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9월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학부 수업 도중 발언으로 기소된 류석춘 교수,
15일 오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 측 공소 사실 전부 부정하고 '무죄' 주장
"학술 토론 내용으로 법정에 서게 되는 것은 중세 암흑기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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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9월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개설한 ‘발전사회학’ 강의 도중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의 일종’이라고 표현해 불구속 기소된 류석춘(66) 전(前) 연세대 교수의 첫 공판이 15일 오전 11시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4단독 308호 법정에서 열렸다. 재판에 앞서 류 교수가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학 강의실에서 교수가 학생들과 학술적 토론을 한 것을 가지고 법정에 서게 되는 일은 ‘암흑기’라고 불리는 중세 시대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2019년 9월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개설한 ‘발전사회학’ 강의 도중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의 일종’이라고 표현해 불구속 기소된 류석춘(66) 전(前) 연세대 교수의 첫 공판이 15일 오전 11시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4단독 308호 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공판에 출석한 류 교수 측 변호사는 류 교수의 혐의를 전부 부인(否認)하고 무죄를 주장했다.

이날 검찰 측은 문제의 수업 도중 한 학생으로부터 “위안부 여성이 자발적으로 갔다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류 교수가 “살기가 어려워서 매춘업에 들어가게 된다”고 답하며 마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이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매춘에 종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됐다’는 취지로 강의했지만, 사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위안부로 끌려가 위안소에 갇힌 채 군인들을 상대로 성적 쾌락의 제공을 강요당한 것이므로, 류 교수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교육함으로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단체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실과 다른 증언을 하도록 종용했으며 “‘정대협’의 핵심 간부들이 (지난 2014년 위헌정당심판으로 해산된) ‘통진당’(통합진보당) 간부들과 얽혀 있다” 등의 발언을 통해, ‘정대협’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허위 증언을 하도록 종용한 사실도 없고 ‘정대협’ 임원 가운데 ‘통진당’에 소속된 이가 없음에도, 류 전 교수가 허위의 사실을 공연히 적시해 ‘정대협’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류석춘 교수.(사진=박순종 기자)
법정 입장 전 류석춘 교수가 재판장 앞 전자 게시판을 바라보고 있다.(사진=박순종 기자)

이번 재판의 쟁점은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가 ▲‘정대협’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강제연행을 당했다’는 취지의 허위 증언을 하도록 교육한 사실이 있는가 ▲‘정대협’은 북한을 추종하는 단체인가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류 전 교수는 자신이 한 발언 가운데 허위사실은 없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명예훼손도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류 전 교수는 앞서 발표한 입장문에서 “‘위안부’가 되는 과정이 ‘100% 자발적이었다’고 말한 사실이 없고, 당시 ‘가난’이라는 구조적 조건 아래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매춘’에 접어들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전하면서, 오늘날의 ‘매춘’ 역시 그와 마찬가지라는 사회적 현상 또한 같이 전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류 교수는 “검찰이 ‘과거 위안부는 100% 비자발적(강제연행)이고 오늘날 매춘부는 100% 자발적’이라는 식의 극단적 이분법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석춘 교수는 또 “‘위안부’들은 초기 증언에서 ‘위안부’가 된 경위와 관련해 ‘자의 반 타의 반’을 이야기했지만, ‘정대협’의 수요집회 등을 함께 하면서 ‘강제연행’으로 바뀌게 됐다”며 “30년에 걸쳐 매주 반복되는 학습이 교육이 아니면 무엇을 교육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도 설명했다.

‘정대협 임원들과 통진당 간의 관계’와 관련해서도 류 교수는 “내가 한 발언은 ‘간부’인데 검찰이 ‘임원’으로 용어를 슬쩍 바꿔놓았다”며 “‘정대협’의 일부 간부들과 ‘통진당’ 간의 연계성이 확인된다”고도 했다.

이날 재판 출석에 앞서 류석춘 교수는 법원 앞에 모인 취재진 앞에서 “‘위안부’발언과 관련해 생각의 변함이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민국이 중세 암흑기로 돌아간 것 같다”며 “대학 강의실에 교수가 학생들과 학술적 토론을 한 것을 가지고 법정에 서게 되는 일은 우리가 ‘암흑기’라고 부르는 중세 시대에나 벌어지는 일인데,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너무 어이가 없고, 대통령 한 마디에 법무부 고위 간부를 불법으로 출국 금지를 당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나, 윤미향의 고소장 하나에 대학 교수가 법정에 서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한편, 검찰 측은 류 교수에 대한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명예훼손 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음 공판은 3월12일 오후 4시로 예정됐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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