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2021.1.11(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2021.1.11(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을 앞다퉈 먼저 접종하겠다는 '우리 조직 이기주의 천태만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에 대한 전국적 확산세 속에서도 백신 확보에 대한 이렇다할 구체적 정보가 불분명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정부기관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했던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입수해 12일 공개한 '코로나 백신 우선 접종 대상 요청 현황'에 따르면 "우리가 먼저 백신 맞겠다"고 질병관리청에 요청한 기관은 무려 17곳에 달한다.

바로 이들 17개 기관은 법무부(추미애 장관)와 서울시청은 물론이고 해양수산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국가보훈처·국민연금공단·병무청·대한치과의사협회 그리고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등이다. 그 중에서도 해운 관련 기관이 가장 '발빠르게' 움직였다는 게 조 의원의 지적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전국의 선원들에 대한 백신 접종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한국항만물류협회·한국선주협회·한국해운협회·한국도선사협회 등이 질병관리청에 민원을 넣은 것이다. 6만7천560명에 달하는 항만 근로자와 7천21명의 선원에 대한 우선 접종을 주장한 해양수산부도 예외가 아니다.

'백신 접종 이기주의 천태만상'에 속을 질병관리청은 속을 앓고 있는 모양새다. "백신 우선 접종 기준이 아직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각 기관이 저마다 먼저 맞겠다고 주장한다"는 질병청 관계자의 발언을 조 의원이 폭로했다. 즉, 백신 확보에 주력해야 할 정부기관이 정작 백신을 먼저 맞겠다고 아우성치는 형국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정부 부처 말고도 정부산하 공공기관과 노동조합까지 질병청을 들들 볶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은 지난해 12월 "국가 수출입 물자 수송 필수 인력"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질병청에 '백신 우선 접종'을 요청했다고 조 의원은 밝혔다. 당시 노조는 총 2만160명(항만 1만2천76명, 창고물류 4천19명, 시장물류 3천726명, 철도물류 339명)의 조합원에 대한 백신 우선 접종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도 우선 접종을 요구했다. 한수원은 지난 7일 질병청에 5천명 분의 우선 접종을 요구했다. 이들은 "국내 전력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필수 인력으로, 블랙아웃(blackout·대정전) 등 재난 상황을 방지"를 이유로 들었는데, "원전 내 자체 의료진과 부속의원이 있어 백신 수송을 위한 일명 '콜드체인(저온 수송망)' 준비가 돼 있다. 정부가 백신만 공급해준다면 한수원이 자체적으로 접종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조 의원은 재차 지적했다.

경찰청 산하 도로교통공단도 포함된다. 전국 27곳의 운전면허시험장에 근무하는 1천165명의 직원에 대해 우선 접종을 요구했는데, 공단은 지난해만 총 573만1천973건의 대면 업무를 처리했다는 이유를 들어 "우선 접종 대상"이라고 강조했다는 내막까지 공개됐다.

한편, 조 의원은 이날 "질병관리청 코로나19 백신수급 담당자가 최근 해당 의원실에 '임상결과에 따라 추가접종이 필요할 경우 백신 수량이 부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백신수량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백신 우선접종 순서에 대한 문제는 국민들께 매우 민감한 사안일 수 있다"면서 "정부는 객관적·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국민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 우선순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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