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샘의 교실이야기⑩] 엘클라시코 VS 한일전, 교과서 밖 축구 이야기
[유니샘의 교실이야기⑩] 엘클라시코 VS 한일전, 교과서 밖 축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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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8.03.30 18:05:03
  • 최종수정 2018.03.30 18:12
  •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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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적 관점으로 통합하기
스페인을 통해 우리를 바로보기
세계시민 되려면 외교를 바로알자
조윤희 부산 금성고 교사
조윤희 부산 금성고 교사

“남잔 야동보다 뭐다?”

“축동!”

프로야구시즌일 땐 프로야구가 주관심사인 아이들이지만. ‘축생축사’인 남자아이들에게 교과서에 실린 축구이야기는 금방 공감대를 운동장크기로 확장시킨다. ‘축구’로 공감대를 이끌어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절호의 찬스를 얻자 ‘때는 이때다!’로 시작했다.

● FC 바르셀로나 vs 레알 마드리드, 교과서 속 축구이야기

통합사회교과서 2쪽. 인간, 사회, 환경을 보는 관점으로 시간적, 공간적, 사회적, 윤리적 관점으로 보라는 내용에 ‘축구’ 이야기가 나왔다. 프리 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전쟁을 방불케 하는 그들의 축구 경기 뒤에 숨은 역사. 축구팀의 경기를 단지 한 공간에서 열리는 스포츠 이벤트로만 보지 말고 시간적 흐름을 염두에 두고 보라는 주문이었다. 그래서 시작된 이야기였다.

‘FC 바르셀로나’ vs ‘레알 마드리드’의 전쟁을 방불케 하는 대결은 역사적 배경의 이해 없인 재미도 반감되며 그들의 ‘전쟁’을 이해 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덧붙어 있었다. FC 바르셀로나 vs 레알 마드리드의 축구 경기는 특별히 ‘엘 클라시코(전통의 승부)’라고 한단다. 카탈루냐의 역사부터 훑어야 하는 축구이야기였다.

이야기는 유럽에서 반(反) 파시즘의 열기가 뜨거워질 무렵 전체주의자 프랑코에 대항하기 위해 일어난 스페인 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마침 그때 카탈루냐에서는 노동자들이 혁명을 일으켜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맞게 되었다고 환호를 올렸지만 스페인의 프랑코는 용병부대를 앞세운 강력한 군사력으로 스페인 내전을 주도하고 있었다. 이러한 구도 속에 카탈루냐를 중심으로 하는 반(反) 파시즘, 반(反) 프랑코의 ‘연합전선’이 만들어졌고, 우리가 잘 아는 ‘동물농장’의 조지 오웰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헤밍웨이도 그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그 전쟁에서 결국 자유와 평등을 위해 반파시즘으로 싸우던 전선은 무너지고 마드리드 중심의 스페인과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했던 민병대의 카탈루냐의 내전이 프랑코의 승리로 종결 된다. 그 이후 프랑코의 전체주의적 독재가 36년간 이어졌으며, 독재자는 자신과 대립하며 저항했던 카탈루냐를 탄압하고 불평등한 대우를 했던 것이다. 카탈루냐를 배경으로 하는 FC 바르셀로나가 왜 그렇게나 죽도록 레알 마드리드를 이기고 싶어 하는지, 역사를 이해하지 않고 알 수 없을 터였다.

어떤 질문이 쏟아질지 알 수 없었기에 조지 오웰의 ‘카탈루냐 찬가’를 읽는 것은 물론,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엘클라시코 역대 전적’까지 찾아 준비하고, 그 두 팀 사이에서 소속팀을 이적해 논란이 많았던 ‘루이스 피구’선수의 스토리까지 읽고 들어갔다. 왜 그들이 그토록 승부에 집착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닮은꼴인 우리 이야기로 자연스레 옮겨 갔다.

● ‘한일전’, 교과서 밖 축구이야기

카탈루냐와 스페인의 역사를 알고 나니 왜 그들이 스포츠를 통한 승리로 대리만족을 갈망하는지, 우리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되어 질문을 시도했다.

우리도 무조건 이기고 싶어 하는 상대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이 나왔다.

“일본이요.”

“왜 그렇지?”

“우리를 밟았잖아요. 우리를 괴롭혔어요. 복수해야 해요.”

거침없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우리와 일본 사이의 ‘앙금’이 많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도 부정하지 할 수없는 이야기임을 전제로 하고 아이들과 차근차근 이야기 해나갔다.

