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 임기말 국정 관리할 핵심 인물
정세균 후임으로 ‘마지막 국무총리’ 유력
‘친문·운동권 일색’ 文정권에서 ‘통합·탕평 인사’ 의미
당권 재도전 가능성도 있지만 당내 여건 불확실
‘총리 김부겸-당권 노영민-대권 정세균’ 진용 갖출까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이 최근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고 있다. 정치인과 기자는 흔히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 可遠)의 관계로 불린다. 서로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서도 안 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대중 앞에 자기 존재감을 표출해야 하는 정치인이 기자를 경원시하는 일은 대체로 드물다.

지난 총선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거푸 쓴맛을 보게 된 김부겸 전 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그가 짐짓 언론을 멀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보는게 합리적이다. 그리고 그것은 본인의 차후 정치적 행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의 앞으로 국무총리, 당권 재도전, 그리고 대권 직행의 선택지가 놓여 있다.

정세균 후임으로 ‘마지막 국무총리’ 유력...‘친문·운동권 일색’ 文정권에서 ‘통합·탕평 인사’ 의미

김 전 의원은 얼마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후임으로 하마평에 오른 바 있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낙점한 인물은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었지만, 정치권에선 김 전 의원이 종반부에 이른 문재인 정권 에서 어떤 식으로든 중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이 언론 노출을 자제하는 이유도 ‘오버 액션’을 하지 않고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는 차원일 가능성이 있다.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서고자 사퇴하게 된다면, 문 대통령이 후임 국무총리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최근 문 대통령 지지율은 매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총리 인선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연쇄 중폭 개각의 마침표를 찍는 일이다. 분위기 쇄신과 국면전환을 통해 사실상 집권 마지 막 해인 올해 국정동력을 확보하고 정권의 위기에서 탈출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김 전 의원은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적임자이다. 대구 수성갑에 지역구를 둔 4선의 중량급 정치인이다. 전남 순천에서 먼저 당선된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와 함께 한국 정치사에서 최초로 지역주의의 벽을 깬 정치인으로 평가 받는다. 문 대통령의 신년 구상인 ‘국민통합’에 최적의 인물이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대구·경북 민심을 추스 르는 역할을 겸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국면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친문·운동권 일색의 협소한 인재풀에서 비문 인사를 기용함으로써 ‘탕평 인사’를 부각시킨다. 진영 논리에 심하게 매몰된 현 정부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현 정권의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해서 공직사회 장악력을 갖추고 있다. 임기 후반 레임덕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온건 개혁성향으로 야당에서도 소통 능력에 좋은 점수를 받았다.

당권 재도전 가능성도 있지만 당내 여건 불확실

올 3월에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게 된다. 대선 경선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대선 1년 전에 대표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당헌에 따라 이낙연 대표가 3월 9일까지 사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전에 민주당이 당헌을 수정하지 않는 다면 당대표는 새롭게 선출된다. 차기 당대표는 올해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는 물론 내년 대선까지 관리 하게 된다. 당권 경쟁도 전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 차례 당권에 도전한 김부겸 전 의원에게도 당권 재도전은 매력적인 선택지일 것이다. 다만, 당내 여건이 김 전 의원에게 유리하게 조성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이낙연-이재명 양강구도에서 탈피한 ‘제3후보’의 가능성 을 열어둔 친문 세력에게도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 친문 지지자들의 벽은 높다. 김 전 의원은 지난 전대에서 1위 이낙연 대표의 61% 득표에 크게 뒤진 21%만을 확보했고, 3위인 박주민 의원과도 불과 3% 밖에 차이를 내지 못했다.

‘총리 김부겸-당권 노영민-대권 정세균’ 진용 갖출까

이런 가운데 강성 친문으로 분류되는 노영민 전 비서실장의 전당대회 등판설이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가까이 보좌하며 의중을 잘 알고 있는 노 전 실장이 당권을 획득해 임기말 권력 누수와 ‘당의 반란’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노 전 실장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당 안팎의 사정과 대통령의 뜻까지 고려되어야 한다. 강성 친문이 당권을 얻을 경우, 비문 김부겸 총리 카드는 친문 일색 이미지를 중화시킬 수 있어 상호 보완적이다.

한편, 요즘 정 총리 행보에는 조급함이 묻어 난다. 자신의 연령상(71세) 마지막 대권 도전이 될 수 있는 지금,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시국에 배드 뉴스(bad news)만 전담하는 처지가 답답한 것이다. 최근엔 평소 신중한 표현과 다르게 유력 주자인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공개적으로 날카롭게 비판했다. 하루 빨리 후임 총리 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서고 싶을 것이다.

이쯤에서 ‘정세균-김부겸의 전략적 제휴설’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작년 민주당 전당대회 때 정 총리가 유력 경쟁 자인 이낙연 대표의 당선을 견제하기 위해 김부겸 후보를 지원할 것이라는 풍문이다. 당사자들은 모두 펄쩍 뛰며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이들의 이해관계가 일정 부분 일치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김부겸 전 의원, 노영민 전 실장, 정세균 총리, 서로 상보적 관계에 놓인 여권의 중량급 정치인들이 긴밀한 호흡으로 차기 대선까지 함께 할지는 앞으로도 계속 지켜볼 일이다.

이세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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