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여권 내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부동의 1위를 달렸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에 비상이 걸렸다. 연초부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에 이어 ‘이익공유제’까지 제기하며 지지율 만회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친문그룹 일각에서는 이미 이 대표의 추락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 대표 리더십 스타일로 볼 때 ‘결정적 한 방’이 없다는 것이다.

이낙연의 리더십은 ‘결정적 한 방’이 없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대선전에서 최하위 후보였으나 대선에서 승리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한 ‘노풍’이 원동력이었으나 ‘인간적 매력’으로 인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에 비해 이 대표는 ‘아랫 사람에게 엄격한 인물’이라는 게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일반적 평가이다.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온화한 인품’이나 ‘점잖은 신사’를 연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단 지지율 하락의 수렁에 빠지면서 솟아오를 ‘날개’가 원래 없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랫 사람에게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평가는 이 대표의 친정격인 동아일보 출신들 사이에서도 회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랫 사람에게 ‘엄격’하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리더십

이 대표가 동아일보 기자 시절에 후배였던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도 이 대표 얘기가 나오면 벌벌 떤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민주당 당직자들 사이에서도 뭔가 새로운 일을 하려다가도 혹시 실수해서 이 대표에게 혼나는게 두려워 좀처럼 새로운 일을 하려 들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고 한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낙연 대표가 과거 대변인 시절에 부하 직원을 엄격하게 다뤄서 저변의 불만이 많았다”면서 “한 당직자가 이낙연 대변인 스타일에 대해 호소를 해서 이 대변인에게 직접 문제점을 전달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스타일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 리더가 되면 조직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총리 시절에는 위에 대통령이 있으니 이런 점이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당 대표가 되자 이런 단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조금만 잘못해도 불호령이 떨어지니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게 되고, 결국은 조직 자체가 아무 것도 시도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3강 구도’가 ‘양강 구도’로 굳어져

13일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한 '1월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 결과, 이재명 지사는 25.5%, 윤석열 검찰총장은 23.8%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이낙연 대표는 14.1%로 두 주자와 큰 격차를 보이며 처졌다.

기존의 ‘3강구도’가 ‘양강 구도’로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말 연초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이 급부상해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이 대표가 한층 더 밀려나는 모습이다. 당대표 임기를 두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이 대표는 위기를 타개할 돌파구 모색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 대표의 지지율 하락세는 여권 내 경쟁자인 이 지사의 상승세와 대조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의 한길리서치 조사에서는 이 지사보다 우위를 점했다. 윤 총장(24.7%)과 오차범위 안에서 뒤진 2위(22.2%)로, 이 지사(18.4%)보다는 앞쪽에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8일 발표된 한길리서치 조사에선 18.0%로 하락해 이 지사(21.3%)에게 2위 자리를 내주었다. 범여권만 두고 조사한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는 차이가 더 벌어졌다. 이 지사는 23%, 이 대표는 18.2%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급기야 14.1%로 추가 하락해, 이 지사와의 격차가 11.4%p로 크게 확대됐다. 이 지사는 두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이번 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내 1위로 올라섰다.

전남지사 출신인 이 대표는 텃밭인 호남에서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호남에서 29.7% 지지율로 지난달(33.4%) 대비 하락했다. 이 지사(12월 25.2%, 1월 25.3%)와의 차이가 점점 줄어드는 형국이다.

측근 자살 사건 직후 3위로 하락

이런 이 대표의 추락은 12월 초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대표의 측근이 12월 3일 숨진 채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펜앤드마이크에서는 이 측근의 죽음이 대권 가도를 향해 달려가는 이낙연 대표의 정치적인 위상에 큰 충격파가 가해질 가능성이 높으며, 거취문제로까지 이어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보도한 바 있다. ▶펜앤드마이크 12월 4일자 <이낙연 측근 사망사건, 여권 ‘권력균열’ 중대변수 부상> 제하 보도.

당시 검찰은 이 측근에 대한 수사를 바탕으로 이 대표의 연루 가능성을 살피려 했지만, 측근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추락을 점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지난 해 12월 8일 여론 조사 결과에서 이 대표는 3위로 떨어졌다. 그 다음부터는 지지도가 회복되지 않은 채, 3위로 굳어지는 형국이다.

이 대표의 지지율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부진한 지지율과 함께 약세를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친문 그룹에서는 이낙연 대표가 자리에 오른 후, 민주당 지지율과 이 대표 지지율이 함께 폭락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통령 지지율과 비교하면 더욱 명확하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지지율도 떨어졌지만, 당과 이 대표의 지지율이 훨씬 많이 떨어졌다. 이 대표의 자질 부족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가 한 일로는 ‘4번의 자가 격리, 대통령에게 묻지도 않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회담을 주선하겠다고 나선 것, 자가 격리 중 윤석열 총장의 국정조사를 주장한 일, 그리고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대통령께 건의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시간이 많지 않은 이낙연, 던지는 승부수마다 당내에서 회의적

현재 이 대표에게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오는 3월 초면 대선 도전을 위해 당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하는데, 당초 여당 대표를 맡아 대권 도전의 발판을 삼겠다는 구상이 크게 어그러질 상황에 처했다. 조직은 움직이지 않고, 마음은 급한 이 대표가 새해를 맞아 이전보다 적극적인 행보에 나선 것도 이러한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새해 벽두 '국민 통합'을 전면에 세워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는가 하면, 사회·경제적 통합 방안인 '이익공유제'를 제안해 정국 주도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사면론에 대해 일각에선 이 대표가 '국민 통합'이란 대의와 함께 대선 주자로서 중도층 외연 확장까지 겨냥한 복합적인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한다.

최근 메시지팀을 강화한 것도 이 대표가 정국의 이슈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검찰에 대한 비판 칼럼으로 주목을 끈 신연수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당대표실 메시지 부실장으로 최근 선임했다. 문재인정부 초기 출범 직후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박시종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 선임행정관도 대표실 부실장으로 합류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들고 나온 2가지 대형 이슈에 대해, 당내에서도 지지와 비판이 뒤섞여 논란이 되고 있다.

친문(친문재인)인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사면론에 대해 "이 대표가 국민통합을 위한 사면을 말하는데, 사면을 하면 국민통합에 기여할 것이라고 하는 논리적인 근거가 없다"며 "대선주자로서의 가능성이나 기대에 대한 제 나름의 미련을 조금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이재명 지사의 행보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밝히며, 이 지사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호남 출신(해남, 지역구는 광주 광산구을)이자 친문 의원이 이 지사 지지 표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가 제안한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놓고도 당내에선 공개적인 비판 입장이 나오는 실정이다. 5선 중진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의 코로나 이익공유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낙연 대표의 이익공유제에 대하여 취지는 공감하나 '자발적 참여'는 실효성의 담보가 안 된다. 압박 또는 관제기부의 위험도 있고, 이익 또는 손실의 산정도 형평성 시비 논란이 생길 여지가 크다"며 "그것보다는 '부유세' 또는 '사회적 연대세' 방식이 더 낫다"라고 주장했다.

던지는 승부수마다 당내에서 ‘사면초가’ 상황을 맞고 있는 셈이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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