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의 외조카 황하나(32)씨의 마약투약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증폭되고 있다. 황씨는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마약투약을 적극적으로 주도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더욱이 황씨 대신에 죄를 뒤집어 쓰려고 했던 남편 오모씨는 투신자살을 했다. 대규모 마약범죄단체 조직원으로 알려진 지인도 극단적 선택을 해 중태에 빠진 상태이다. 이들은 황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뒤집어진 황하나 사건의 진실, 그녀는 연약한 피해자가 아니었다

남편은 물론 범죄 단체 조직원까지 자살을 하도록 만든 동기는 베일에 싸여있다. 황씨는 이들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싸늘한 입장을 밝혔다.

연약한 젊은 여성인 황씨가 마약을 하는 주변의 거친 사내들 꾐에 빠져서 인생을 망쳤을 것이라는 그동안의 추측이 완전히 전복되는 방향으로 사태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황씨는 지난 7일 집행유예 기간 중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다시 구속됐다. 서울서부지법 권경선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황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도망·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황씨는 2015년 5∼9월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3차례 투약하고, 2018년 4월에는 향정신성 의약품을 처방 없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전 약혼자인 박유천과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도 받았다.

2019년 11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형이 확정돼 현재 집행유예 기간에 있었다. 그는 앞서 2019년 4월 구속됐다가 1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되면서 석방됐다.

수사권 독점한 경찰은 주요 피의자 자살 방치?...진실은 청와대 청원과 방송 보도가 추적

황씨가 다시 구속되기 보름 전부터 남편 오씨의 사망을 둘러싼 의혹들이 SNS 상에서 유포되고 있었다. 전 남친으로 알려진 오씨가 사실상 남편이라는 점, 황씨가 오씨에게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 줄 것을 강요했다는 점, 배후에는 황씨의 부모가 있다는 얘기들이었다.

수사 결과 및 SNS 상에 유포된 내용등을 토대로 황씨 사건의 4가지 의혹을 정리해본다.

이들 의혹을 통해 황하나 사건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동시에 한국사회의 마약투약 문제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심각하게 곪아있음이 확인된다. 마약투약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경찰은 그 실체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헛다리 수사만 하고 있다.

황씨 사건의 실체는 MBC 보도, 청와대 청원, SNS 등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내용은 그 동안 경찰 수사와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주요 피의자인 황씨의 남편 오씨와 지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방치한 것도 경찰이 부실수사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의해 형사사건 수사권을 독점하게 된 경찰로서는 뼈아픈 사건이다.

① 황씨 남편과 국대 최대규모 마약조직원, 무엇이 두려워 극단적 선택했나...경찰은 침묵

남편 오씨는 지난해 9월 황씨와 함께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 “황하나가 잠을 자고 있을 때 몰래 필로폰 주사를 놨다”며 황씨의 혐의를 부인하는 진술을 했다. 오씨는 그로부터 한 달 뒤인 지난해 10월 황씨와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사망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용산경찰서를 찾아가 앞서 경찰에 진술했던 내용 중 일부를 번복했다. 당시 오씨는 “당시 황하나의 부탁을 받고 ‘거짓 진술’을 했다”고 자백했고, 이틀 뒤인 24일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황씨의 지인이자 국내 최대 규모 마약 조직의 일원으로 밝혀진 남씨도 지난해 12월 17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중태에 빠졌다. 남편 오씨와 남씨는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수원 모처에서 황씨와 필로폰 등을 투약한 사이이다.

황씨의 마약 투약 의혹의 증인인 두 남성이 모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한 명은 사망, 한 명은 의식불명에 빠졌다.

무엇이 이들 2명의 남성을 죽음으로 몰고갔을까. 이는 황씨 사건의 최대 의혹이지만 미궁에 빠져 있다.

7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온 황씨는 ‘주변인에게 유리한 진술을 강요했느냐’ ‘함께 마약 투약한 주변인이 모두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 책임을 느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오”라고 짧게 답했다.

남편과 지인인 남씨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세간의 의혹이 집중되고 있지만, 경찰은 침묵하고 있다.

② 황씨 왜 눈썹을 밀고 머리 염색을 했나...범죄 은폐 시도지만 경찰은 방치?

황씨를 신고한 A씨는 “지난달 12월 20일 내가 신고한 날 실제로 봤는데, (황하나의) 눈썹이 거의 없었다”며 “생전 오씨가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 ‘자백하자’고 했는데 (황하나는) ‘저 지금 머리카락 뽑아도 안 나온다’고 (거부했다)”라고 말했다.

황씨의 가장 최근 사진을 보면 갈색으로 머리가 염색된 것을 알 수 있다. 머리 염색은 마약 투약 여부를 가리는 검사를 회피할 목적이라는 게 경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수사 기관이 마약 투약 여부를 가리기 위해 일반적으로 소변검사와 모발검사를 많이 한다.

