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선 '사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형 집행정지' 검토 중이라고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과 관련해 국민 의견 양분된 가운데, 중도층 끌어안겠다는 전략으로 분석
李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의 책임이 있다는 여권 지지층 인식 있어 정치적 부담도 있는 듯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특별사면과 관련해 청와대가 박근혜 전 대통령만을 선별적으로 사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여권 핵심 관계자는 “두 대통령을 동시에 사면하지 않고 박 전 대통령을 먼저 한 뒤 이 전 대통령은 사면이 아닌 형(刑) 집행정지 등 다른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며 “오는 14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국민 여론을 수렴해 대통령이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형 집행정지는 법무부 권한으로도 가능한 조치다.

그러면서 신문은 다른 관계자 역시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및 횡령 등 개인 비리 문제인 데에다가 중간에 보석으로 풀려나는 등 (박 전 대통령과는) 상황이다르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이에 앞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법원이 오는 14일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뇌물 혐의 등에 대한 재상고심 선고공판을 열겠다고 밝힌 지난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의 ‘사면’ 건의와 관련해 청와대 측은 “사면과 관련해 어떤 입장도 없다”며 “대통령만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라는 식의 반응을 보여 왔다.

지난 2017년 3월 수감된 박 전 대통령은 소위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뇌물 수수’ 혐의와 ‘국정원 특수활동비(특활비)’ 상납 혐의 등으로 징역 15년과 징역 5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번에 대법원 판결로 형이 확정되면 사면 요건이 갖춰진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3월 구속된 뒤 석방됐다가 지난해 10월‘횡령’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서울동부구치소에 다시 수감됐다. 이 전 대통령은 현재 병 치료 등을 이유로 서울대 병원에 입원 중이다.

이 대표가 꺼내든 ‘전직 대통령 사면’ 카드를 두고 오는 4월 실시 예정인 서울특별시·부산광역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보궐 선거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기 위해 중도층을 끌어안으면서도 야권을 분열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사면’을 언급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가 두 전직 대통령을 선별해 사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은 핵심 지지층의 반발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낙연 대표의 ‘사면’ 발언 이후 현재까지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격렬한 ‘반대’ 여론이 형성돼 왔다.

두 전직 대통령의 수감 사유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는 ‘개인 비리’라는 측면이 강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경우는 ‘정치적 사유’에 기인해 수감돼 있다는 평가다. 또 야권을 중심으로 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이뤄진 검찰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로 이끌었다는 인식이넓게 퍼져 있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이뤄질 경우 여당 지지층의 격렬한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별 사면만 실시될 경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정치 보복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사실을 청와대가 자인하면서 국민통합이라는 사면 취지도 무색케 하는 꼴이 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편,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5일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95% 신뢰수준에서 표본 오차 ±4.4%p) 찬성 47.7%, 반대 48%로 국민 의견이 양분돼 있다는 점이 확인되기도 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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