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후 前부국장, 28일 대기발령돼 '사무실A' 독방 유폐중
"경쟁력 높이려…" MBC 주장에 국제뉴스 아예 안한다는 선언"
12명 중 1명 이직, 11명 소환…친북 리포트 특파원은 보도국行
"경영센터 5층에 또 '보도본부'…조명UPS실 아니라 다행" 자조
"눈물 시리즈에 특파원까지, MBC엔 웬 눈물이 이렇게 많나"

박상후 MBC 전 시사제작국 부국장이 (왼쪽부터) 지난 29일 밤,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왼쪽은 지난 5일 부로 전원 귀임발령된 특파원 12명 중 5명이 수용된 것으로 알려진 상암 MBC 경영센터 5층의 한 사무실. 오른쪽은 배현진 전 아나운서, 김세의 기자와 박상후 전 부국장 등이 업무에서 배제된 채 지내야 했던 상암 MBC 미디어센터 6층 조명UPS실.(사진=박상후 전 MBC 시사제작국 부국장 페이스북)
박상후 MBC 전 시사제작국 부국장이 (왼쪽부터) 지난 29일 밤,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왼쪽은 지난 5일 부로 전원 귀임발령된 특파원 12명 중 5명이 수용된 것으로 알려진 상암 MBC 경영센터 5층의 한 사무실. 오른쪽은 배현진 전 아나운서, 김세의 기자와 박상후 전 부국장 등이 업무에서 배제된 채 지내야 했던 상암 MBC 미디어센터 6층 조명UPS실.(사진=박상후 전 MBC 시사제작국 부국장 페이스북)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조가 MBC를 장악한 최승호 사장 체제에서 지난 5일 부로 해외 특파원 12명 전원을 철수시킨 뒤 그 중 5명을 사실상 유폐 중이라는 폭로가 나왔다. 특파원 중에서도 언론노조 소속원은 즉각 보도국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입당을 결정한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 제3노조위원장을 지낸 김세의 기자 등과 함께 업무 일선에서 배제됐던 박상후 전 MBC 시사제작국 부국장이 최근 "조명UPS실에 '보도본부'라는 팻말이 걸린 데 이어 또 다른 '보도본부'가 신설"됐다며 내부 탄압의 실태를 추가로 전한 것이다.

박상후 전 부국장은 지난 29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외신 보도로 상황이 전달된 '북한 김정은 방중(訪中) 낙종'을 거론, "한국언론 대부분이 북한 관련 낙종하는 것은 다반사지만 유독 초라한 것은 특파원을 모두 철수시킨 MBC였다"고 운을 뗐다.

그는 "MBC는 느닷없이 (지난 5일 부로) 워싱턴, 뉴욕, LA, 도쿄, 베이징, 방콕, 런던, 파리 특파원 전원을 소환했다"며 시사주간지 '미래한국' 보도를 인용해 MBC 홍보부 관계자의 전언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특파원 12명 귀임 발령은 국제뉴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좀 더 효율적인 특파원제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난 것"이라며 "MBC 보도국 혁신과 국제뉴스 트렌드에 맞추기 위한 개편일 뿐"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박 전 부국장은 "황당무계한 이야기"라며 "전 세계 어느 언론사에서 국제뉴스 트렌드에 맞추기 위해 특파원을 전원 소환한 사례가 있었나. 다른 나라 언론사는 도대체 특파원을 왜 두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국제뉴스를 아예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필자도 베이징 특파원을 역임했지만 역시 베이징 특파원을 지냈던 현재의 보도국장이나 보도본부장은 특파원 전원 소환에 대해 자기 의견을 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소환명령을 받은 특파원 12명 가운데 워싱턴 특파원 한명은 현지 매체인 VOA(미국의소리)로 직장을 옮겼고 나머지 11명이 소환됐다"며 "이 가운데 언론노조 소속으로 '북한 달력에 소개된 평양시 여명 거리는 고층빌딩 숲과, 밤에 건물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으로 불야성을 이룬다'는 괴이한 리포트를 한 김필국 (중국) 심양 특파원은 언론노조가 장악한 현 보도국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나머지는 뿔뿔이 흩어졌고 이 가운데 5명은 업무에서 배제돼 경영센터 5층의 '보도본부'란 팻말이 걸린 사무실에 수용됐다"며 "필자가 유폐된 대기발령 독방 '사무실A'와 비슷해 보인다. 그나마 조명UPS실을 용도 변경한 것 같지는 않아 다행"이라고 자조를 드러냈다.

박 전 부국장은 "'북극의 눈물'과 '아마존의 눈물', '아프리카의 눈물'에 이은 '지구의 눈물' 시리즈로 '특파원의 눈물'까지 나온 상황"이라며 "MBC에는 웬 '눈물'이 이렇게나 많은가"라고 반문했다.

박상후 MBC 전 시사제작국 부국장이 지난 28일 부로 대기발령된 뒤 상암 MBC 미디어센터 11층 '사무실A'라는 팻말이 붙은 독방에 유폐 상태로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사진=박상후 전 부국장 페이스북)
박상후 MBC 전 시사제작국 부국장이 지난 28일 부로 대기발령된 뒤 상암 MBC 미디어센터 11층 '사무실A'라는 팻말이 붙은 독방에 유폐 상태로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사진=박상후 전 부국장 페이스북)

그동안 최승호 MBC 경영진으로부터 '업무 배제' 수모를 겪던 박 전 부국장은 지난 28일 비(非)언론노조, 비파업 기자들을 표적으로 지난 1월 출범한 'MBC 정상화위원회' 조사에 지속적으로 불응했다는 이유로 대기발령 처분을 받은 것으로 30일 전해졌다.

이날 친(親)언론노조 극좌성향 미디어 비평지 '미디어 오늘'에 따르면 MBC홍보부는 대기발령 조치 관련 "정상화위원회 내규에 조사 대상자는 조사에 응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위원회가 박 전 부국장의 조사 불응에 대한 인사위원회 조치를 요구했고 인사위가 조사 이행을 하라는 의미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전 부국장은 대기발령 당일인 28일 "대기발령 장소는 조명UPS실이 위치한 미디어센터 11층이다. 여기에는 사무실A라는 팻말이 붙어 있고 안에는 말라죽은 난과 전화기 한 대만 있을 뿐"이라며 "수시로 인사부장이 동태를 파악한다며 전화로 괴롭히고 있다. 화장실에 가서도, 담배를 피우러 나가서도 안 되고 하루 종일 벽만 쳐다봐야 하는가? 이는 심각한 인권탄압이다. 동시에 정상화위에서는 이미 사실상 징계를 했으면서도 또 다시 출석하라고 협박하고 있다"고 페이스북으로 전한 바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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