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 칼럼] 중국과 북한의 비밀 회담
[이춘근 칼럼] 중국과 북한의 비밀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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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26일 전격 방중...美 28일 中상대로 국제경제비상조치 발동
'시진핑, 김정은을 불러 살려 줄 테니 핵 포기하라고 설득한 것 아닐까?'
김정은에게 남은 두 가지 선택은...스스로 핵 포기 혹은 미국에게 강제로 뺏기기
이춘근 객원칼럼니스트
이춘근 객원칼럼니스트

●비밀외교는 전쟁을 부른다

지난 25일부터 28일 사이 김정은과 시진핑이 북경에서 비밀 회담을 했다고 보도되었다. 그 이후 중국과 북한은 각각 자기편에 유리하게 편집된 동영상들을 공개했다. 중국이 공개한 동영상들을 보면 시진핑 앞에서 김정은이 쩔쩔 매는 것 같은 모습이었고, 북한이 공개한 동영상들은 오히려 시진핑이 저자세를 취하는 모습처럼 편집 조작된 것처럼 보인다. 중국이 초청했다는 사실, 김정은이 비행기가 아니라 기차를 타고 갔다는 사실 등이 확인되었다.

회담이 개최 되는 것이 사전에 극비로 부쳐졌기 때문에 한국의 보통사람들은 물론 전문가들조차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조차 알 길이 없었다. 27일에도 청와대는 북경을 방문한 북한의 특별열차에 김정은이 아니라 김여정, 김영철 등이 타고 있는 것 같다고 발표함으로써 대북 정보력의 부재를 노출했다. 회담이 끝난 후 공동 성명도 없고, 참고할 만한 문건도 없다. 다만 중국 언론이 전해주는 바가 시진핑과 김정은이 무슨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는지를 알게 해주는 유일한 소스(source)다.

김정은이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遺訓) 이라고 했다고 말하고, 단계적으로 비핵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전언(傳言)이 믿어도 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미국 대통령과 협상을 하겠다는 김정은의 말은 아직도 트럼프와 미국을 향해서 직접 한 말이 아니라 전해진 말일 뿐이다. 한국의 국가안보실장이 그렇게 전했고 이번에는 중국의 김정은이 그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주요한 사안들이 공개적으로 밝혀진 바가 아니다 보니 김정은-시진핑 회담에 대한 온갖 상상화들이 그려지고 있다. 이 같은 비밀회담은 역사적으로 전쟁의 원인이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의 윌슨 대통령은 1차 대전의 원인 중 하나로 국가들의 비밀외교 혹은 밀실 외교를 지적했다. 그래서 윌슨 대통령은 공개외교를 강조했고 국제정치 대회의장이 될 국제연맹을 창설했다. 상대방에게 정확한 것을 알리지 않고 숨어서 은밀히 전개하는 외교는 상대방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마련이다. 대개 정직하지 못한 꼼수 혹은 뒤통수 때리기는 은밀하게 계획되는 법이고 상대방의 분노를 자극하며 결국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소시키기보다 전쟁으로 귀결될 가능성을 높인다.

물론 미국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탁월한 정보수단을 통해 김정은의 동선(動線)을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다. 평양에서 북경을 운행하는 열차편이 있는데 평양에서 아침 10시 10분에 출발하면 그 다음날 아침 8시 40분에 북경 역에 도착한다. 22시간 30분을 가야하니 참 먼 거리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에서 워싱턴을 가는데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북한을 특별 감시하고 있을 미국은 김정은의 특별열차가 어디를 달리고 있는 지 정도를 파악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 김정일이 살아 있을 때 북한은 미국에게 현 위치를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 특별열차에 유리 같은 것을 씌워 놓기도 했다. 세계최초로 기차를 스텔스로 만들려고 노력한 집단이 북한의 김씨 왕조다. 김정은 특별열차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했을 터이지만 중국이 김정은과의 비밀 회담을 사전에 통보하지 않았다면 미국은 대단히 분노하고 있을 것이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시간 3월 28일 중국에 대해 미국 내에 있는 중국기업의 자산 압류 및 동결까지를 고려하는 비상조치를 강구하라고 명했다. 중국 기업들의 미국 정보 탈취 등의 행동을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문제라고 간주할 때 행하는 조치인 국제경제비상조치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 Act)이 발동되는 판국이다.

●시진핑 왜 김정은을 불렀을까?

상상 가능한 시나리오들이 이미 다 시중이 나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기서 반복할 필요는 없다. 필자는 김정은이 졸라서 만난 것이기 보다는 시진핑이 불러서 갔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그것이 비밀, 비공식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방문 시 보다 중국이 훨씬 급이 높은 대접을 해주었다는 사실을 보며 중국과 북한 사이의 오래 된 외교사(diplomatic history) 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과거 중국은 북한의 수뇌를 극진하게 대접해 줌으로써 북한을 갖고 놀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가지고 놀았다. 김일성, 김정일은 중국의 극진한 대우에 감동을 받아 친(親) 중국 입장을 견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신 김일성, 김정일은 북한 주민들에게 중국에서도 극진히 대우해 준다는 사실을 과시함으로써 지배권을 확고히 유지할 수 있었다. 중국은 일인 독재체제인 북한을 그렇게 요리했다.

그러나 중국이 한국과 수교한 후, 그리고 중국이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이 말하는 수정주의가 된 후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특히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중국과 북한은 사실상의 적대국이 되었다. 중국과 북한이 적대적이 되는 것은 지정학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국경을 길게 접하고 있는 나라들이 진정한 우방이 되는 법은 원래 없기 때문이다. 원교근공의 법칙은 만고불변의 국제 전략적 철칙이다.

