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외교차관, 테헤란 도착해 압바스 아락치 외무차관 만나
아락치 "한국이 이번 사건을 정치화하지 말아야...사법부의 사실관계 조사 기다려야"
"한국은 스스로 미국 지시에 흔들렸다"...한국 내 이란 계좌 동결 지적
이란 강경파 "한국은 모욕을 당할 필요가 있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테헤란에서 이란 외무차관과 만났다. 최 차관은 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이란으로 출국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최 차관은 10일(현지시간) 테헤란에 도착해 압바스 아락치 외무차관을 만났다. 

아락치 차관 면담을 시작으로 최 차관은 이란에 억류 중인 한국 선박과 선원들의 조기 석방을 위해 이란 정부 당국자들과 릴레이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아락치 차관은 한국 선박이 이란 사법부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는 방침을 최 차관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아락치 차관은 최 차관에게 "한국이 이번 사건을 정치화하지 말고 이란 사법부의 사실관계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선박은 기름 유출로 걸프만(페르시아만)을 오염시켰기 때문에 억류된 것일 뿐 이 사건 자체는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아락치 차관은 또 한국 선박 억류는 미국의 대이란 국제 제재에 따른 한국 내 이란 계좌 동결 등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국 정부의 계좌 동결이 양국 간 긴장을 고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아락치 차관은 "미국의 제재로 2년 반 동안 우리 계좌가 동결됐고 이 기간에 한국은 스스로 미국의 지시에 흔들렸다"면서 한국이 이란에 대해 독자적인 외교정책을 펼쳐줄 것을 요청했다.

최 차관은 이번 방문에서 이란에 모종의 외교적 해법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란 강경파들은 "한국은 모욕을 당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가 약과 백신 구매가 절박한 때 이란의 자금을 묶어둘 수 없다는 걸 깨달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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