소변검사의 경우, 모발검사보다 인권 침해 소지는 적지만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단점이다. 보통 3~7일 정도면 흔적이 사라지기 때문에 일주일 이전에 했던 마약 범행은 잡아낼 수가 없다.

반면 모발검사는 좀 더 범위가 넓다. 모발에는 마약 성분이 오래 남아 있기 때문에 몇 달 전 투약 사실도 알 수 있다. 더구나 털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라기 때문에 모발검사를 통해 얼마나 자주 마약을 했는지도 대략 파악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모발검사를 무력화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 제모와 머리 염색이다. 염색과 탈색을 반복하면 모발에 남은 마약 성분 농도가 희석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마약 적발을 회피하기 위해 마약사범들이 대표적으로 쓰는 수법 중의 하나로 알려졌다. 최근에 상습 마약 투약 혐의를 받은 그룹 ‘비투비’ 정일훈 역시 노랑머리 염색을 고집했던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추측이다.

③ 황하나 부모가 개입했나...오씨는 혼인신고 후 죄를 뒤집어쓰기로 약속?

지난해 12월 24일 한 네티즌은 SNS에 “OOO님(황하나 남편)이 사망하셨다. 황하나 하나 때문에 인생 망치는 사람이 도대체 몇 명인지. 황하나도 살인자이지만 그 죄를 감싸주는 황하나 부모도 똑같은 살인자”라며 “(오씨가) 수사 중이던 10월 혼인신고를 하고 황하나의 죄를 뒤집어쓰려고 했으나, 황하나가 혼인무효소송과 함께 다른 죄를 더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SNS에 따르면, 남편 오씨는 황씨 때문에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고 한다. 환각증세를 느끼기 시작한 오씨가 무서워서 경찰에 자수를 하자 황씨와 가족들이 오씨에게 ‘혼자서 모든 죄를 뒤집어 쓸 것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자고 있는 황씨에게 몰래 투약을 했다는 식의 허위 자백을 강요한 것이다.

오씨가 경찰의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혼인신고까지 했다는 게 SNS를 통해 알게 된 정보이다. 오씨는 혼자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 갔다오면 황씨와 결혼해서 살기로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부부사이에서 불리한 진술은 무효가 된다는 점을 노린 것 같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황씨는 혼인신고 후 오씨에게 혼인무효소송과 강간죄까지 뒤집어 씌울 계획을 세웠고, 이것을 알게 된 오씨가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황씨 부모가 개입되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오씨의 한 지인은 최근 MBC와의 인터뷰에서 “오씨가 극단적 선택을 할 사람이 아니다”며 “오씨가 마지막에 어떤 상태였고, 누구랑 연락했는지 다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황씨 부모의 개입여부를 밝히는 것도 오씨의 자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이 수사력을 집중해야 할 대목이다.

④ 남양유업과의 관련설...경찰 공정성 입증하려면 진위 수사해야

황하나 씨에게는 ‘남양유업 창업자의 외손녀이자, 박유천 씨의 전 약혼자’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황씨는 실제로 자신의 고소 사건이 남양유업 회장에 전달됐다는 말로 뒷배경을 강조하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는 지인에게 “누구에게까지 지금 전달됐는지 아느냐. 남양유업 회장님”이라고 했다.

황씨는 “이미 일은 커졌다”며 “회사와 부모님까지 들쑤셔놨는데 우리 쪽에서 어떻게 나갈 것 같으냐”는 문자메시지도 보냈다고 알려졌다. 황씨가 말하는 우리 쪽은 남양유업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남양유업 측에서는 ‘전혀 무관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황씨 사건에 여태껏 크게 대응하지 않았던 남양유업은 '이대로는 안되겠다'며 정면대응에 나섰다.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는 6일 "홍원식 회장은 20년 넘게 조카인 황씨와 단 한차례의 교류도 없었고 둘 사이에 어떤 연락도 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또 "단 한번도 남양유업의 경영에 간여하거나 사원으로 일한 경력도 없는 사람이고 저 역시 수십년 회사를 다니면서 단 한번도 황씨를 만나본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사내·외 이사를 역임하지 않은 것은 물론 남양유업 사원증을 받아본 적도, 회사 사옥에 출입한 기록도 일체 없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마약 투약은 사회적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중범죄인만큼 황씨를 엄벌해야 한다"며 "어떻게 이런 인물을 남양과 연결지을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장 일가와 이미 수십년째 인연을 끊고 살고 있는 사람 때문에 남양유업이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설명이다.

황씨 아버지와 어머니는 10여년 전에 이혼을 했고, 어머니는 재혼을 한 상태이다. 남양유업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황씨의 허세가 애먼 남양유업에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남양유업측의 일방적 해명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경찰이 그 진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래야 남양유업도 살고 경찰도 산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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