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가 ‘말장난’인 청와대, 방송에서 떠든 게 회담 제안이라고?
세상만사가 ‘말장난’인 청와대, 방송에서 떠든 게 회담 제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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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제1 야당인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영수회담이 ‘말장난’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청와대 혹은 문 대통령 측에 있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평가이다.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를 만나 회담을 가지려면 공식 제안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게 기본 상식이다. 하지만 여당 인사가 방송에 나와서 떠들면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치부하는 게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인식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예의가 없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정치를 몰라서 그런 것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청와대는 여러 차례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고 했지만, 정작 국민의힘에서는 "들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최재성 정무수석은 방송에서 “영수회담 수차례 제안” 강조

영수회담의 필요성을 처음 제기한 것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말 김 위원장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문 대통령과의 신년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만나서 할 일이 있으면 만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새해 영수회담을 제안하면서 청와대에도 이를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야당과의 소통 창구인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1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낙연 대표가 제안한 후에 문을 열어놓고 타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진한 것이 제안을 하셨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그렇게 해석을 해도 괜찮다"며 청와대 차원에서의 영수회담 추진을 공식화했다. 그는 "그동안 한 차례가 아니고 여러 차례 얘기들을 했다"고 덧붙였다.

최 수석은 이어 "(지난해) 8월 이전에 강기정 정무수석이 있을 때부터 제안을 한 것이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에서 재차 접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수회담 시기에 대해선 "빠를수록 좋다"며 의지를 보였다. 최 수석은 "시기는 특정할 수는 없지만 국민의힘 의사에 따라서 바로 이뤄질 수 있다"며 "김종인 대표께서 말씀하신 의제와 내용, 이런 것들이 이제 사전에 조금 얘기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의사만 보이면 진행을 할 수 있는 문제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종인 위원장, “영수회담 제안 들은 바 없다” 단언

하지만 국민의힘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김 위원장은 청와대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아직까지 들은 바가 없다"고 단언했다.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인 송언석 의원도 언론과의 통화에서 "최근 최 수석과 신년인사차 통화했지만 영수회담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했다.

지난해 8월에도 ‘제안’했다는데 김종인은 몰라

영수회담을 놓고 청와대와 국민의힘 측 주장이 엇갈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청와대는 여야 대표 회동을 열자고 제안했지만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불가하다고 알려와 무산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자 통합당은 "청와대가 회담을 공식 제안한 적이 없다"며 "빈말로 지나가듯 던져놓고, 마치 저희가 거부해서 성사가 안된 것처럼 떠넘긴다"고 반박했다. 당시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국민의힘은 공식 제안을 받은 바 없다고 즉각 반박한 것이다. 결국 영수회담은 흐지부지됐다.

지난해 연말에도 최 수석은 국회에 가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난 후, 김 위원장에게 영수회담을 여러번 제안한 듯한 발언을 했다. 최 수석은 ‘(청와대가) 영수회담을 야당에 제안했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제안을 얼마나 했는데”라며 “거기(김 위원장) 의사가 있는 건지 확인이 돼야 한다. (영수회담) 제안은 몇 번 드렸다”고 했다. 이어 ’30일 이후에도 제안했느냐'는 질문엔 “아니다. 그런데 그게(김 위원장 의사가) 확인이 안 되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제대로 제안도 하지 않고 ‘야당 탓’하는 정무수석, 그 저의는?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의사가 명확하게 있어야 영수회담이 가능하다는 얘기인가’라는 물음에 “그래야 한다. 이미 몇 번 제안 드리지 않았느냐”라고 했다.

최 수석의 이런 행보를 두고 비판이 일고 있다. 야당 일각에서는 “야당과의 소통 창구인 최 수석이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라디오 방송에서 흘리는 태도도 못마땅하다. 공식적으로 제안을 하거나, 비밀리에 김 위원장의 의사를 타진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청와대에서는 여러번 제안을 했지만, 김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듯한 발언으로 김 위원장 탓을 하는 태도 역시 잘못되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야당과의 소통을 담당해야 하는 최 수석이 영수회담도 제대로 제안하지 않은 상태에서 ‘야당 탓’을 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다는 게 국민의힘측 분위기이다.

김종인에 대한 ‘용두사미’식 태도는 문재인이 ‘원조’

이처럼 영수회담을 놓고 상반된 주장을 펼치는 일이 반복되면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악연이 다시금 관심을 모은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출간한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2016년 20대 총선 과정에서 자신을 비례대표 2번으로 지명해 비판을 받던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보인 태도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밤늦게 우리 집까지 찾아와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해 달라' 부탁했다. 선거 승리만을 위해 민주당을 가지는 않겠다고 하니까 '비례대표를 하시면서 당을 계속 맡아 달라'고 했던 사람이 그런 일이 발생하자 전후 사정을 설명하지 않고 나 몰라라 입을 닫은 채 은근히 즐기는 태도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을 대하는 ‘용두사미’식 태도에 있어서는 최 수석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 ‘원조’인 셈이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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