서 왜 그렇게 했는지 물어보라”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경찰청 청문조사1팀 관계자는 펜앤드마이크의 확인 요청에 대해 “김 경감의 경우 사실관계가 확인돼 ‘주의’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 변호인은 “진술거부권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피의자의 기본권으로서, 최대한으로 보장돼야 하며, 진술거부권 행사에 있어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아야 한다”며 “그런데, 일부 경찰들의 경우 진술거부권 행사 자체를 범죄시하거나 그 행사를 방해하는 일이 많아 우려스럽다. 심지어 구속영장 신청시 진술거부권 행사를 증거인멸의 우려로 간주하여 구속의 사유로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진술거부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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