2015년 9월 3일 중국이 전승절 기념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벌일 때 한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갔지만 북한은 서열 3위인 최룡해가 파견되었다. 그때 김정은은 최룡해에게 ‘중국 놈들에게 역사가 변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가르쳐 주라’고 말했다고 할 정도로 북중 관계는 적대적이었다. 일본의 곤도 다이스케 기자는 ‘시진핑은 왜 김정은을 죽이려는가: 시진핑의 숨겨진 야망과 북-중 관계의 진실’ 이라는 책까지 저술할 정도였다.

그러나 위기에 처한 나라들은 국경을 접하고 있을 경우라도 임시로 뭉칠 경우가 있다. 6.25 당시 북한과 중국은 피를 나누지 않을 수 없었다. 둘 다 죽을지도 모를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차후 북한은 김일성을 너무나도 우상화 시킨 나머지 한국전쟁당시 중국의 지원을 아예 없던 일처럼 기술할 정도였다. 절세의 명장 김일성이 누구의 도움을 받아 나라를 지켰다는 게 말이 되는가? 북한을 살려준 중국의 지원을 기술 한 책에서도, 그 설명이 자세하기는커녕 몇 줄에 불과하다. 게다가 북한의 역사가들은 중국이 아니라 조선인민군이 중국 인민지원군을 총지휘했다는 거짓말을 천연스럽게 함으로써 중국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으르렁 거리던 중국과 북한이 같이 ‘뭉쳐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국이 북한과 힘을 합쳐 얻을게 뭐란 말인가? 최근 임기를 철폐함으로써 황제처럼 된 시진핑이지만 그래도 트럼프에 의해 “미친 것이 확실한 인간”으로 낙인찍힌 김정은과 ‘함께’ 하는 것이 중국이 당면한 난국을 해소하는데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

이번 시진핑이 김정은을 중국으로 부른 것은 김일성 말년 등소평이 김일성을 북경으로 불러 비핵화를 강요했던 것과 유사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등소평은 개혁개방을 하며 중국의 발전을 위해 미국과 잘 지내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중국 전문과들과 수시로 만나 대화하고 교류함으로써 한반도에 대한 수많은 중국 측 자료를 갖고 있던 오진룡 박사(작고)는 2004년 간행, 대한민국 학술원우수도서로 선정된 「김일성시대의 중소와 남북한」에서 특이하지만 상당히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시한다.

오 박사의 분석에 의하면 등소평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중국은 미국이 이 지역에서 갖고 있는 전략적 기득권을 존중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을 밝혔다. 중국은 우선 미국이 한반도에 대한 지배적인 영향권을 갖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중국은 주한 미군의 지위와 역할을 인정하는 대신 미군이 보유한 전술핵만큼은 중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제기했다. 이런 중국의 문제가 한반도 비핵화 정책의 시작이었다는 것이다.

미국도 중국이 느끼는 이런 위협을 현실로 인정했다. 그러나 미국은 당시 이미 한반도 비핵화의 가장 큰 장애를 북한의 핵개발로 보았다.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막아 줄 것에 대한 중국의 보장을 요구했다. 등소평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일성을 중국에 초청하고 무려 12일에 걸쳐 김일성을 집요하게 설득했고 최종적으로 김일성으로부터 “북한은 핵개발 능력을 갖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 핵을 개발하지도 않을 것이다”는 확답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부시 대통령(41대 대통령)은 전 세계에 널리 전개되어 있던 미국의 핵폭탄을 미국 본토로 철수시킬 수 있었고 한국에 배치되었던 핵도 철수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반도 비핵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 약속에 따라 노태우 당시 한국 대통령도 “한국은 핵을 개발, 보유, 반입 저장하지 않는다는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발표했고 1991년 12월 18일 노태우 대통령은 “이 시각 우리나라의 어디에도 단 하나의 핵무기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핵 부재 선언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12월 말 남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 혹은 남북한 기본 합의서라는 것을 만들게 되는데 등소평에게 말했다는 김일성의 “북한은 핵개발 능력을 갖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 핵을 개발하지도 않을 것이다”는 언급과 남북한 비핵화 선언은 오늘 김정은이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 운운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작년 1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다그쳤다. 역사를 아는 사람에게 트럼프의 중국 닦달은 '미국은 대한민국에 대한 비핵화 요구를 들어주었는데 너는 왜 북한을 비핵화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는 말들의 연속처럼 들렸을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7월 하순 “중국은 말만하고 행동을 하지 않아서 대단히 실망했다”는 트위터를 날린 후 북한 문제를 미국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북한을 거의 말려 죽일 정도까지 압박을 가했고 항복할 것이냐 파멸 당할 것이냐를 요구하는 상황에 도달했다. 김정은의 파멸이 북한의 파멸이 될 것으로 우려하는 시진핑은 김정은을 불러서 너를 살려 줄 터이니 핵을 포기하라고 설득 및 강요한 것이 아닐까? 대신 너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고 난 후에도 정권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지만 그래도 마지막 희망은 그것 뿐 아닌가? 아무튼 김정은은 선대(先代)가 야기한 위기를 마무리 지어야 할 피곤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북한의 핵폭탄은 미국까지 날아가지 못하는 한 별 전략적 끗발이 없는 무기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의 핵이 미국에 도달하는 상황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은 스스로 핵을 포기 하던가 혹은 버티다가 미국에 의해 강제로 뺏기던 지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김정은을 불러 위에서 말한 옵션을 제시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이유는 미국이 이미 북한은 물론 중국도 싸잡아서 손보아야 할 대상이라고 보기 시작했다는데 있다. 중국은 힘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아직 힘이 충만하기도 전에 성급하게 미국과 맞장을 뜨려다 미국의 역린(逆鱗)을 건드리고 말았다. 미국의 주공(主攻) 방향은 사실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 아니겠는가?!

이춘근 객원 칼럼니스트(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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