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의 배신’으로 드러난 경찰의 ‘박원순 성추행 ’부실수사...공수처가 수사할까
‘유다의 배신’으로 드러난 경찰의 ‘박원순 성추행 ’부실수사...공수처가 수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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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에 대한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5개월 동안 박 전 시장 사건을 수사했으나 ‘빈손’으로 사건을 종결지었다. 하지만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로 알려진 A씨에 대한 또다른 성폭행 사건 재판과정에서 박 전시장의 성추행 사실이 확인됐다.

A씨를 성폭행한 인물은 박 전 시장의 의전비서였던 정씨이다. 정씨는 자신의 성폭행 혐의를 벗기 위해 A씨에 대한 박 전 시장의 지속적인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유다의 배신’이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이 사실임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다. 경찰은 알고도 모른 체했던 것이다.

경찰에 대한 정치권력 외압 가능성에 대한 공수처 수사 필요해

수사권이 없는 법원이 다른 사건 재판과정에서 손쉽게 확인할 수 있었던 박 전 시장의 ‘범죄 행위’에 대해, 수사권을 가진 경찰이 모르쇠로 일관했던 이유는 뭘까? 정치권력의 외압에 의한 결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박원순 사건에 대한 경찰수사과정에 대해 공수처나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형사사건 등에 대한 수사권을 경찰이 독점하는 현행 검경수사권 조정체제가 지속될 경우, 수많은 ‘권력형 비리’가 은폐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윤석열은 추미애와 부하논쟁 벌였지만, 경찰청장은 행자부 장관 ‘부하’ 맞아

검찰은 한국 현대정치사 속에서 정치권력과 야합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정치권력의 부패를 견제하고 응징하는 역할도 수행해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의 갈등사태 속에서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데서 드러났듯, 검찰은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행정부나 의회 권력의 잘못에 대해 사법적 대응을 할 수 있는 조직이다.

검찰청은 법률로 보장된 독립적 국가기구이다. 법무부 소속 기관이 아니다. 검찰총장은 2년 임기를 법으로 보장받고 있다. ‘정의’라는 명료한 기준으로 소신을 펼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직책이다.

이에 비해 경찰청장을 정점으로 한 경찰조직은 행정부의 ‘위계적 통제’하에 있다. 정부직제상 경찰청은 행자부 소속이다. 경찰청장은 행자부 장관의 ‘부하’이다. 지방경찰청은 지방자치단체 소속이다. 따라서 경찰은 태생적으로 정치권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정부조직이다.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또다른 재판서 박원순 사건 ‘진실’ 드러나

진실은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 조성필)가 동료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준강간치상)로 기소된 서울시 공무원 정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그 과정에서 재판부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과 그로 인한 A씨의 피해를 언급한 것이다.

정씨는 지난해 4·15 총선 전날, 동료 직원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4일 재판부는 정씨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정씨의 성폭행 피해자가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와 동일인물인 A씨라는 점에서 이 사건에 이목이 쏠렸다.

A씨는 사건 발생 다음날인 15일 정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고, 서울시는 정씨를 직무에서 배제한 뒤 경찰수사가 시작되자 직위해제 했다. 정씨는 수년 전부터 박 전 시장의 의전 업무를 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박원순 피해자 성폭행했던 정씨,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박원순 성추행 탓” 폭로

정씨 측은 1심 법정에서 범행 당일 피해자 A씨를 추행한 사실은 대체로 인정했지만, 피해자가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입은 것은 자신의 범행과 인과관계가 없으며 ‘박 전 시장의 지속적인 성추행이 원인’이라며 항변해왔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피해자 A씨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 근거로 피해자 A씨의 병원 상담·진료 내용을 들었다. 피해자 A씨가 제시한 근거에는 ‘지난해 상담을 받으며 “박 전 시장으로부터 음란한 문자와 사진을 받았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그의 성추행 의혹을 직접 규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피해자 A씨의 진술과 관련 기록을 토대로 재판부가 간접 판단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 A씨는 박 전 시장 밑에서 근무한 지 1년째부터 ‘냄새를 맡고 싶다’, ‘사진을 보내 달라’는 식의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심지어 2019년에는 ‘넌 남자를 모른다. 남자를 알아야 시집을 간다’는 문자를 받았다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2019년 1월쯤 (비서실에서) 다른 부서로 이동한 이후에도 박 전 시장이 성관계 이야기를 했다는 식의 진술에 비춰볼 때 피해자 A씨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의 판결과는 별도로 ‘박 전 시장에게 피소 사실이 알려진 경위’를 수사한 서울북부지검은 박 전 시장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피해자 A씨의 고소가 접수된 작년 7월 8일, 박 전 시장은 임순영 당시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피해자 A씨와 4월 사건 이전에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전 시장이 말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문자’의 내용은 위에서 재판부가 언급한 문자인 것으로 해석된다.

박원순 성추행 방조해온 서울시 관계자 7명도 불기소한 경찰, 궁지에 몰린 듯

앞서 경찰은 박 전 시장이 사망함에 따라 성추행 의혹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하고, 성추행을 방조한 혐의를 받은 서울시 관계자 7명을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하지만 법원의 이번 언급으로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한 피해자 A씨측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29일 경찰은 박 전 시장의 혐의를 밝히지 못한 채 사건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7월 피해자 A씨의 고소장을 받은 지 5개월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수사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심지어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도 “사망 동기는 밝힐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원순 성추행 사건의 A씨, 경찰 부실수사의 최대 피해자

재판부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일부 인정한 부분에 대해 피해자 A씨측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피해자 A씨가 박 전 시장을 고소했지만, 피고소인의 사망으로 법적 호소의 기회를 잃었었다"며 "피해자 A씨가 입은 피해에 대해 재판부가 일정 부분 판단을 해주셔서 피해자 A씨에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를 말하고 판단받을 수 있는 기회를 봉쇄당한 피해자 A씨로선 추행 사실과 피해를 인정받는 게 절박한 상황이었다”면서 “부당한 공격이 멈춰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의 은폐로 인해 피해자 A씨가 여론의 비난을 받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바로 잡히기를 바란다는 소박한 희망을 피력한 것이다.

박원순을 팔아넘긴 성폭행 혐의자 정씨, 남원순도 비슷한 선택?

하지만 법조계 일부에서는 기소도 되지 않은 별도 사안에 대해 재판부가 반대 진술 없이 단정적 표현을 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피고인인 정씨가 자신의 성폭행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기 때문에 재판부로서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던 대목”이라고 답했다.

한편 서울북부지검은 14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성추행 고소 예정 사실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 상임대표를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여연은 이날 정기총회를 열고 김 대표를 사실상 해임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이 지난 1일 대검찰청에 남 의원과 김 대표의 명예훼손 혐의 성립 여부를 검토해 달라는 고발장을 제출했고, 대검찰청에서 사건을 서울북부지검에 이송한 데 따른 조치이다.

향후 검찰 수사를 통해 경찰이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의심되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가 추가로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씨가 자신의 성폭행 혐의를 벗기 위해 박 전 시장을 팔아 넘겼듯, 남인순 의원이나 김영순 대표가 비슷한 처신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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