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5일 저녁 열린 JTBC 신년토론회의 둘째 날 패널로 참석, 문재인 정부의 ‘임대사업자 종부세 면제’ 정책이 160만호의 공급을 차단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여권 1위의 대선주자인 이 지사가 김현미 전 국토부장관이 주도해온 부동산정책 중 특정 사안을 구체적으로 지목해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용주의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 지사는 그동안 여야간 정치공방에서 거리를 두는 태도를 취해왔다. 때문에 이 지사의 이번 발언은 경제정책 면에서 ‘자기 색깔내기’의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야당측 패널인 원희룡 제주도 지사는 고(故) 박원순 서울 시장의 재개발 및 재건축 금지 정책으로 25만호 아파트 공급이 차단됐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의 주장은 오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사진='JTBC 신년특집 대토론' 캡처]

손석희 사장, 부동산 문제 건너 뛰려다가 “오해받고 싶지 않다”며 입장 바꿔

이날 JTBC 토론회에서는 ‘임기 1년 남은 문재인 정권의 현안’이 다루어졌다. 코로나19 방역과 대비에 대한 평가, 의사 국시 허용 문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논란 등의 주제가 이야기됐다. 이재명 지사, 원희룡 지사 등 여·야의 대선후보급 인사들과 고민정 민주당 의원,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 등 신진 정치인들이 출연했다. 사회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JTBC 손석희 사장이 맡았다.

이재명, 원희룡 두 도지사는 향후 대선을 앞두고 관심 대상 인물인 동시에 코로나 방역 행정 일선에 있다. 같이 출연한 고 의원과 황보 의원은 모두 초선이지만 주목받는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고 의원은 방송인 출신으로 청와대 대변인을 거친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적자로 평가받고 있다. 황보 의원은 부산에서 오랜 기간 기초·광역 의원을 지내며 잔뼈가 굵은 정치인이다.

토론이 거의 끝나가도록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던 ‘부동산 문제’에 대한 토론이 시작되지 않았다. 토론 중간에 서울 보궐선거의 쟁점 중 일부로 잠깐 부동산 문제가 언급되었다.

황보 의원이 “서울 같은 경우는 지금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국민들의 실망감이 굉장히 크다”며 “박원순 시장이 강북과 강남의 격차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재건축, 재개발 지역 해제를 강북에 너무 많이 하면서 그 격차가 더욱 더 벌어졌다. 393개의 재개발, 재건축 지구 해제에 대한 평가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여당을 겨냥해 ‘재개발 해제’에 대해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보궐 선거의 다른 내용에 밀려 부동산 문제는 마지막까지 토론되지 않았다.

방송 말미에 손 앵커가 “시간 관계상 부동산 문제를 다루지 못하고 방송을 끝내게 되어 아쉽다”고 하며 “부동한 문제가 5분 10분 얘기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황보 의원이 “핵심은 수도권 집값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 52% 상승했다”고 재점화했다.

손 앵커 역시 “마치 일부러 부동산 문제를 피하는 것처럼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며 “10분 정도 부동산 토론을 하겠다”며 이 지사에게 제일 먼저 마이크를 넘겼다.

이재명 지사, 160만채 보유한 임대사업자 ‘종부세 면제’ 폐지 주장

이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으로 돈 못벌게 하겠다’고 한 얘기에 모든 답이 다 들어 있다”라며 “지금 집값이 오르는 이유로 실수요에 투기수요가 겹쳤고, 그 위에 공포수요가 더해져 수요초과 상태가 되었다”고 진단했다. 일단은 文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원칙적 지지를 표명한 것이다.

초과된 수요를 누르기 위한 대책으로는 부당이익 환수, 금융이익 제한, 핀셋 규제 등을 들었다.

이 지사는 “지금은 분양 물량을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공포수요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역세권에 중산층도 살 수 있는 초장기 저렴한 가격의 임대주택, 즉 대통령이 말한 평생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후반부에 폭탄발언을 했다. 이 지사는 “국민들이 믿을 수 있게 구멍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면 주택임대사업자들이 가진 160만채에는 종부세가 면제되고 있다. 그 우대를 없애고, 그 물량만 시장에 나와도 공급문제는 상당히 완화된다”고 강조했다.

