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변신하고 있다. 자신의 토지임대부 주택 및 공공자가주택 공급론이 여론의 부정적 반응에 직면하자 ‘일반 분양주택 공급’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하지만 갑자기 소신을 바꾼 변 장관이 집값 추가 폭등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면서 시장수요에 부응하는 공급대책을 실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그만큼 난관이 많다.

토지임대부주택 및 공공자가 주택공급론에서 ‘도심고밀개발’로 선회

변 장관은 지난 5일 서울시와 경기도,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 주택 관련 담당자들과의 정책간담회에서 돌연 ‘도심고밀개발’을 강조했다. 방향은 크게 3가지다. 서울 시내 빌라 밀집지역, 준(準)공업지역, 역세권 등을 활용해 도심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 위주의 공급에서 ‘일반 분양주택’ 위주의 공급으로 바뀐다는 점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변화가 감지된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변 장관의 변신이 성공하려면 ‘택지 확보’가 관건이다. 서울시내에서 주택을 공급할 만한 땅은 재개발·재건축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변 장관의 일반 주택공급 정책의 3가지 면면을 자세히 살펴본다.

① 빌라 밀집지역 공공개발, 20~50% 공공임대주택 의무화가 쟁점

7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은 변 장관이 구상하는 주택공급 대책을 담고 있다. 도심부 저층 주거지를 고밀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이 참여하는 소규모재건축사업에 대해서는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20%까지 높여주는 등 규제를 완화하고, 늘어난 용적률의 20~50%는 공공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 받아 개발 이익을 환수하는 등의 내용이 이 법안에 담겨 있다. 이 대목이 향후 쟁점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소규모재건축사업은 연립주택이나 소형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한다. 서울 시내에는 사업 요건을 충족하는 준공 후 30년 지난 노후 공동주택이 2070곳·6만여 가구에 달한다. 현재 소규모재건축사업, 자율주택정비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주택 정비사업은 전체 주택의 20%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지으면 용적률을 법적 상한까지 높일 수 있다.

천 의원의 법안은 공동주택단지 대상 소규모재건축사업을 공공개발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추가 용적률을 부여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사업 주체와 사업성 문제를 풀기 어려워 활성화되기 어려웠던 소규모재건축사업이 공공 참여, 추가 용적률 확보를 통해 활성화될 수 있다.

② 준공업지역에 용적률 높인 고층 아파트 공급, 영세사업자 설득이 난제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날부터 민관합동 준공업지역 순환정비사업(이하 ‘준공업지역 정비사업’) 공모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서울 시내 공장비율이 50%가 넘는 3000㎡ 이상 준공업지역 용지가 대상이다. 준공업지역 내 노후 공장부지를 산업·주거 복합공간으로 바꾼다는 게 핵심이다. 사업에 참여하는 토지주 등은 각종 인센티브를 받는다. LH·SH가 공공임대 등 공공시설을 확보할 경우, 부지 내 주택비율 확대와 도시재생과 연계한 사업비 기금융자 지원 등이 적용된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공공이 참여한 준공업지역 개발사업의 산업시설 의무비율을 50%에서 40%로 낮췄다. 60%에 해당하는 면적만큼은 주택을 조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토부는 다음달 말까지 후보지 3,4곳을 선정하고 2022년까지 주택 7000채를 확보할 계획이다.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강화하거나, 산업시설 의무비율을 추가로 인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준공업지역 내 영세사업자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설득하는 것은 난제로 꼽힌다.

③ 역세권과 역세권 준주거지역 용적률 상향, 개발이익 환수가 걸림돌

역세권 활용방안은 지하철 역세권 반경을 현행 350m에서 500m로 확대하고, 역세권의 평균 용적률을 160%에서 300%로 늘려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 서울시내 역과 역 사이의 평균 거리가 1km이므로 지하철 노선 주변부 대부분이 후보지가 될 수 있다.

역세권 준주거지역의 용적률도 현행 400~500%에서 최대 700%까지 높이는 지구단위계획 제도 개선도 1월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기존의 공공택지, 학교·공공기관 부지를 활용하거나 신규 공공택지를 지정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 정책도 큰 폭의 개발이익환수를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다. 이 역시 정책실행의 걸림돌로 예상된다.

일반 분영주택 공급 현실화까지 선결과제 수두룩

이렇게 확보된 부지를 활용해 주택이 공급될 경우, 현 정부가 중점을 둔 임대주택이나 변 장관이 주장해온 공공자가주택보다는 ‘일반 분양주택’ 위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변 장관은 지난 5일 주택공급기관 간담회에서도 "신규 공급되는 주택은 국민들이 원하는 분양아파트를 중심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LH 등 공공이 주도해온 현 정부 공급 방식이 변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변 장관이 취임 후 첫 대외활동으로 잡은 지난 5일 민관합동 간담회에서 건설사업자 단체인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한국부동산개발협회 등과 회의를 한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그렇지만 도심 내 역세권 개발 등을 하더라도 개발차익을 엄격하게 환수하겠다는 방침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발 이익 환수 수준에 따라 민간 건설사업자의 참여가 저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준공업지역의 경우 영세사업자들이 밀집해 있어 이해관계를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난제이다.

기존 빌라 주인이나 토지주인 등의 참여도도 개발 이익에 크게 좌우될 수 있다. 지금까지 움직이지 않았던 토지·주택 소유주를 설득하려면 과감한 규제가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익성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면 민간이 개발 사업에 참여할 리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럴 경우 변 장관이 애써 내놓은 도심 공급도 LH, SH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또하나의 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공급 확대를 위해 용적률 완화 등과 같은 혜택을 주었을 경우 땅값이 뛸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땅값 상승은 분양가 급등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주변 집값이 덩달아 뛰어오르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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