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집행유예 선고 받은 형사 사건과 관련해 '거소 신고 의무' 위반 혐의
조 바이든 차기 미국 대통령 등, 러시아 정부에 강력 항의

독일에서 러시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촬영된 알렉세이 나발니의 모습.(사진=연합뉴스)
독일에서 러시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촬영된 알렉세이 나발니의 모습.(사진=연합뉴스)

맹독 물질에 의한 암살 미수 사건의 피해자가 된 알렉세이 나발니(45)가 러시아 귀국 직후 공항에서 체포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평가 받아온 나발니는 지난해 8월 서(西)시베리아의 도시 톰스크에서 수도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의식을 잃었다. 사건 직후 나발니의 측근 인사들은 러시아 정부에 의한 독살 기도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나섰으며, 나발니의 치료를 지원한 독일 정부 역시 나발니가 구 소련 시절 소련 정부가 개발한 맹독성 물질인 ‘노비촉’ 계열의 신경 작용제에 중독됐음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이같은 의혹 제기를 전면 부인해 왔다.

사건 이후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 소재한 모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온 나발니는 러시아 귀국 의사를 표명해 오다가 17일(현지시간) 드디어 모스크바 땅을 밟게 됐다.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한 나발니는 공항에서 “나는 아무 것도 두렵지 않고 언제나처럼 집으로 돌아갈 뿐”이라며 “내가 옳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발니는 입국심사 과정에서 체포됐다. 나발니와 동행한 변호사가 당국이 갑작스럽게 나발니를 체포하고 연행하는 데 대해 강력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러시아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나발니는 과거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형사 사건에서 자신의 거소(居所)를 신고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것이라고한다.

한편, 러시아 당국이 나발니를 체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방 국가의 정치 지도자들이 러시아 정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오는 20일 취임 예정인 조 바이든 차기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나발니는 즉각 석방돼야 한다”며 “러시아 정부가 나발니를 공격하는 것은 인권침해일 뿐만 아니라 러시아 국민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적었다.

유럽연합(EU)의 의사 결정 기구 중 하나인 유럽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샤를 미섈 벨기에 총리 역시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를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며 “러시아 당국에 즉각 석방을 요구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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