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TBC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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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지고 있지만, 경북 상주 BTJ 열방센터 관련 확진자는 쏟아지는 모습이다. 백신을 접종하면 마이크로 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노예가 된다거나 인간 유전자가 변형된다는 음모론도 유포하고 있다.

단순한 교회 모임이 아니라, 코로나 방역 및 백신접종에 관한 조직적인 저항이다. 초기에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대책은 안이하다. 지난해 코로나 발생 초기에 신천지 교회가 온상으로 부각되자 신천지 측이 교인명단과 시설현황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아 정부의 방역활동을 방해했다며 이만희 교주를 기소한 것과는 딴판이다. 무(無)대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북 상주의 종교시설인 열방센터와 관련한 확진자는 11일 현재 500명을 넘겼다. 총 2837명(방문자명단 2832명, 역학조사 확인 5명) 중 30.7%(872명)만이 검사를 받고, 2000명에 가까운 이들이 진단검사를 받지 않았다. 검사를 받은 872명 중 17.6%(154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당분간 이들로 인한 확진자 증가가 예상된다.

경북 BTJ 열방센터, 코로나19 방역 및 백신접종에 대해 조직적 저항

대구에서만도 상주 BTJ 열방센터를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145명이다. 하지만 검사를 받은 사람은 52명뿐이다. 경북뿐 아니라 인천, 강원, 충청, 대전, 전남, 광주, 부산 등 8개 시도로 그 영역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문제는 진단검사 대상자들이 검사를 거부하는 사례가 대다수라는 점이다.

검사를 받지 않고 버티는 이들에 대해 지자체들은 고발과 손해배상청구 같은 조치에 나설 방침으로 알려졌다. 광주광역시 복지건강국장은 “오늘(11일)까지 검사를 받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고발조치를 시행할 것이고 추후 확진자로 열방센터 방문이 확인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자체에만 맡길 게 아니라 중대본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열방센터가 새로운 확진자의 온상이 되는 것은 표면적 내용에 불과하다. 더 심각한 현상이 숨어 있다.

검사받지 않은 2000명이라는 숫자보다, 열방센터와 그 센터를 운영하는 인터콥이라는 선교단체가 퍼뜨리는 백신 음모론이 위협적이다.

선교단체 ‘인터콥’이 열방센터의 배후, 사회적 거리두기 완전 무시

BTJ 열방센터는 경북 상주시 화서면 상용리 봉황산 자락 끝에 위치한 대형 기도원이다. BTJ 열방센터에 대한 의문이 높아지면서 이 센터를 운영하는 선교단체 ‘인터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인터콥(InterCP International)은 1983년에 설립된 선교회다. 기독교 종교법인 전문인 국제선교단으로 불린다. 인터넷 공식홈페이지에는 ‘미전도종족 개척선교’를 목적으로 설립된 해외선교기관으로 소개돼 있다. 이슬람, 힌두교 등 다른 종교를 주로 믿는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것이다. 홈페이지 설명에 따르면 2020년 현재 1400여명의 선교사가 활동 중이다.

인터콥에서는 지난해 말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던 때 국내 교인 등을 대상으로 선교 캠프를 진행했다. 이 선교 캠프지로 지목되는 시설이 바로 상주 BTJ 열방센터다.

열방(列邦)은 세상 나라들과 모든 민족을 가리키는 성경 용어다. BTJ는 ‘Back To Jerusalem’(백 투 예루살렘)의 약자다. 이를 합치면 전 세계인을 세계의 근원인 예루살렘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선교 시설이라는 뜻이 된다. 인터콥은 소책자 등에서 열방센터에 대해 ‘세계선교전초기지’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BTJ 열방센터는 지난해 10월 방역당국의 눈을 피해 2500여명이 참가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이어 11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른 역학조사 등에 협조하지 않은데 이어 12월에는 집합금지 안내문 훼손 등으로 상주시가 3차례 고발조치까지 했다. 또 지난 7일 낮 12시부터 코로나19 진정 될 때까지 일시 폐쇄 명령을 내렸다.

문제는 이 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교인들이 각자의 지역이나 학교로 돌아가면서 전국적으로 감염이 퍼진 것으로 파악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신천지 교인들보다 더 교묘한 수법으로 추적이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들은 행사 기간 동안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 국민이 코로나를 종식시키기 위해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에 앞장서고 있는 상황에서 왜 이들은 이렇게 무분별한 행동을 했을까?

[사진= JTBC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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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콥 최바울 대표 “백신 맞으면 노예 돼” 주장, 미국 큐어넌 주장 복사판

그와 관련된 해답이 지난 8일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방영되었다. 그 내용에 따르면 인터콥 최바울 대표는 “이 백신을 맞으면 세계가 뭐가 돼? 그들의 노예가 된다”라고 설교했다는 것이다.

인터콥은 ‘백신에 마이크로 칩을 넣어서 인간을 조종하려 하기 때문에 맞으면 안 된다’ 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미국의 큐어넌이 맹신하고 있는 코로나 백신 음모론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백신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노형태로 칩을 넣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백신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성분을 모두 공개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문제되는 물질이 발견된 적이 없다”고 설명한다.

백신 성분이 DNA를 변형시킨다는 인터콥의 주장도 음모론에 불과하다. 인터콥의 주장은 인터넷에서 떠도는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가짜 정보’ 중의 하나이다. 화이자·바이오앤테크, 모더나 백신 등 mRNA 기반 백신이 모두 DNA를 변형시키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백신이 인간의 유전자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mRNA 백신이 세포의 DNA를 변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허위이다. 정상적인 세포의 mRNA는 유전자 발현 과정에서 DNA로 부터 전사되어 리보솜이 단백질을 조립할 수 있는 일종의 레시피 역할을 한다. 세포 내의 전사 과정에는 많은 효소들이 관여하며 mRNA로 부터 DNA가 거꾸로 형성되지는 않는다. mRNA가 DNA를 변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파된 음모론일 뿐이다”며 음모론을 일축했다.

음모론 주장하던 큐어넌은 미 의회 난입, 인터콥 음모론도 당장 뿌리뽑아야

이런 음모론을 신봉한 미국 위스콘신주의 한 약사가 "코로나19 백신이 세계를 멸망시킬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500여 명 분량의 모더나 백신을 폐기해 경찰에 붙잡혔다는 외신이 지난 5일 전해졌다.

외신에 따르면 위스콘신주 밀워키 인근 그래프턴시 경찰은 비영리 건강 관리 네트워크 아드보케이트 오로라 헬스 케어 소속 약사 스티븐 브란덴버그를 모더나 백신 무단 폐기 혐의로 붙잡았다. 브란덴버그가 폐기한 모더나 백신은 총 57병이다. 이는 500명 이상에게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이다.

경찰은 "브란덴버그는 음모론자로 여겨지는 인물이며, 백신이 사람들의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킬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잘못된 믿음으로 인해 그가 의도적으로 백신을 폐기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가 가진 의학적 지식은 음모론 앞에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우리나라에도 인터콥을 통해 백신 접종 자체를 거부하게 만드는 이런 음모론이 퍼지는 상황이다. ‘방역과 백신을 거부하는 마음’을 자리잡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큐어넌이 음모론을 통해 의회 난입이라는 쿠데타 상황을 만들었다면, 인터콥은 이런 음모론을 통해 사이비 믿음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근거 없는 음모론이 한국의 코로나 극복의 최대 장애물이 된다는 점에서, 초기에 뿌리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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