카탈루냐와 스페인은 지금 어떻든 하나의 국가로 주권을 행사하는 나라이며, 자치권을 획득하려고 대립중인 상황이다. 우리는 그와 다르다. 과거 역사적으로 일본이 우리를 침탈한 적은 있으나 우리와 전쟁을 치렀던 나라가 아니며, 이제는 서로 각자가 독립된 주권 국가 임을 상기시켰다.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받을 ‘빚’이 있다고 생각하는 한은 일본이 어떤 사과를 해도 우린 그들의 진정성을 끊임없이 의심할 것이고, 정상적인 외교 관계를 구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조목조목 짚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기 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고, 시야가 넓지 않은 아이들이어서 그 아이들의 눈높이 맞는 이야기로 풀어나가야 하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까지 아이들이 배워왔던 ‘반일’프레임. 소녀상으로 대변되는 위안부이야기, 독도 이야기, 역사 왜곡이야기. 그간 숱하게 일본을 향한 증오를 불태우게 만든 수많은 삽화들은 차고도 넘쳐난다. 그러나 아이들은 ‘고노담화’를 비롯해서 일본이 우리에게 사과를 하려는 노력을 해왔다든지, 일본 때문에 전쟁터로 위안부로 간사람 중에는 자발적으로 간 사람도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이야기는 들은 적도 없고 누구도 가르쳐 준적도 없는 이야기일 터였다(모든 군위안부가 자발적이었다거나 모두가 강제 납치된 것이라는 이야기는 진실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힘주어 들려주었다). 교사들조차도 아는 이가 있다한들 그런 이야기를 입 밖에 담는 순간 ‘친일파’가 되어 버리는 상황에서 누가 용기를 낼 수 있을까. 그러나 조심스럽게 그런 이야기들을 해나갔다.
아이들은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상대는 전혀 개의치 않는데 사사건건 상대와 견주어 이기려만 들고, 시비를 걸고 날을 세우며, 경쟁하기만 하면 죽도록 이겨야만 편해지는 심사는 혹시 ‘열등감’이 아닐까 라고 조심스레 접근하자 몇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들 그리고 우리. 외교와 미래

일본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우리사회에선 참으로 용기를 필요로 한다.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객관성을 언급하려다가는 도리어 ‘친일’로 몰리기 십상이다. 과거를 청산(?)하자고 외쳐야만 정의롭고, 미래를 향한 전향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하면 매국이 되고 역사의식이 실종된 덜떨어진 함량미달의 교사가 되는 탓이다.

[한국일보 캡처]
[한국일보 캡처]

조용히 한 장의 사진을 내밀었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때 우리에게 감동을 안겨 주었던

그 사진이 어떤 사진이고 상황이 어땠는지 아는 학생이 설명하라 했다. 그 장면을 보았던 학생이 열심히 설명을 했다. 아이들은 그 사진을 보며 잔잔한 감동을 느끼는 듯 했다. 이것이 스포츠고 이것이 진짜 외교 아니겠느냐로 이어지는 설명을 아이들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일본과 거리가 멀지 않는 지역 특성 상 가족여행지로 일본을 다녀온 아이들이 좀 되는 터라, 여행 후기도 짧게 나누도록 했다. 일본여행의 소감을 이야기해보라고 하자 ‘깨끗했다, 맛있었다, 쾌적했다,….’등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일본과의 관계를 살펴보자는 소재가 꼭 ‘소녀상’이고 ‘한일전’이기만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올림픽과 여행이야기에 이어 해묵은 역사가 한 나라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보자고 했다.

역사를 돌아보는 일은 거울에 비쳐보듯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는 일이 될 테다. 과거에 발목을 잡혀 매몰되고 미래를 향해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게 된다면 선배로서 후배들을 수렁에 밀어 넣는 일이 되지 않을는지. 복잡한 국제관계에서 외교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크레인은 과거만 움켜쥐고 고함을 지르는 것만으로 들어 올려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젊은 세대는 한일관계를 전향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그렇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 내 한국인 취업자 숫자가 빠르게 늘어 일본에서 취업한 한국인이 사상 처음으로 2만 명을 넘어섰다는 뉴스도 나온다. 이 세계화 시대에 아직도 소녀상 뒤에 숨어, 일본을 향해 이빨을 갈도록 만 가르친다면 이웃도 세계도 몰라보는 청맹과니만 기르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깊어진다.

조윤희(부산 금성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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