임대사업자 종부세 면제는 文정부의 뼈아픈 정책실패로 꼽혀왔다. 지난해 10월 23일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임대사업자 등록으로 모든 세제를 '제로' 수준으로 면제해 투기 꽃길을 깔아줬다”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지적에 대해 “저의 책임이 더 크고 7·4대책이 법제화한 만큼 잘 추진하겠다”고 정책 실패를 사실상 시인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주택임대사업자가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받은 세제혜택은 1조2000억원을 초과한다. 임대사업자가 감면받은 취득세는 2년간 총 9398억원에 달한다. 2조 원을 넘기는 세제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임대사업자가 아파트투기를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했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이 지사가 이 아킬레스건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사진='JTBC 신년특집 대토론' 캡처]

원희룡 지사, “박원순 시장 시절 393군데 재개발 및 재건축 취소로 25만호 공급 사라져”

원 지사는 “이 지사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서민을 위한다면서 서민만 힘들게 한 정부가 가장 실패한 정책이 부동산 정책이다. 방법이 잘못되고 관점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서울집값 (상승의) 최대 원인은 박원순 시장 재임 9년 동안 393군데 재건축 재개발을 다 취소시켜서 25만호 새집 공급을 사라지게 했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이 지사가 제시한 ‘역세권의 공공주택은 틈새시장이며, 주거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시장이나 민간공급의 대세를 바꾸는 전환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급은 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품질이어야 한다”며 “강남에만 몰려있는 주거여건을 개선하되, 그린벨트나 한강변 이런 건 건드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역세권을 중심으로 노후된 주택의 용적률을 개선해서 꾸준히 민간공급이 가능하게해야 한다는 점, 주거 약자인 청년층에게는 주거 바우처를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점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손 앵커는 “두 지사의 의견이 상당히 다른데, 일단 시간이 없는 탓에 이 정도로만 정리한다”고 두 지사간의 논쟁을 마무리지었다.

여당측 패널 이 지사와 고민정 의원, 박원순 시장 실정 주장에 반박 없어

주어진 토론 시간이 짧았던 탓에 ‘박원순 시장 시절에 해제된 393개의 재개발 재정비 구역’에 대한 격렬한 논쟁은 없었다. 다만 이 지사나 고 의원이 이 부분에 대해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음으로써, 그 부분에 대한 실정(失政)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인상을 풍겼다.

상당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박 전 시장 해제된 393개 지역에서 25만호가 건설된다면 상당 부분 공급 물량이 해소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연이어 발언에 나선 고 의원은 “부동산정책이 국민들에게 체감되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18, 19년에 3기 신도시를 발표했기 때문에. 다음 정권에서는 공급에 대한 혜택이 국민들에게 체감될 것으로 본다”고 얘기하며, ‘현재 공급 물량 부족을 전 정권의 탓’으로 돌렸다.

‘집을 건축하고 이러면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고 의원의 요지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한 지 적어도 3년은 경과한 시점이라는 것을 망각한 태도였다. 문재인 정부가 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집값이 폭등했다는 사실을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정책의 신뢰성이 중요하다.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고, 계속 흔들린다면 국민들에게 불안감만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럴 때일수록 꿋꿋이 가는 모습을 정부가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적자다운 발언이었다.

박원순 전 시장 시절에 해제된 재개발 재건축 단지 문제를 토론의 장으로 끄집어낸 황보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인 우상호 의원도 주택 정책에서 16만호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을 발표했다”며 현재 부동산 문제의 대책으로 공급 주도 정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황보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에서 발표한 ‘서울 100만호 공급 계획’을 얘기했다. “용적률 상향으로 38만호, 해제된 재건축 재개발 지역에서 32만호, 복합개발을 통해 30만호를 공급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라며 공급 위주의 정책이 해법임을 강조했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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