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거론
당내에서는 물론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서 이낙연에 대한 비판론 제기돼
"李 대표가 반발 예측 못 했을 리 없다"...'대선 앞두고 야권 분열 야기할 최적의 카드'란 분석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뇌물 혐의 등에 대한 재상고심 선고공판을 열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꺼내든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건의’ 카드가 여당 내 반발을 부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집권 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4월 서울특별시·부산광역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선거 뒤집기 전략’을 가동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서울특별시장 보궐 선거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낙연 대표의 ‘사면 건의’ 발언이 있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게재하고 ‘사면 불가론’을 펼쳤다.

해당 글에서 우 의원은 “두 사람(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은 분명한 반성도 사과도 아직 없으며, 박근혜의 경우 사법적 심판도 끝나지 않았다”며 이 대표의 ‘사면’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우 의원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으로) 탄핵과 사법 처리가 잘못됐다는 일각의 주장을 의도치 않게 인정할 수도 있는데다가, 자칫 국론분열 양상으로 전개될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며 “시기적으로도 내용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 의원은 “사법적 정의는 사법적 정의대로 인정되고, 촛불 국민의 뜻은 국민의 뜻대로 실현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원의 주장에 공감한다는 누리꾼(네티즌)들은 “이낙연 대표를 그 자리에서 당장 끌어내리고 싶은 심정이다” “촛불은 우리가 들었는데, 왜 이낙연 마음대로 사면이냐” “국민이 준 180석 권한도 못 써먹는 나약한 민주당” 등 이낙연 대표에 대한 비판 취지의 댓글을 달며 호응했다.

좌파 성향의 누리꾼들이 많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이낙연 대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이낙연 대표가 이같은 반발을 예측하지 못했을 리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언급한것은 이번 서울특별시·부산광역시장 보궐 선거가 민주당은 물론이고 이 대표 개인의 정치적 미래를 좌우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년 여론조사에서 같은 당의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비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이 대표로서는 만일 이번 보궐 선거에서 승리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로서는 그만큼 이번 보궐 선거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반발이 있더라도 중도 층을 끌어안으면서도 야권의 분열을 야기할 수 있는 최적의 카드인 ‘사면’을 꺼내들어야 했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는 “강성 지지층의 반발은 문 대통령이 직접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 필요성을 언급하면 자연히 사그라들 것으로 본다”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대표도 당내 반발을 생각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며 “당장의 반발보다 그 이후를 생각하지 않았겠느냐”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대표가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권’을 들고 나온 배경에는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도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의 어느 핵심 관계자는 “여권 핵심부에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논의한 것은 오래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 역시 “이낙연 대표가 사면 관련 공개 발언을 하기 전에 우리 측 인사와 통화를 하면서 ‘이 전 대통령 사면을 문 대통령에게 건의할 것’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