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출신이 "개혁저항세력 옷벗겨라"…양승동 "그렇게 개혁"
"세월호때 朴 노래방 갔다면 큰 사고지만 양 후보는 PD였다"
당시 양승동은 KBS부산방송총국 일개PD 아닌 편성제작'국장'
KBS 공영노조 "권력이 방송장악시 어떻게 하나 보여준 사례"
전희경 "언론인 출신 의원이 추태, KBS종사자와 국민께 사과하라"

(왼쪽부터)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출신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와 MBC 기자 출신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출신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와 MBC 기자 출신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연합뉴스)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출신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지난달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이 도 넘은 폭언·궤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양승동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지난 2014년 4월16일) 밤 노래방에 가 16만1000원을 결제한 내역을 자유한국당 과방위원 측이 직접 공개할 때까지 '발뺌'하다가 "송구하다"고 사과한 바 있다. 

양 후보자는 KBS 사장 후보 토론 때에도 '노란리본'을 달고 나오는 모습으로 주목받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잇단 대형 참사와 미흡한 뒷수습이 재발했지만, 참사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임 정부와 대조해 도덕적 우월성을 선전하려 한다는 일각의 지적이 나왔다.

양 후보자의 시인으로 추모 취지가 크게 퇴색됐지만, 언론노조 중심의 KBS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반성은커녕 '노래방 출입 인정이 아닌 카드 거래내역 확인에 대한 송구'라는 엉뚱한 해명을 내놨다. 이들은 양 후보자의 노래방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뺀 채 국회에 제출한 주체다. 

뿐만 아니라 신경민 민주당 간사 의원이 나서 "만약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날 밤 노래방에 갔다면 큰 사고지만 당시 양 후보자는 KBS부산방송국의 PD였다"며 "그렇게 접근하는 건 맞지 않다"고 비호했다.

세월호 탑승자 대부분 구조 실패에 대한 박근혜 전 대통령 직접 책임론, 괴담을 확산시켜 도덕성 과시와 정권교체 명분으로삼은 현 집권여당 인사로서 부적절한 '내로남불' 식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참사 당시 양 후보자는 일개 PD가 아닌 KBS부산방송총국 편성제작국장으로 재직 중이었기도 하다.

전북 전주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나와 MBC 기자를 지낸 신경민 의원은 KBS 내부 비(非)언론노조 직원들을 싸잡아 "개혁 저항 세력은 옷을 벗기고 집을 보내라"고 양 후보자에게 요구하는 막말로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명색이 언론인 출신이 자신들과 '코드'가 다른 언론인에 대한 노골적인 탄압을 부추긴 셈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신 의원은 언론계에 있을 때도 이른바 친(親)DJ 성향이 노골적으로 두드러지는 기자라는 평을 받았다.

KBS공영노조(위원장 성창경)는 지난달 31일 성명서를 내 "신 의원은 30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회사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유출시키는 등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에 대해서 모조리 옷을 벗기고 집으로 보내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 해임시키라고 한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공영노조는 "공영방송 직원을 여당 의원이 마음대로 자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도대체 KBS를 뭘로 보고 하는 소리인가. KBS가 신 의원의 개인회사인가. 양 후보자가 신 의원 하수인인가"라고 반문을 거듭했다.

이어 신 의원을 겨냥 "아무리 정파에 매몰돼 있고 경우를 모른다고 하지만 이건 아니다. KBS에 대한 모욕이고 KBS 주인인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며 "지난해 MBC 방문진(방송문화진흥회) 국정감사에서 고영주 당시 이사장 자리까지 가서 겁박해 국민적인 지탄을 받았다. 전형적인 갑질 논란을 불러왔던 장본인"이라고 질타했다.

지난해 10월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고영주(왼쪽)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신경민(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로에게 언성을 높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0월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당시 고영주(왼쪽)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신경민(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로에게 언성을 높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신 의원은 지난해 10월27일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간사로서 위원장 직무를 대행하던 중 증인석에 앉아 있는 고영주 당시 이사장 코앞까지 다가가 삿대질과 함께 먼저 "똑바로 하세요"라고 언성을 높였다.

고 이사장이 국감 정회 중 한국당 의원총회를 다녀왔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한국당은 한달여 전부터 민주당 워크숍에서 '방송장악 시나리오 문건'이 회람됐다는 의혹, 물리력을 동원한 한국당 몫 방문진 이사 퇴출 등 언론노조가 동원된 방송장악 실태를 고 이사장 등으로부터 전해들었다.

이를 두고 당시 신 의원은 "국감을 거부하고 있는 정당의 연사로 출연했다"며 "공적인 자리에서 제대로 된 처신이냐"고 따졌고 고 이사장은 "난 쉬는 시간에 갔다"며 "(왜 문제 삼는지) 전혀 이해가 안 된다. 한국당이 MBC사태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해서 간 것"이라고 맞받았다.

신 의원은 "쉬는 시간에 아무 일이나 하나", "좀 제대로 된 처신을 해 달라"고 위원장 자격으로 시비를 계속 붙였고 고 이사장은 "증인은 거기(정당 의원총회) 가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나"라고 재반박했다. 

급기야 신 의원은 회의를 멈추고 위원장석을 박차고 나와 증인석 코앞에서 "똑바로 하세요"라고 훈계를 했다. 고 이사장이 "똑바로 하세요"라고 받아치자 신 의원은 "뭐라고 했나. 나보고 똑바로 하라고요?"라고 고성을 지르면서 국감 증인에 대한 '갑질 구태'를 선보였다. 고 이사장은 "증인한테 그런 식으로 말해도 되는 건가. 같이 똑바로 하자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KBS 공영노조는 "이번 (옷 벗겨라) 발언은 권력이 방송을 장악하면 어떻게 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우리는 그가(신 의원이) MBC (뉴스데스크 앵커 등 역임한) 기자 출신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언론인이었다는 것이 부끄럽다. MBC의 (배현진·김세의·박상후) '조명창고 유배' 논란 등 언론노조와 함께 하지 않는 직원들에게 주어진 불이익 논란도 신 의원의 지시 때문이냐"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공당의 국회의원으로서 막말을 한 신 의원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한다"며 "신 의원의 주문을 받고 '그렇게 개혁하겠다'며 맞장구를 친 양 후보자도 사퇴는 물론 사과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지난해 큰 파장을 갖고 온 민주당의 '방송장악 문건'이라는 것도 혹시 신 의원이 만든 것인가"라며 민주당에 징계를 촉구한 뒤 "전현직 KBS 가족들은 신 의원의 막말을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유한국당에서도 신 의원을 정면 겨냥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1일 논평에서 "(신 의원은) 거짓자료를 제출한 후보자를 나무라기는커녕 개혁을 빙자해 정권과 특정 세력의 입맛에 맞지 않는 직원을 자르라고 한 것"이라며 "신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고영주 전 방문진 이사장에게 '강간범', '추행', '사람도 아니다'라는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상기시켰다.

전 대변인은 "과연 MBC 기자 출신 언론인이 보기에 양승동 사장 후보자의 행태가 공영방송 사장으로 적합하다고 보는 것인가"라며 "추태로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 면을 스스로 깎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쏟아낸 말부터 주워 담고 KBS 종사자 및 국민들께 사죄하기 바란다"면서, 동시에 양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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