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의 한 음식점 모습사진: 로이터 제공
부탄의 한 음식점 모습  사진: 로이터 제공

한동안 국민의 행복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소위 ‘헬조선’의 근거로 쓰인 적이 있었다. 부탄이 국민행복지수 1위며 우리도 부탄을 본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어떤 자료가 부탄을 가장 행복한 국가로 만들었을까?

부탄이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주장은 GNH(Gross National Happiness)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총행복지수’라는 이 지표는 1976년 부탄이 처음 자체적으로 개념을 만들어 냈고 1998년 부탄 국왕인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가 국정을 이끌어 가는데 핵심지표로 도입한 것에 불과했다.

세계적으로 GNH는 많은 나라들에게 영향을 주어 부탄을 재조명하였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부탄의 실상은 온 세계에 드러났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부탄의 10만명 당 살인은 3.9명으로 한국은 0.8명 보다 높으며, 하루에 $5.5이하로 생활하는 인구가 무려 43.9%나 된다. 또한 빈부격차를 알 수 있는 지니계수 또한 한국이 31.6인데 반해 부탄은 38.8로, 100만 명도 안되는 인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평등 지수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영아사망율도 2014년 기준으로 한국이 1000명 당 3.93명인데 반해 부탄은 37.89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행복과 관련된 지표에서 부탄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이유는 판단의 척도 중 주관적 수치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적인 삶의 만족도에 대한 태도의 문제다. 소득수준은 어떻게 되는지, 빈부격차는 얼마나 심한지, 살인율, 영아사망율, 문맹율 같은 객관적인 지표는 고려하지 않았다. 따라서 GNH같이 주관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조사는 결국 객관적인 지표 외에 남아있는 문화, 국민성, 종교 등 수치화 하기 힘든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이 점에서 부탄은 기본적으로 라마교를 믿는 국가라는 점이 주관적 지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라마교는 자기가 가진 것에 대해 만족해야 한다는 종교적 수양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윤회사상을 강조하는 라마교를 대다수의 국민이 믿으며 현재의 삶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 행복지수가 높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GHN 지표 이후 부탄은 주관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는 각종 행복지수에서 상위권을 기록했지만 주로 그 이유에 대해 종교적 배경을 꼽고 있어 국가간의 비교는 실질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주관적 통계를 바탕으로 부탄의 행복지수가 높다고 해서 국가가 국민들에게 종교적 믿음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객관적인 대조, 비교가 가능한 지표들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1인당 GDP와 지니계수 등이다.

2017년 기준 대한민국의 1인당 GDP는 $29,730로 세계 29위이며, 지니계수 또한 양호한 편이다. 2016년 대한민국의 지니계수는 0.304로 OECD 평균를 밑돌았다. 통계의 특성상 인구가 많을수록 편차가 커지는 것을 고려한다면, 인구 5000만 이상이며 대한민국보다 평등한 국가는 프랑스 독일 밖에 없다. 캐나다, 호주, 영국, 일본 등은 한국보다 지니계수가 높다.

똑같은 환경에 처해 있어도 “행복하세요?”라고 누가 물어본다면 모두 다른 대답이 나오기 마련이다. ‘세계 행복 지수 1위, 부탄’이란 자료는 대한민국을 상대적으로 불행한 국가로 폄하하는 논리의 근거로 이용되었고 아직도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국내 여론에 동조해 문재인 대통령은 재작년 7월 부탄에 방문하기도 했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한가 그렇지 못한가는 결국 우리들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했고 링컨은 “사람은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고 말한 바 있다. 객관적인 지표의 개선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면, 개인적인 삶에 대한 만족도는 개인에게 달렸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한 SNS 이용자는 "여성인권, 빈곤율, 살인율 등 객관적인 지표가 엉망인 부탄과 비교하며 대한민국을 탓하기 전에, 부탄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더 나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불행하다고 자책하는 모습을 먼저 반성해야 하진 않을지 뒤돌아 보아야한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기사 junpyo@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